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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한 때 텔레비전 드라마 내용이 불륜일색이라고 비평받은 적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드라마가 이렇게 물들고 있는 현실에 수긍이 간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지난날 성 개방 문화가 밀물처럼 밀려온 탓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모텔이 줄을 서는 마당인데, 드라마라고 이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심리학적으로, 사랑에는 유효 기간이 있다고 한다. 사랑이 불같다는 비유에 반하여 이 기한을 공감 하기는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러나 과학적 증명이라니 믿어볼 일이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이란다. 언젠가 텔레비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지적한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일생에 남자는 약 87%가 이성으로부터 유혹을 받는단다. 여성은 73%가 이성으로부터 유혹을 받는다는 것이다. 남성의 통계치가 여성보다 높은 편이다.

얼마 전 어느 지인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자신은 결혼 20년 차인데 현재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낀단다. 그녀 말을 듣고 보니 남녀 간 사랑도 지루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반면 남녀를 불문하고 이성에 대한 유혹은 늘 존재하나보다. 하기야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뒤따르기 마련 아닌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남녀 모두 이성의 유혹 앞엔 자유로울 수가 없는가 보다.

문학작품 속 사랑은 한결같이 신비롭고 황홀하며, 가슴 태우는 감정으로 일관한다. 괴테의 순정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만해도 그렇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 영원한 것은 없다. 그토록 뜨겁던 사랑도 시일이 흐르면 희석되고 변질되기 마련이다. 비에 비유하자면 소낙비 같다고나 할까. 소나기는 갑자기 내렸다가 금세 그치는 비다. 사랑의 감정 또한 이 비처럼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이어서 당황하지 않는가. 그래서 변절이 잘 되는가 보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련만, 사랑을 덮고 누워 있는 연인들은 자신들 애정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언젠가는 자신들의 그토록 열렬하던 사랑도 먼 훗날 지나가는 비에 불과하였음을 인지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문학 작품 한 편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산술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경우 '괴테'가 어느 법률 사무소에 견습생으로 근무 할 때 사귄 '요한 케스트너'라는 친구의 약혼자 '롯테' 라는 여인을 짝사랑 하다가 쓴 소설이다. 당시엔 이 소설 속 주인공 옷차림이 유행하였고, 모방 자살까지 일어나는 등 인기 소설이었다.

하지만 과연 사랑이 문학 작품처럼 마냥 아름답고 신비롭기만 한 것은 아니잖은가. 어쩌면 이별만 없다면 가능 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의 속성엔 늘 이별이라는 모순이 도사려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사랑에 대한 갈구는 부정할 수 없는 본성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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