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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2.13 14:18:14
  • 최종수정2023.12.13 14:18:14

김혜식

수필가

세상 살아가는 기술은 아무쪼록 특별해야 하나보다. 그래야만 생존경쟁에서 패배자가 되지 않거늘, 그녀가 부리는 가식도 삶의 한 방편인가 보다. 이해는 가면서도 한편 역겨운 그녀 허울에 반감이 일었다. 이때 문득 어느 신문 기사 내용이 떠오른다. 인간 성품은 인체 장기인 간肝이 주관한다는 외국 어느 학계 연구 내용이 그것이다.

그러고 보니 인체 장기인 간이 우리 몸에서 해내는 역할이 지대한 듯하다. 우리 몸에서 온갖 위해물질을 해독 시키는 일도 실은 다름 아닌 간이 해내는 일 아니던가. 오죽하면 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일러 속된 말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라고 할까. 이 때문인지 교활함, 치졸하며 음흉한 성격, 이타심이 강하고 정의로운 성향 등도 간으로부터 우러나온다니 놀랍다. 하긴 관상가들 말에 의하면 인간 마음은 오장육부로부터 우러나온단다. 그러므로 그 기운이 가장 많이 서리는 게 얼굴이라고 하잖은가. 그래 관상만으로도 대략, 심성과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니 이 학계의 연구도 일리가 있는 듯하다. 그래 꼴값 한다는 말도 이에 연유한 말일게다.

그녀 간이 숨어있는 곳을 찾은 것은 몇 년 전, 어느 미끼에 유혹됐을 때 일이 다. 이 때 그녀가 빼놓은 간은 그것에 숨어있었다. 토끼전에 나오는 '토생원' 마냥 달의 맑은 기운도 받지 않았다. 또한 바람처럼 빠르지도 못한 그녀였다. 그럼에도 무시로 가면은 여러 개가 넘도록 준비했나보다. 그 준비성은 번갯불에 콩 튀기는 것보다 더 빨랐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매순간마다 바뀔 그녀 얼굴이다. 어느 누구도 그녀 얼굴 위에 덮어진 두터운 가면 이면을 본 사람은 손으로 꼽을만큼 아직은 몇 안 될 성 싶다. 그만큼 위장에도 철저한 그녀일 듯하다. 백치미가 엿보일만큼 상대에게 허점을 보이기도 하는 수더분한 외양이다. 간교한 처세는 거짓에도 능했다. 이런 그녀는 목적을 위해선 아무런 죄 없는 자를 음해하고 모함하여 수렁에 빠트리는 일도 능수능란할 듯하다. 그날 일을 미뤄봐선 이런 추론마저 앞선다.

그녀 간이 숨어있는 물건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곳을 찾은 것은 순전히 필자 잘못이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호객 행위에 반하여 국산 차를 판매하는 곳을 찾았다. 처음엔 어느 여인이 길거리에서 세숫비누, 소량의 차가 든 물건을 비닐 봉투에 담아 건네며 잠깐 시간 좀 내달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 미끼에 눈멀어서 후텁지근한 천막 안에 갇혀서 30분가량 대형 모니터 앞에 서있어야 했다.

그곳에서 국산차 공장 정경 및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던 스무 명 가량의 인원이다. 이 들에게 박수까지 요청하며 국산차 선전에 열을 올리는 여인이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은 그녀 말이 끝날 때마다 마치 아이들처럼, "네" 하며 입을 모아 호응하곤 했다. "저희는 차 만드는 공정이 매우 위생적입니다."라는 간드러지게 외치는 소리에 우레와 같은 박수까지 보내야 했다. 드디어 모니터로 보여주던 방송이 끝난 후, 한 장의 종이를 개개인한테 내밀며 차가 포장된 종이 박스가 무거우니 주소를 적으란다.

요즘 누가 개인정보를 함부로 그것도 길거리 약 장수한테 내밀겠는가. 아무리 건강에 유익한 국산차라지만 가격 또한 박스 당 당시 20여 만 원에 이르는 가격을 치루며 선뜻 몇 박스씩 구입할 사람이 뉘겠는가. 발길을 돌리려는데 그녀가 다가오더니 필자 손에 들린 나눠준 홍보물인 세숫비누, 차 5봉지가 든 비닐 봉투를 낚아채듯 빼앗는다. 물건을 구입 안하면 이 홍보물을 받을 자격이 없단다. 호객 행위 시 말과 전혀 딴판인 언행이었다. 그날 공짜라는 말에 홀려서 아까운 시간 30분을 그녀 말에 빼앗긴 게 무엇보다 속상했다. 한편 인간이 이해타산에 얽혀 낯을 바꾸는 방법도 여러 형태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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