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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유독 손이 차다. 손이 지닌 냉랭함 탓에 겨울철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방의 손을 잡기가 망설여진다. 신체의 냉증은 선천적인가보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께서 뜨개질 해준 벙어리장갑으로 차디찬 손을 보호하곤 했다.

어린 날 잠시 시골에서 살 때 일이다. 어느 겨울 날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영수가 얼음판에서 잃어버린 장갑 한 짝을 끼고 썰매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뜨개질 해준 장갑을 영수가 끼고 있는 것을 본 후 무척 속상했다. 하지만 어린 맘에도 영수가 상처 입을까봐 그 애 앞에서 선뜻 내 장갑이란 말을 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이 말을 전하자 어머닌 내게 남은 장갑 한 짝마저 영수에게 갖다 주라고 하였다. 영문을 몰라 해 하자 어머닌, "어차피, 너는 장갑이 한 짝만 남아 쓸모가 없으니 영수나 온전히 착용할 수 있게 그 애 집 앞에 몰래 갖다놓고 오거라." 라고 한다. 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헤아린 나는 벙어리장갑 한 짝을 영수네 집 앞에 갖다놓고 왔다. 이 때 영수가 그 장갑을 끼고 추운 겨울날 언 손을 녹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어린 마음에도 타인이 지닌 고통을 나누는 일이, 마음의 온기를 전해 주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 처음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런 일들은 인정 많고 남을 배려하는 어머니의 가정교육에 의하여 그 후에도 숱하게 행해졌다. 학교에서 준비물을 미처 못 챙겨오는 아이들을 위하는 어머니였다. 어머닌 내 것 외에도 항상 준비물을 넉넉히 챙겨주곤 하였다. 그런 어머니 모습을 지켜보며 이타심이 절로 학습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란 말이 이래서 생긴 듯하다.

치매를 앓고 있는 친정어머니다. 그럼에도 어머닌 요즘도 날마다 시피 반찬을 싸서 주간 요양 보호소 친구 분들께 나눠준다고 하였다. 어머니의 행동에서 '천성고칠 약 없다'라는 말을 실감하곤 한다.

불과 수 년 전 이야기다. 학부모 부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그룹으로 논술 및 독서 지도를 했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하며 느끼는 바가 매우 컸다. 순수해야 할 동심마저도 각박한 세태를 닮아가는 듯해서다. 하다 못하여 지우개를 다른 아이가 빌리면 마지못해 한번은 빌려줘도 더 이상은 안 빌려준다. 일부이긴 하나 자기중심적이라고나 할까. 몇 해 전엔 노란 병아리 한 마리를 계단에서 떨어트리는 장난을 하는 어린이도 목격했었다. 동물도 생명이 소중하거늘, 그 모습을 보며 왠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요즘 재산을 탐내어 친모를 살해 한 어느 젊은 여성에 대한 뉴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아무리 물신주의와 인명경시가 만연한 세태라 하여도 어찌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게 칼끝을 들이댈까? 이런 인면수심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지켜보며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우친다. 범인들이 어려서부터 타인을 배려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 및 따뜻한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교육을 부모로부터 받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범죄일지도 모른다.

이게 아니어도 해서 될 일과 안 될 일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 또한 학교 교육 못지않은 참교육이 아니던가.

요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이루면 된다'라는 그릇된 사고가 팽창해 있다. 타인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해서라도 자신만 뜻을 이루면 된다는 생각에 변칙과 편법을 일삼기도 한다. 일각에선 이런 방법으로 영달을 얻고 부를 움켜쥐는 것도 남다른 능력이라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진정 인간으로서 부러워 할 일은 타인에 대한 남다른 이타심을 지닌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무명인(無名人)일지라도 어디서든 찬란한 빛을 발하며 삶의 어둠을 물리치는 만인의 태양이 되어주고도 남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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