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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책읽기 좋은 계절이다. 풀벌레 소리가 무성한 깊어가는 가을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 저서 『그림자 노동』을 펼쳤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것은 주부에 가사노동, 장보기, 학생들 벼락치기 공부도 '그림자 노동' 범주에 들어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그림자 노동'이란 말은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가 동명의 저서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직접 주유를 하는 셀프 주유소, 비대면 거래를 위해 각종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모바일 뱅킹, 주기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저렴한 상품을 사기 위해 정보 수집을 하는 행위 등이 그림자 노동에 해당한다'. 이에 이반 일리치는 저서에서, "그림자 노동은 임금경제에 기여하는 무급 노동으로써 산업 사회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보완 물로 요구하는 무급 노동을 의미 한다"(176쪽)라고 언명했다.

이러한 이반 일리치 글에서 문득, '여류 문인들 글쓰기에 대하여서는 어떤 노동으로 명명할까·'라는 의문이 일었다. 여류 문인들은 가사노동, 직장 일을 병행하며 창작에 몰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류 문인들의 창작 행위 역시 그림자 노동 범위에 든다면 지나칠까. 한 편 글을 쓰기 위해 작가는 사유와 성찰, 사물에 대한 통찰 등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그리곤 피를 말리는 작업인 창작에 몰입 하곤 한다.

굳이 '칼보다 강한 게 펜'이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이렇게 쓴 주옥같은 시, 소설, 수필 등 문학작품 한 편이 그 시대 산소 역할을 하여 사회적 부조리와 부패를 정화 시켜 주지 않던가.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인들의 정신적 노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인들이 자신이 쓴 글에 부합한 원고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모 지방 신문사에선 오피니언 필진들에게 연말에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해줘 용기를 안겨준다. 원고료는 고사하고 자신의 필명을 널리 알리는 일도 용이하지 않다. 글을 수백 편 써놓고도 발표할 지면이 마땅치 않아서 컴퓨터 속에 잠들어 있기 예사다.

그나마 한국 문단에서 발간되는 문예지가 문인들 숨통을 다소 트이게 하고 있다. 그 또한 일부는 경제적 여건이 영세할 뿐만 아니라 지면 확보하기도 만만하지 않다. 이는 자사自社 문예지 출신 작가들 작품 만 하여도 수록하기가 지면이 한정 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문단 실태와 문인들 형편을 돌아보며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에 관한 일화에서 '오늘날 작가란 누구인가·'를 새삼 되짚어 볼까 한다. 세계대전 때 잠수함 병사로 근무한 게오르규다. 이때 비좁은 잠수함 한 가운데 마련된 통속에 산소를 측정하기 위해 토끼를 사용했다. 토끼는 산소가 부족하면 사람보다 일곱 시간 먼저 죽는다. 드디어 토끼가 죽자 게오르규가 대신 그 일을 맡았다. 병사들은 그의 건강을 염려하여 수시로 게오르규에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이 때 경험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왜· 문인이 필요한 존재인가·'를 절감했다고 한다. 문인이 괴로워하는 사회는 분명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는 생각에 이른 게오르규다. 그는 병든 사회를 고발하기 위하여 수많은 작품을 창작했다. 게오르규 작품 「25시」는 그래서 세계적으로 문명을 떨쳤던 것이다.

문인이 괴롭다면 좋은 작품이 창작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문인이 행복을 느낄 수 없는 현실이다. 문인이 행복하려면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문인들이 마음 놓고 창작에 몰두 할 수 있는 장을 사회가 마련해 주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조정래 소설가 말이 다시금 심금에 부딪힌다. 작가는 인류 스승이나 다름없다는 언술이 그것이다. 이로보아 문인이 느끼는 진정한 행복은 자신에 펜이 잉크가 마르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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