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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현대 젊은이들은 사랑 앞에선 매우 신중한 듯하다. 이 생각은 필자의 개인적 생각으로써 젊은 날 연애관을 돌이켜보며 해보는 말이다. 남녀가 처음 만나 본격적으로 연애가 성립되기까지 과정을 눈여겨보면 우리 세대와는 분명 차별성이 있다. 그 당시에도 이런 절차가 버젓이 존재 했는데 사랑에 눈멀어 대략 생략 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땐 대부분 남녀가 눈 맞으면 몇 번 다방이나 빵집에서 만난 후 영화 몇 편 관람하는 것으로 서로의 짧은 탐색 기간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젊은이들은 사랑 앞에서는 참으로 용감했다고나 할까. 추호도 망설임 없이 속전속결로 애인이 되자고 손가락 걸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그때와 다른 면이 있다. 다소 편견일 수도 있으나 몇 번 커피숍에서 만나서 식사를 나누고 영화 관람까지 두 사람이 마쳤다고 해서 쉽사리 사랑한다는 말을 선뜻 건네진 않는 듯하다. 당분간 시간을 끌며 과연 자신과 진정으로 연인으로서 교감이 이루어질까? 인성은 결함이 없을까? 사회적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등등을 면밀히 관찰하는 듯하다.

이 기간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소위 '썸 탄다'로 표현한단다. 어찌 보면 이 편이 매우 지혜로운 생각이라 말할 수 있다. 상대방 장점만 바라보고 성급히 마음을 준 나머지 차츰 드러나는 단점에 실망하는 실수나 오류는 저지르지 않아 매우 합리적이고 진중한 행동이라 말할 수 있다.

여고생 딸을 두었던 지인이 있다. 몇 년 전 이야기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이유를 묻자 딸이 학교에서 매우 난처한 일을 당하였단다. 어느 남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로 느닷없이 진입했단다. 그리곤 운동장에서 '영화는 내꺼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까지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큰 소리로 소동을 피우다가 돌아갔단다. 그 일로 학교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 보기가 창피하다고 학교 가기를 기피한다고 했다. 질풍노도와 같은 피 끓는 청소년 시기에 있을 법한 일이지만 한편 참으로 용기가 대단한 남학생이란 생각마저 든다.

매우 저돌적인 행동이지만 얼마나 순수한가. 지인 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런 모험까지 감행했잖은가. 하긴 젊은 날 누군가를 목숨 바쳐 사랑해 본 사람만이 인생의 진가를 안다고 했던가.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도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토로 못하는 소심한 남성도 의외로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오죽하면 이런 남자들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한 유행가도 있잖은가. 송창식의 '맨 처음 고백'이라는 노래 가사가 그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힘들어서 바보 같이 눈치만 살피다가 1개월, 2개월 3개월이 지나 가고 심지어 2절에서는 1년 2년 3년까지 간다고 장탄식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 유행가 가사는 다소 과장적 표현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랑의 고백이 어렵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출하고 있어 인상 깊다. 하긴 이런 유형의 노래가 꼭 이곡만이 아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상대방에게 하지 못하고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가버린 사랑에 대한 후회의 몸부림인 양 노래한 김추자의 '님은 먼곳에'도 같은 맥락이다. 뿐만 아니라 짝사랑에 대한 애틋함을 노래한 고복수의 '짝사랑' 등만 살펴봐도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내는 일이 매우 어려운가 보다.

연인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하지만 정작 꺼내기 힘든 말은 이별을 전하는 일일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이별만큼 살을 저미는 듯한 아픔이 어디 있으랴. 또 있다. 급전이 필요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 돈 빌려달라고 손 내미는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은 상대방 앞에서 자신의 속내를 숨김없이 털어놓는 것이다. 이 말은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할 수 있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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