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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2.19 17:15:07
  • 최종수정2020.02.19 17:15:07

김혜식

수필가

어린 날 외할머니의 밥상머리 교육을 잊을 수 없다. 평소 그분의 격대 교육은 매우 지엄했다. 밥상 앞에서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엔 먼저 들지 말며, 음식을 씹을 때 소리 내지 말 것과 자신이 먹은 그릇들은 스스로 설거지를 하라는 기본적인 것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껏 나의 의식을 지배하는 가르침은, "남이 안 봐도 보는 것처럼 행동하라"였다. 즉 이 말씀은 언행에 주의하라는 의미기도 했다. 어렸을 땐 할머니의 언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할머니의 그 가르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일이다. 아파트를 청소하는 아주머니 몇 분이 그곳 동 대표한테 호되게 질책을 받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다. 베란다 창문을 열었을 때 일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동 쓰레기장 앞에 서,너 명의 아주머니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서있고 그 앞엔 아파트 동 대표 남자가 크게 호통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청소부 아주머니들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연신 두 손을 모은 채 안절부절 하는 표정이다. 귀담아 들어보니, 청소를 소홀히 했다는 동대표의 말이었다. 그 말 중엔 이번 실수가 한번만 더 눈에 띠면 전원 해고를 시키겠다는 으름장도 들렸다. 뿐만 아니라 청소부 아주머니들의 인격을 훼손시키는 심한 언어폭력도 섞였다. 그러자 청소부 아주머니 한 분이, "비록 우리가 청소 일을 하지만 엄연히 인격이 있어요. 그만한 일 갖고 마치 손아래 동생 나무라듯 심한 말까지 하니 기분 나쁩니다."라고 한다. 그러자 그 동 대표는 더 길길이 날뛰며 청소부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빗자루를 빼앗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며칠 후 그 동 대표를 아파트 헬스장에서 만났다. 주민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건네는 그를 보자 나도 모르게 빤히 얼굴이 쳐다보였다. 며칠 전 청소부 아주머니들을 대하던 태도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매우 정중하고 예의 바른 모습 아닌가. 하지만 그런 태도가 왠지 역겨웠다. 아파트 청소부 아주머니들은 모르긴 몰라도 저임금을 받으며 힘든 노역을 하고 있는 분들 아닌가. 어찌 보면 사회적으로 약자다.

사회적 약자 앞에서 자신이 아파트 동 대표라는 쥐꼬리 만 한 권력을 휘두르는 그의 이중성에 혐오감마저 일었던 것이다. 동 대표 본인은 청소부 아주머니들에게 행한 자신의 얼마 전 언행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매한 그를 지켜보며 지난날 외할머니의, " 남이 안 봐도 보는 것처럼 행동 하라."라는 언명이 의미심장하게 와 닿았다.

아파트 동 대표는 그 동에 사는 주민들의 권익을 위하여 대변하는 사람 아닌가. 그렇다면 좀 더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일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동 대표라는 권력을 약자 앞에서 남용하는 것은 동 대표가 지녀야 할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어떤 유형의 권력을 쥐고 있든 모든 권력은 사람 위에 군림하라고 주어진 게 아니다. 예로부터 권력을 악용한 자는 자신이 딴 꿀에 벌이 빠지듯 무너지기 마련이다. 일례로 조선의 제 9대 임금인 성종 치하 당시 권세를 떨치던 한명회만 해도 그렇다. 개인 별장이 비좁다며 중국 사신을 접대하기 위하여 궁궐에서 사용하는 장막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왕에게 요청했다. 이에 성종은 "공식 별장인 제천정에서 접대하면 될 것을 굳이 개인 별장에서 접대 하느냐"며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한명회는 자신의 아내가 아파서 만찬 자리를 옮기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사헌부는 한명회의 태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판단, 하늘을 나는 새도 떨칠 기세였던 당대 최고의 권력가를 낙마시켰다. 결국 한명회는 자신의 오만함 때문에 추락한 셈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겸손함은 모든 문을 여는 열쇠로 작용한다. 오르는 길이 순탄하였다고 내려오는 길도 마냥 꽃길만은 아닐 터, 가장 높은 곳에 오를수록 발밑이 매우 미끄럽다는 것을 한명회는 망각하고 있었으니 그는 평소 권력욕은 강해도 지혜와는 담을 쌓고 살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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