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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2.11 15:01:44
  • 최종수정2024.12.11 15:01:44

김혜식

수필가

조직에서 전체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필수 요건이다. 이에 미국의 전(前) 레이건 대통령의 격조 높았던 연설이 인상 깊다. 무엇보다 그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하여 부단히 애쓴 점이 돋보인다. 심지어 그는 명연설을 위하여 100여 장의 작은 카드를 늘 소지 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것엔 링컨, 루스벨트,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레닌이 생전 발설했던 명문(名文) 300여 개가 촘촘히 적혀 있었다. 이렇듯 그는 동서고금의 명언들을 가리지 않고 준비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연설을 앞두면 피나는 연습을 했다. 비근한 예로 1986년 1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공중 폭발로 7명이 사망했을 때 일이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은 담백했다. 하지만 이 연설을 듣고 전 국민이 눈물을 흘렸다.

누구인가 그에게 그 비결을 묻자, 그는"첫 번째 연습 때는 감정을 참기 어려웠지만, 두, 세 번 연습을 거듭하자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나타낼 수 있었다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중요한 정상회담을 앞두면 리허설을 반복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1985년 11월 고르바초프와 첫 미·소 정상 회담을 갖기 전날 밤 레이건은 잠자리에 들기 전 그의 일기장엔 이런 글까지 적음했다. "주님, 이제 저의 준비가 완벽하도록 살펴 주십시오." 그동안 이 회담을 위하여 수 개 월 간 과외 공부를 열심히 한 끝에 나온 일기 글이었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의 보좌관을 고르바초프처럼 분장시켜서 여러 차례 모의 회담까지 하는 치밀함을 계획하기도 했었다.

그는 국민과의 의사소통에만 심혈을 기울인 게 아니었다. 1981년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안 돼 경제 개혁안을 통과 시킬 때 일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을 설득하기 위하여 의원들을 467번씩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정성과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 때 그는 언행일치를 철칙으로 여겼다고 한다. " 그는 자신이 입 밖에 내는 말을 하나님이 듣고 계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라는 측근들의 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세제 개혁 추진을 행하는 레이건 대통령과 자주 충돌했던 민주당 하원 세출입 위원장 로텐코프스키는, "레이건 대통령이 입 밖에 낸 말은 틀림없다. 발을 쭉 뻗고 잠을 자도 좋다."라고 했을 정도이니 레이건의 신의(信義)를 짐작할 만하다.

이즈막 레이건의 행적을 새삼 돌이켜 보는 것은 얼마 전 겪은 일 때문이다. 오랜만에 모임에서 만나다보니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가 꽤나 풍성했다. 필자가 어느 회원과 대화를 한창 나눌 때다. 곁에 있던 회원이 느닷없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 말을 가로챈다. 그리곤 엉뚱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대하자 무척 불쾌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대화 시에도 분명코 금도(禁道)가 있음을 떠올렸다. 미국 대통령 레이건처럼 상대방에게 격에 맞는 말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반면 타인들이 서로 나누는 말을 중간에 뚝 끊은 채 자신의 말만 하는 것은 교양인으로서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언어로써 의사 표현을 한다. 그러므로 말이란 옥석을 가려서 발설해야 한다. 그러나 타인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자세야말로 말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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