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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마음의 가늠자가 때론 신통방통하다. 나이 탓이런가. 사람을 만났을 때 단 몇 분만 대화를 나눠보면 상대의 성향, 장, 단점까지 얼핏 한 눈에 짐작할 수 있어서다. 실은 이런 직관(直觀)이 대부분 들어맞기도 하니, 넓이, 무게, 냄새, 형상조차 알 수 없는 마음의 잣대를 무시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주위에선 이런 기감(氣感)은 삶의 경륜에서 비롯된 혜안이란다. 또한 사물의 현상이나 어떤 사건의 이면을 꿰뚫고 논리적으로 유추 및, 추론하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 계통의 직업에 종사하였으면 그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을 거라는 우스개소리도 잊지 않는다.

이는 결코 독심술이나 신통력을 지녀서가 아니다. 다만 일의 사안이나 그것을 전개하는 과정 중에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면에 유독 마음의 날을 곧추세울 뿐이다. 이것이 어느 면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반면 부정적인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때론 지나쳐 오해 및 오류를 저지를 수도 있어서다.

어떤 문제에 대한 사고(思考)의 결론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게 도출되기 마련이다. 가령, '아름다운 여인의 조건'에 대하여 손꼽으라고 할 때 일이다. 평소 가슴에 지녀온 여인상에 대하여 나름대로 의견을 쏟아내곤 한다. 어떤 사람은 겉볼안인 외모를 선택할 것이다. 외모 중에도 군살 없는 날씬한 각선미, 혹은 맑고 수정 같은 고혹적인 까만 눈동자를 말하기도 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그야말로 소위 에스라인 몸매를, 혹은 앵두처럼 작고 도톰한 선홍빛 입술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의식 속엔 아직도 봉건적 사상이 잔존해 있는가 보다. 이는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로써 강영주 수필가의 수필 「아름다운 여인」에 등장하는 내용의 내면을 지닌 여인을 최고로 아름다운 여인상이라고 일컫곤 한다. 예문인, "여인은 여인다울 때가 아름답다. 당연히 받을 찬사에도 얼굴 붉히는 수줍음이며, 자기의 소리가 있되 겸손한 여인, 시소게임 같은 삶의 굴곡을 안으로 삭일 줄 아는, 오늘을 감사하며 지속할 줄 아는 여인에게서는 향기가 난다"라는 이 내용에서 지난날 인종(忍從)을 미덕으로 여기며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한 어머니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석에서 아름다운 미인상에 대한 논쟁을 벌일 때다. 강영주 수필가의 작품인 이 대목을 읊조렸다. 그러자 좌중에서 일제히 항변을 하기 시작한다. 요즘 같은 세상 어디 가서 그런 말을 했다가는 몰매 맞을 거라고 농담까지 섞으며 몰아세운다. 그들의 항의에 내 말이 진정 가장 최고 미인상에 가까운 말이라고 우겼다.

사실 이 말은 그 자리에서만 던진 답변이 아니었다. 평소 이 글속 예문 내용과 같은 잣대로 주위 여인들의 평판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유리천장이 사라지고, 성차별의 음습한 그늘이 상당히 많이 거둬진 이즈막이다. 또한 각계각층에서 여풍(女風)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현대에 이런 여인상은 자칫 현실을 벗어난 구시대적 발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버무리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다만 남성과 달리 여성만이 지닌 고유의 덕기(德氣) 있는 모습을 일컬을 뿐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여도 여인은, 결혼하면 한 남자의 아내요, 아이들 어머니가 아니던가. 나역시 그러하다. 가끔은 세 딸들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진정 이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어머니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일까? 가슴에 손을 얹곤 한다. 실은 아름다운 여인의 인향(人香)은 마음의 속진(俗塵)을 제대로 닦을 때 발현(發現)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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