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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돌이켜 보니 젊은 날엔 모순과 오류 투성이었던 게 다수다. 그중 하나가 내 것만 있으면 얼마든지 타인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잘 살 줄 알았던 점이다. 이 생각이 참으로 우매하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는 살 수가 없잖은가. 이는 '너+나= 우리'로 더불어 사는 등식이 존재하는 곳이 사회이어서다. 그러므로 행복 역시 혼자서 완성하는 게 아니라 타인이 안겨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진리를 지인이 차린 음식점의 경우를 접하며 더욱 실감했다. 이태 전 지인은 수십 년 다닌 남편 회사 퇴직금을 투자해 서울 근교에 번듯한 식당을 차렸다. 지인이 직접 요리할 정도로 음식 솜씨가 뛰어난 탓에 성공을 자신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식당 개업 후 몇 달이 흘렀으나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는 형국이었다.

지인이 가장 자신 있게 요리 할 수 있는 주된 음식은 한정식이었다. 김치 및 장아찌, 나물 무침, 된장찌개 등 우리 고유의 음식을 맛깔스럽게 요리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아무리 음식 맛이 좋은들 무엇 하랴. 식당 찾는 손님이 없다보니 얼마 안가 문을 닫게 되었다.

손님은 누구인가. 식당의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하여 찾는 이들 아닌가. 또한 돈은 손님이 벌어주는 일 아닌가.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그것을 먹어줄 손님이 없다면 빼어난 음식 솜씨도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지인의 경우를 대하며 절실히 느꼈다.

정치인들이 민초를 위한 정책을 자신들 딴엔 아무리 잘 펼쳐도 민심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헛수고 아닌가. 어느 회사 물건이 성능과 기능이 월등해도 소비자가 그 진가를 알아주지 않으면 한낱 쓰레기에 불과 하다. 이로보아 한자(漢字) 중에 사람 인(人)자가 그냥 생겨난 게 아닌 듯하다. 인간은 서로 기대고 품고 보듬으며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뜻이라면 지나치려나. 그러나 작금의 세태를 들여다보면 이 말이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우연히 쳐다봤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끝내는 큰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도 모자라 분함을 못 견뎌 보복 살인까지 저지른 젊은이가 법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 하다. 완벽하다면 신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미명하에 이성과 지성을 갖춘 게 인간이기도 하다. 순간의 감정을 스스로 자제 못한다면 어찌 이것을 갖췄다고 말 할 수 있으랴. 그럼에도 매스컴을 장식하는 뉴스를 접해 보면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는 배금주의(拜金主義) 사상에 물들어 보험금을 노리고 병든 여동생을 자동차에 태운 채 물 속에 빠뜨린 비정한 오라버니도 있잖은가. 누구보다 여동생의 안전과 신변을 보호해줄 사람이 혈육 아니던가. 하지만 이 범인은 인간으로서 도리는 고사하고 물질에 눈이 멀어 여동생을 죽음의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 뉴스 내용을 접한 후 세상을 원망해야 할까? 아님 그 오빠라는 사람을 단죄해야 할까? 선뜻 판단이 안 섰다. 이 모든 게 물질을 신봉 하고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세태 때문이라는 생각에 의해서였다. 즉 만연한 인명 경시 풍조 탓이랄까. 이런 사회적 악은 한창 꿈을 지니고 자라날 청소년들에게도 오염돼 청소년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꿈과 희망을 가슴에 가꾸고 피 끓는 젊음으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를 그들 아닌가.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장차 미래를 짊어질 일꾼들이다.

이러한 청소년 범죄가 늘고 있는 것은 순전히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이젠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시점에 이르렀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식의 편법, 변칙을 그동안 무수히 일삼아 온 어른들에게서 그들이 배울게 무엇이겠는가. 촉법 소년의 연령을 하향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듯하다. 어른들부터 윤리와 도덕, 삐뚤어진 인성을 바로잡아 생명 존중 의식 및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양(培養)하는게 급선무다. 어른들의 언행은 곧 청소년들의 거울이 되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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