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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코로나19 창궐 이후 지폐 만지기가 꺼려진다. 다행히 요즘은 굳이 지폐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지폐 대용물로 신용 카드가 있어서다. 이에 편리한 반면 돈의 가치도 다소 희석되는 기분이다. 전에는 많은 지폐를 일일이 손가락으로 세노라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잖은가. 또한 이젠 지폐를 셀 필요가 없다. 네모난 플라스틱 재질의 신용 카드 및 스마트폰 앱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조차 재화(財貨) 역할을 톡톡히 해줘서다.

이런 세상이다 보니 전처럼 지갑이 두툼하도록 지폐를 넣지 않는다. 지폐를 논하노라니 젊은 시절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직장에서 첫 월급을 타던 날이다. 월급봉투를 고스란히 어머니께 갖다드릴 생각에 기분이 들떠서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후 무심코 핸드백을 열어보던 필자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소매치기가 용케 돈 냄새를 맡고 첫 월급을 몽땅 털어 간 것이다. 핸드백 밑이 예리한 칼날에 의하여 베인 듯 가로로 찢어져 있었다. 월급봉투뿐 만 아니라 그 안에 들었던 자질구레한 소지품들이 모두 버스 바닥에 쏟아진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른 채 빈 가방만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날따라 유독 많은 사람들로 버스 안은 만원이었다.

그때 심경이란 말 그대로 하늘이 노랗다고나 할까. 요즘은 소매치기 일당의 범죄 소식이 잠잠하다. 신용 카드 출현으로 예전처럼 많은 지폐를 소지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심할 일이 아니다. 소매치기보다 더 진화한 범죄인 보이스피싱이 날이 갈수록 그 수법이 변화무쌍 하잖은가.

젊어서는 솔직히 돈을 좇는 일은 속물적이라고 생각을 했다. 경제관념이 부족한 탓이었다. 현대 젊은이들은 영끌을 해서라도 많은 돈을 벌기 위하여 부동산 및 주식 투자도 서슴치 않는다. 이런 젊은이들의 경제에 대한 인식이 그 도만 넘지 않으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젊어서부터 올바른 경제 인식을 해야 삶이 윤택하다.

언제부터인가 십 원짜리 동전 크기가 매우 작아졌다. 그래서인지 십 원의 가치마저 미미한 느낌이다. 어려서 어머니가 준 용돈을 주전부리에 다 써버리곤 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땅 열 길을 파봐라. 단 돈 1원이 나오나"라며 돈의 소중한 가치를 누누이 우리들에게 강조 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어디선가 물건을 구입하며 십 원짜리 동전을 거슬러 받으면 돼지 저금통에 넣곤 한다. 하긴 십 원짜리 동전만 크기가 작아진 게 아니다. 현재 사용 중인 5천 원짜리 지폐 및 1천 원짜리 구권 지폐인 경우 1983년 6월 11일자로 전에 것보다 최저 1㎜, 최대 12㎜ 줄어들어 발행 됐었다. 세계의 통화를 주도하는 달러 지폐와 비교 하면 당시 지폐 크기의 세로는 거의 같다. 하지만 가로는 10㎜가 더 크다.

이에 사회학자 '달코트 퍼슨스' 교수는 1달러 지폐의 실질적 쓸모에 대하여, "달러의 앞뒷면에 요란스러운 인쇄로 메모지로도 쓸모없다. 그렇다고 하여 코를 풀기에도 너무 작으며, 불쏘시개로 쓴다 해도 파이프 담배에 불붙이는 게 고작이다"라고 평했다. 돈의 크기가 세상살이에 기여하기 보다는 돈이 지닌 액수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요즘은 남녀 간의 결혼 및 사랑도 계산기로 두드려 본 돈의 액수에 따라 그 판도가 달라지잖은가.

또한 돈의 크기가 세상인심에 따라, 인정이 각박할수록 그 크기가 작아지는 것은 아닐는지…. 어느 문헌에 의하면 우리 선조들은 구애(求愛)를 할 때 꽃에 돈을 달아 처녀 집에 던지곤 했단다. 이 때 돈의 크기가 얼마나 넓으면 연시(戀時)나 연문(戀文)도 썼을까 싶다. 이로보아 기네스북에 오른 중국 명나라의 1368년과 1399년 사이에 발행된 폭 22.8㎝ 길이 33㎝라는 일관지폐(一貫紙幣)의 위상을 뛰어넘는 우리 돈이 지닌 너른 품이었다. 고물가 고금리에 시달리는 팍팍한 삶을 사는 우리로선 이런 조상님들의 풍류와 낭만을 한 수 배워 볼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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