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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20 17:52:23
  • 최종수정2019.03.20 17:52:23

김혜식

수필가

운동을 할 때 늘 마주치는 여인이 있다. 초로의 박 여인은 언제 봐도 격의 없이 사람을 대한다. 여인은 헬스장에서 만나는 이웃들에게 인사성도 바르다. 뿐만 아니라 운동법에도 능통한 듯 초면인 사람에겐 운동도 자상히 지도해 준다.

언제부터인가 여인의 살가운 언행에 나또한 정이 들었나보다. 그녀가 헬스장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못내 안부가 궁금하다.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갔을 때이다. 마침 휴일이라서인지 헬스장은 여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할 때 그녀가 내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이에 나또한 응수를 하자 곁의 늙수구레한 어느 여인이 빈정거리는 말투로 그녀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당신은 동네 이장인가 보구려, 어찌 그리 아는 사람이 많소·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인사 하는 말소리에 시끄러워 운동에 집중이 안되네." 라고 잔뜩 볼멘소리를 한다. 의외의 여인 말에 다소 놀라 두 사람 얼굴을 번갈아 살폈다. 그러자 박 여인은 얼굴빛을 달리하지 않고,

" 죄송합니다." 라고 정중히 사과를 한다. 그러자 상대방 여인은 무엇이 못마땅한지 입을 삐쭉거린다. 몇 분 후 운동을 마친 박 여인이 자릴 뜨자 종전의 여인이 내게 다가와 묻지도 않는 말을 해왔다. 내용인즉, 평소 박 여인이 오지랖이 너무 넓어 마음에 안 든다며 심지어는 푼수가 없다고 흉을 본다. 여인의 지나친 험담이 매우 듣기 거북하여, " 그분은 사람이 좋다보니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을 뿐, 푼수가 없는 분이 아닙니다."라는 말로 단호히 그녀의 입을 막았다.

사실 박 여인은 정이 많고 교만하지 않아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다. 하여 누구나 친밀하게 대하는 박 여인 아니던가. 요즘 같은 각박한 세태에 누가 타인 일에 관심을 보이는가. 다정다감한 성품의 박 여인을 경거망동한 사람으로 치부하다니…. 그런 말을 발설하는 여인이 탐탁하지 않았다. 경험은 연륜에 의해서 쌓인다. 모르긴 몰라도 여인의 나이에 이르면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혜안 정도는 갖춰야할 것이다. 걸핏하면 남의 흉허물을 들추는 이는 마음 그릇이 옹색한 소인배나 다름없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자신은 모든 면에 완전한 사람인가 여인에게 묻고 싶다. 이 여인처럼 삶을 살며 아름답지 않은 잣대로 함부로 타인을 재단하는 이들과 마주하면 왠지 마음이 꺼림직 하다. 나의 허물 또한 딴 곳에 가서도 들추지 않을 것이라고 어찌 장담 하랴.

입에 침을 튀기며 박 여인의 험담을 늘어놓던 여인 남편은 이름 석 자만 대면 다 알만한 사회적 인사라는 사실을 훗날 알게 됐다. 아무리 남편이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자리 했으면 뭐하나. 자신의 남편 사회적 지위에 걸맞게 아내로서 언행도 각별히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

흔히 타인의 허물을 들출 때 상대방에 대하여 제대로 모르는 채 어느 한 단면만 보고 혹은 상대방이 못마땅하다고 비방하기 예사다. 그 날 그녀가 박 여인의 장점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혜안을 갖췄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타인을 칭찬하는 일에 익숙했다면 자신의 품위는 물론이려니와 남편의 위신도 세웠을 터,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내 앞에서 자신의 인격을 깎아내린 셈이다. 사람은 언행에 의해서 자기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판단 받게 된다는 사실을 그 여인은 까맣게 잊고 있었나보다.

"훌륭한 성품은 쉽사리 형성 되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만들어진다. 훌륭한 성품을 발달시키려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그 사람의 성품이 바로 그 사람의 수호신이다." 라는 고대 그리스 사상가 헤라클레토스의 언명에서 인간답게 처신하는 지혜를 새삼 깨우친다. 아울러 무심코 행한 말 한마디 여하가 남 앞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놓는다는 사실을 망각한 여인의 언행을 나또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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