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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히틀러는 진정 편집증 환자였나 보다. 그가 제 2차 세계 대전 때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한 악행이 그것을 방증 한다. 심리학에서 편집증 환자 증세는 따뜻한 인간미의 결여라 이르고 있다. 또한 그것에 대한 심각성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고 했다. 오직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점만 내세운다고 했다. 이 이론에 따르자면 히틀러가 편집증 증세를 골고루 갖춘 셈이다.

삶의 총량을 정확히 잴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사다. 때론 눈 저울 눈금이 엇갈려 이익 대신 손해도 보기도 한다. 이에 따라 헛발질도 하기 일쑤 아니던가. 그럼에도 편집증 환자들을 살펴보면 매사 철저하고 과제 지향적인 모습이다. 이로 인해 야심적이고 유능하며 냉철하다는 평가를 주위로부터 받기도 한다. 이런 성격은 정서적 기능의 문제로 상대의 감정을 외면하는 탓에 완고하고 차갑다는 느낌이 전부다. 즉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어디 이뿐인가. 매우 지배적인 성향도 있다. 열등감, 무력감이 심하여 자존심이 저하된 게 특징이다. 이것이 지배적, 우월적, 적대적 행동을 유발 시키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가장 특이한 점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관계를 믿지 않는다. 사랑을 못 믿을 정도라면 편집증 환자의 삭막하고 메마른 심성을 짐작할 만 하다. 제아무리 목석도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 앞엔 목숨까지 기꺼이 바칠 각오를 불러일으키는 게 사랑의 힘이 아니던가.

정신병이 사회에 만연한 원인으로써 후기 산업 사회 이후 극심해진 빈부 격차를 꼽기도 한다.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급변해온 현대적 사회 요인이 정신질환을 야기 시키는 병소(病巢)로 작용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낳은 병폐로써 우울증, 편집증 인격, 분열성 인격 등의 정신병 질환이 있다. 의외로 우리 사회에 이런 정신병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은 겉모습만으론 판단이 쉽지 않다.

편집증 환자를 주의 깊게 살필 이유는 다름 아니고 이들의 경직된 사고 때문이다. 이것이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어서다. 이 병을 앓는 이들은 열등감이 매우 강하다. 하여 타인을 사랑하기보다는 적대심이 그득하다. 아랫사람 즉 약자에게는 매우 권위주의적 태도를 취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하여 과대 망상적 성향을 보이기도 하는 게 편집증 환자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을 지른 노년 남성은 실은 편집증 환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의 토지가 도로 건설에 수용되면서 제대로 보상을 못 받은 것에 분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싶어 숭례문에 방화를 결심 했다는 게 그의 범행 동기다. 그는 숭례문에 불을 지르기 전 창경궁 문정전에도 방화를 했던 전과자였다. 이렇듯 한 사람의 정신병자가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은 그 위험 수위가 상상외다. 숭례문이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을 보면서 국민들은 얼마나 발을 동동 굴렀던가. 국보 1호로 지정될 만큼 소중한 민족 문화유산이 한 사람의 정신병으로 인해 순간에 그 가치를 잃었잖은가. 물론 오늘날 다시 재현된 모습으로 지어졌지만 어찌 옛 모습에 견줄 수 있으랴.

건강은 심신의 균형으로 이루어진다. 지난날 잠시 우울증을 앓아보니 새삼 정신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혼탁해진 마음을 정립하려면 물질문화 및 정신문화의 조화를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무조건 신속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릴까 한다. 또한 공존을 외면한 어느 우월성을 좇지 말아야 할까보다. 무엇보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심 가득한 마음의 옷부터 훌훌 벗을까한다. 이제 2021년도 불과 몇 달 안 남았다. 이른 감은 있지만 새해의 결심을 지금부터 미리 정해볼까 한다. 새해엔 타인의 고충을 함께 나누는 배려를 일상화 하련다. 심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곳은 다름 아닌 밝고 따뜻한 세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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