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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예전엔 노루 향주머니로 거부(巨富)가 되기도 했다. 이 복주머니를 인간에게 제공한 사향노루는 시베리아, 히말라야 등의 고원에 사는 한대(寒帶) 동물이다. 이런 기후 조건에 적응한 동물이기에 우리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이다. 어느 문헌에 의하면 여름 철 뱀을 잡아 먹은 노루가 자신의 살가죽에 미향(彌香)이라는 향내를 겨우 내내 축적 시킨 게 바로 사향(麝香) 이란다. 봄이 오면 노루는 이 향이 고인 부분에 통증을 느껴 제 발톱으로 도려낸 것이 사향 낭(麝香囊)이다. 노루가 이 향주머니를 해마다 같은 장소에 묻어두는 습관이 인간에게 큰 돈벌이를 안겨주었나 보다. 이 사향낭은 무게가 약 30 그램 나간다고 하니 그야말로 희소가치를 지닌 이것을 획득한 자는 부자가 될 법 하다.

무엇보다 생향(生香) 1밀리그램 20분의 1만으로도 후각을 자극함은 물론 이것이 묻힌 주변의 숲이 누렇게 시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 향낭(香囊)을 들고 과수원을 지나치면 과일이 익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짙은 향내는 섹스어필까지 이끄는 힘을 지녔단다. 오죽하면 옛 기방에서 얼굴이나 몸매가 빼어나진 않았지만 유독 남정네들에게 인기 있는 기생을 일러 '사향녀(麝香女)'로 불렀을까. 이로보아 사향의 향내를 인간이 지닌 독특한 매력에 빗댈 만 하다.

하긴 매력의 농도는 외모에 국한된 게 아니다.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하여 사람의 어느 한 단면만 보고 평가할 순 없다. 항상 내적 성장을 하기에 어제의 악인(惡人)도 오늘은 선인(善人)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 하는 게 사람이긴 하다. 나이 탓인가. 가슴이 따뜻한 사람에겐 절로 친근감을 느끼곤 한다. 이런 감정은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자신한테 신의(信義) 및 예의를 깍듯이 지키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로보아 외양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흔히 겉모습만 믿고 상대에게 다가섰다가 표리부동함에 실망, 관계의 파경을 맞는 것을 미뤄 봐도 외모보다는 반듯한 성품이 우선인 듯하다. 물론 빼어난 외양에 인품 또한 격이 높으면 금상첨화다. 허나 이토록 완벽한 사람이 과연 몇일까 싶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 하지 않던가.

그럼에도 사향 못지않은 인향(人香)을 지닌 지인이 있다. 현대는 이기심이 팽배해 자기중심적 세태 아닌가. 각박한 세상임에도 여인은 타인의 어려운 일에도 서슴없이 소매를 걷기 예사다. 또 있다. 눈앞의 사소한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진정성을 지녔다. 남의 장점을 존중해 주고 허물을 덮어주는 넉넉한 마음자락도 갖췄다. 타인이 베푼 소소한 배려와 친절에도 감사해 하는 겸손한 그녀다.

무리한 일을 행하거나, 고민을 털어놓으면 지혜로운 의견으로 충고해온다. 가장 덕기(德氣) 있는 것은 변함없는 우정이다. 그야말로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하는 고운 심성을 지녔다고나 할까. 흔히 여자의 마음이 조석으로 변한다고 말하나 그녀는 다르다. 언행일치는 물론이려니와 옳지 않은 일엔 주먹을 불끈 쥘 줄 아는 용기, 타인의 고충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이타심은 그녀의 수수한 모습을 보석처럼 빛나게 한다.

인간관계 중 실망이 클 때는 상대가 진심을 저버릴 때 아닌가. 남의친절, 배려를 자신의 사리사욕에 이용하는 사람을 대하노라면 회의가 인다. 하지만 변함없이 신뢰를 지키는 그녀가 늘 곁에 있어 세진(世塵)에 찌든 혼탁한 가슴이 올 한해도 청량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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