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혜식

수필가

 한 권의 책을 받은 후 사진을 스마트폰에서 찾아본다. 그 책에 수록된 작품 말미 약력 난에 인쇄된 수 년 전 모습의 사진 때문이다. 지난여름 모 문예지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은 후 작품을 투고하며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을 무심코 보냈었다. 그 사진 속 내 모습은 두 볼이 흡사 복어 배 마냥 한껏 부풀어있다. 아마도 지난날 과체중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외모도 자연 풍화작용처럼 흐르는 세월 따라 혹은 건강 상태에 의하여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다. 그래 이즈막엔 그 변화에 왠지 사진 찍기가 망설여진다. 처녀 땐 유독 볼이 통통하여 주위로부터 부잣집 맏며느리 감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하였다. 그 때는 그 말이 결코 듣기 싫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사진도 어여쁘게 잘나왔었다.

 요즘 스마트 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어떤 상황을 놓치지 않고 촬영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나 역시 그곳에서 최근에 촬영된 사진을 찾자 곁의 딸이 대뜸 용도를 물어온다. 아이의 물음에 향후 작품 발표 할 때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자 인상 좋게 보일 수 있도록 포토샵을 해준단다. 스마트 폰에 깔린 앱을 이용하여 얼굴의 주름살도 말끔히 없애고 쳐진 눈꼬리도 살짝 올려준단다. 어디 이뿐인가. 얼굴형도 보정해 준단다.

 그러나 나는 딸아이 말을 단호히 거절 했다. 얼굴 성형하듯 사진 속 이목구비를 이곳저곳 변형 시킨다면 그것이 어찌 나의 진짜 모습이랴. 본래 모습과 현저히 다르게 교정하는 것은 원칙을 벗어난 조작이 아니던가. 이런 일이 성행해서인가. 오죽하면 기업에선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이력서 난의 사진도 꼼꼼히 살핀다고 한다. 몰라보리만치 고쳐진 사진을 이력서에 부착한 자는 면접시험에서 탈락 시킨다는 내용을 언젠가 신문지상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훌륭한 스펙보다는 사람 됨됨이 즉, 진실한 마음을 신입사원 채용 시 우선 조건으로 꼽는다는 말이 아닌가. 비록 사진 한 장 실물과 다르게 고치는 일이지만 변칙 행위는 추호도 용납 못한다는 뜻도 내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소소한 행위지만 이런 일은 원칙을 쉽사리 저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자칫 시험관 눈에 비칠 수도 있을 법하다.

 스마트 폰에 저장된 지인들 카톡 사진이나 카카오스토리 사진 등을 눈여겨보면 어느 경우엔 '혹시 딴 사람 아닌가?' 싶어 눈을 의심 할 때가 있다. 그곳에 저장된 인물 사진들이 실제 얼굴과 다를 경우가 간혹 있어서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사진과 자신의 모습이 다소 다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의식하고 사진을 딴판으로 고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진은 때론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기도 하잖은가. 이것을 염두에 둔다면 본연의 모습을 벗어난 사진은 그 신빙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잖은가.

 누구나 타인에게 젊고 아름답게 보이려는 욕구가 강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다고 하여 지나친 수정에 의하여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처럼 보이게 한 사진을 대하노라면 낯설 뿐만 아니라 어색하기조차 하다. 마치 남의 얼굴을 빌려와 가면을 뒤집어쓴 듯하다면 지나칠까.

 이젠 나이 탓인지 매사 진심이 깃든 사람이 좋다. 사람을 대했을 때 양파처럼 겹겹의 포장지로 자신을 완벽하게 포장하는 사람과는 잠시라도 함께 있는 게 불편하다. 겉과 속이 다른 처세를 하는 사람을 대하면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마저 드는 것은 어인일일까.

 그런 연유에서인지 나는 평소 철저한 가면이 필요한 사람과는 가급적 친분 맺기를 꺼린다. 그 시간이 너무나 피곤하기 때문이다. 반면 있는 그대로 나의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의 민낯을 내게 숨김없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상대방이라면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눠도 지루하지 않으리.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