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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사람마다 마음의 늪은 존재한다. 필자 역시 그렇다. 매사 너무 흑백논리가 분명하다 보니 할 일과 해서 안 될 일을 칼로 두부 모 자르듯 구분하는 게 단점 중 하나이다. 사실 나이 들면 성향도 변한다고 했던가. 불과 수 년 전만 하여도 실은 이런 단호함이 결여 됐었다.

누군가 무슨 일을 부탁해오면 힘이 닿지 않아도, "해 주마" 라고 선뜻 답하곤 했다. 부탁을 거절 못하고 결국은 섣부른 해결사 노릇을 하느라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평소 오지랖이 넓다보니 걸핏하면 남의 일에 팔을 걷기 예사였다. 이는 사실 남다른 이타심에서였다. 타인이 어려움에 처하면 외면 못하는 성향 탓에 스스로 힘들었던 것이다. 이런 천성도 사노라면 어느 경우엔 한 순간에 고쳐지는 계기도 맞게 되나보다.

이는 요즘 남의 일에 간섭하다가는 자칫,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토사구팽 안당하면 다행이라는 어느 지인의 말을 듣고부터다. 어느 지인이 평소 전원주택 삶을 꿈꿔왔단다. 그 꿈을 이루려고 시내 근교에 어렵사리 땅을 장만한 후 집을 지을 때 일이란다. 이곳에 사는 이웃 사람이 집짓는 일로 소음과 먼지를 발생 시킨다며 걸핏하면 지인에게 시비를 걸어왔단다. 지인은 그 이웃이 사는 집 앞에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단다. 지인보다 먼저 집을 지은 이웃 사람은 몇 해 전 그곳에 집을 지을 때 지인이 자신의 일처럼 그를 도왔단다. 건축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직접 일도 무상으로 해줬단다. 이제는 지인이 그곳에 집을 짓자 소음과 먼지 발생으로 피해를 준다며 항의하기 일쑤란다. 지인은 그 말에, "지난날 당신 집 짓는데 내가 힘을 보탰잖느냐. 몇 달 만 집 완공 될 때까지 배려해 달라"라고 부탁했단다. 그러자 그 이웃 남자는, " 당신이 도왔다면 나를 도와 줬느냐? 건축업자 도와 줬잖느냐." 라고 말하더란다. 이 말에 지인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지인 역시 괜스레 남의 일에 힘을 보태다가 정작 자신의 일은 이웃에게 외면당한 경우다.

어찌됐든 자신의 집을 지을 때 힘을 보태준 고마운 지인 아닌가. 무엇보다 인간관계를 이처럼 표리부동하게 맺는 지인의 이웃 사람 인격이 의심스러웠다. 지인은 무더운 여름 날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미장일까지 해줬으나, 하다못해 시원한 음료수 한 병 사다 주지 않더란다. 그리곤 그 당시 말로만, "고맙다"라고 하더란다. 그래도 지인은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이타심에 의하여 자신이 선뜻 나서서 해 준 일이라서 결코 섭섭해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인이 그곳에 땅을 사서 집을 짓게 되면 먼지나 소음쯤은 너그러이 이해해야 되지 않을까. 내 것이 소중하면 타인이 지닌 것도 중하다. 그럼에도 지인의 이웃은 참으로 몰염치한 사람인 듯하다. 남이 베푼 은혜나 고마움을 마치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자신의 눈앞의 이익만 계산하잖은가. 요즘처럼 이기심이 팽배한 세태에 어느 누가 타인 위해 단 한 시간이라도 몸 사리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땀방울을 흘리겠는가. 지인의 이웃은 타인의 건축물 짓는데 힘을 보태기는커녕 소음과 먼지 발생하는 불편도 감수 못 하잖는가. 이로보아 마음자락이 참으로 옹색한 사람이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요즘 높은 물가로 세상살이가 매우 팍팍해졌다. 이런 시국일수록 우린 가슴에서 온기를 저버려선 안 될 것이다. 현 세태에 만연된 이기심 팽배는 세상을 어둡게 만들 수 있어서다. 그 폐해가 마치 물 히아신스가 지닌 생태와 흡사하다면 지나칠까. 25센티미터 정도로 자라는 물 히아신스는 연보라색 꽃이 참으로 예쁘다. 하지만 왕성한 번식력 탓에 한 조각의 뿌리가 약 6만 개의 식물로 자라서 바다일 경우 배를 못 뜨게 만들 정도란다. 게다가 물 표면을 막아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방해, 물고기를 죽게 만든다고 한다. 국민 한 사란 한 사람의 이기심이 사회전체에 팽배해지면 물 히아신스와 별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은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아름다운 감정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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