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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1.15 15:05:01
  • 최종수정2023.11.16 13:31:15

김혜식

수필가

다섯 살 무렵이었다. 어느 가을날 외가 뒷산엘 큰 이모를 따라 오를 때였다. 마침 바람에 나무 가지가 흔들리자 모과 한 개가 '툭'하며 떨어졌다. 그 때 앞서 가던 이모는 땅에 떨어진 모과를 줍더니, "너도 한번 이 냄새 맡아볼래?"라며 모과를 코앞에 내민다. 그 말에 모과에 코를 대봤다. 당시 모과 내음이 매우 향긋했다. 모과의 그 향에 반한 나머지 나뭇가지에 매달린 모과를 따달라고 이모한테 조르기까지 했다. 이 말에 이모가 모과나무를 흔들자 모과가 땅에 떨어졌다. 그것을 갖고 온 이모는 잠자는 내 머리맡에 놓아 주었다.

당시 어머니는 집안 일로 필자를 외가에 맡긴 채 여러 날 째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분리됐다는 불안감 때문인가 보다. 밤에 잠을 잘 때도 잠을 못 이룬 채 보채고 칭얼대곤 했다. 하지만 모과가 머리맡에 놓인 후론, 마치 어머니 살 내음을 맡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서인지 밤잠을 잘 이루었다.

그동안 따뜻했던 햇살이 점점 옅어지는 이즈막, 집 앞 호숫가를 산책하노라면 지난 가을 기억이 새롭다. 따사로운 한낮 가을 햇살 아래 누렇게 익어가는 모과며 붉은 감이 마음을 한껏 풍요롭게 이끌었잖은가. 이 때 모과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어린 날 추억 때문인지 그 시절 맡았던 그 향기가 문득 떠오르곤 했다. 며칠 전 호숫가를 산책하노라니 수변가(水邊街)에 서 있는 모과나무에서 벌레 먹고 반쯤은 상한 모과 한 개가 땅에 떨어진 게 눈에 띄었다. 반가운 마음에 모과를 얼른 주워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아봤다.

하지만 이내 실망했다. 어린 시절 맡았던 그 향기가 아니어 서다. 향긋한 향은 있되 왠지 미미한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흐르는 세월 따라 후각도 마비되나보다. 이는 날만 새면 코를 자극하는 내음에 익숙해져서 일까? 화장품 향, 향수를 비롯 세탁용 린스 향이 그렇잖은가. 며칠 전 막내딸아이는 애써 세탁한 빨래에서 린스 향이 별반 나지 않는다고 투정이다. 세탁을 다시 시도 하였으나 향은 더 강하지 않았다.

하여 린스를 다량으로 풀어놓은 물에 세탁물을 넣어 다시 헹궜다. 그러자 이번엔 린스에 첨가된 쟈스민 향이 온 집안에 진하게 퍼졌다. 왠지 화학약품의 인위적 향기여서인가. 모과에서 맡을 수 있는 오묘한 자연 향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빨래 시 갖가지 린스 향을 선호한다. 또한 냄새에 매우 민감하다. 장마철 빨래에선 퀘퀘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마다 딸은 질색이다. 이는 딸 뿐만이 아닌 성 싶다. 요즘 젊은이들은 옷이나 집안에 음식 냄새 배는 게 싫어서 생선 구이를 꺼린단다.

어려서 외가에 놀러 가면 마당 한 쪽에 돼지우리며 외양간이 자리해 있었다. 여름 날 그곳에서 풍겨오는 악취가 그다지 비위를 건드리지 않았다. 오늘날 돌이켜보면 오히려 돼지우리, 외양간에서 풍겨오던 그 냄새마저도 향수병을 자극하는 추억의 냄새로 여겨질 정도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냄새는 열심히 일하며 흘리는 땀 냄새 일 것이다. 노동의 효용성을 대변하는 땀 냄새야 말로 넘버 5 샤넬 향수보다 더 향긋하다는 생각이어서인지 오늘따라 그 냄새역시 유독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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