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혜식

수필가

멀쩡한 가구가 버려진 게 눈에 띄었다.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일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아닌가. 그럼에도 이사철만 돌아오면 이렇듯 쓸 만한 물건들이 쓰레기로 버려지곤 한다. 그것을 볼 때마다 왠지 아깝다. 한 쪽엔 서랍장이 부서져 잔해인 나무만 끈으로 묶여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성한 목재다. 이것으로 야트막한 나무 의자를 비롯, 집 안에 선반 등을 만들면 생활에 유용할 듯하다.

이 생각에 이르자 어린 날 기억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어머니는 장터에서 토끼 한 쌍을 사왔다. 사과 궤짝에 토끼 한 쌍을 넣어두었다. 하지만 비좁은 공간이어서인지 토끼는 제대로 운신을 못한 채 한껏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이에 안쓰러워 직접 토끼집을 짓기로 했다. 톱을 들고 뒷산을 찾았다. 토끼집을 지을 나무를 잘라 한 아름 안고 집으로 왔다. 그리곤 마당에서 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못을 박아 드디어 토끼집을 완성했다. 비록 엉성하지만 그런대로 모양새를 갖춘 토끼집이었다. 이를 본 어머닌, " 우리 딸이 참으로 솜씨가 좋구나!"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날 어머니의 칭찬은 학교에서도 교실 환경 정리, 청소 등을 솔선수범하도록 이끌었다.

당시 내 힘으로 토끼집을 짓자 어린 마음에도 뿌듯했다. 그 일 이후로 설거지 및 집 안 청소, 동생 돌보기 등 집안일을 돕는 일에 주저치 않았다. 도깨비 방망이로 둔갑한 요즘 부모들이 들으면 이해할 수 없을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학교가 파하면 오로지 학원 순례에 길들여지고 있잖은가. 아이들이 스스로 집안일을 거들며 책임감과 성취욕 및 일의 과정 등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는 일만큼 좋은 공부가 어디 있으랴. 지난날 토끼집을 지으며 무슨 일이든 공을 들이고 노력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 일찍이 경험할 수 있었다.

요즘도 병환 중인 친정어머니를 위하여 매일 정성껏 죽을 쑤고 있다. 죽도 힘들게 쑬 필요 없다. 죽 가게에 가면 종류 별로 고를 수 있잖은가. 이게 아니어도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3D 기피 현상이 우리들 의식 속에 뿌리 내린지 이미 오래다. 노력하지 않고 힘 안들이고 어찌 어떤 일의 만족한 결과물을 얻을 것인가.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그 무엇도 없잖은가.

물만 부으면 금세 활짝 피어나는 플라스틱 컵 속의 꽃을 본 적 있다. 그 꽃을 대하며 자연의 섭리마저 문명의 그늘에 잠식당하는 기분이었다. 이는 어쩌면 나만의 고루한 생각일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문명과 과학의 발달로 이젠 우주의 시대마저 열고 있다. 그까짓 꽃 한 송이 단숨에 피우는 일쯤이야 대수롭지 않잖은가.

하지만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선 그에 합당한 과정을 치러야 한다. 다 알다시피 씨앗이 땅 속에서 싹을 틔우기까진 바람과 비를 맞고 햇살을 받는 게 순리 아니던가. 그런데 무슨 묘술인양 물만 부우면 즉시 꽃이 피어나니 기이한 현상인 것만은 사실이다. 한편 그 꽃을 십수년 전 어느 백화점에서 본 후 기발한 착상이련만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았다. 급속히 인공적으로 피어난 꽃엔 향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보자 대뜸, '우린 이 꽃처럼 너무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에만 연연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녕 '빨리빨리 증후군'에 시달리다보면 우리 특유의 민족성인 은근과 끈기가 말살 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라면 지나칠까.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편리하고 신속할수록 '최고의 진(眞)이자, 선(善)과 미(美)'라고 여긴다. 그러나 인간이 쏟는 노력과 공(功)만큼은 신도 미처 행하지 못할 최상의 진(眞)이며 선(善)이고 미(美)가 아니던가. 이런 세태여서인지 매사 노력과 공을 들이는 일이야말로 과학과 문명의 후광이 공존하는 행복한 삶임을 새삼 깨우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