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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어린 날 어렵사리 신문을 구했다. 세태를 꼬집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인 신문 만평에 홀려서다. 그것 하단엔 예쁜 여배우, 미남인 남자 배우 사진이 흑백으로 인쇄 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 제목은 기억 없지만 당시 그 사진을 보며 나도 훗날 자라서 영화배우가 돼야겠다는 꿈을 키웠던 기억도 새롭다. 또한 신문 일면 전체에 큼지막하게 실린 안데르센 동화 전집에 관한 광고 사진을 본 후 동화 작가가 되고 싶은 꿈도 키웠다. 돌이켜보니 그 때 꿈이 어쩌면 현재 수필을 창작하도록 이끈 듯하다.

하지만 배우가 되겠다던 꿈은 좌절 되고 말았다. 배우 학원을 몰래 일 년 가까이 다닐 즈음 어머니께 들켰다. 어머닌 이 사실을 알고 연예인만큼은 절대 안 된다며 완강히 반대를 하는 바람에 그 꿈을 접었다. 배우 학원 연기 수업이었던 팬터마임은 지금도 뇌리에서 잊히지 않고 생생히 기억될 정도다.

어린 시절 나에게 꿈을 안겨줬던 신문이다. 요즘은 영상매체 발달 탓인지 시중에서 신문을 구입하기가 전과 같지 않은가보다. 얼마 전 지인이 신문 한 부를 구하려고 고속터미널, 시외버스 터미널 등 판매대를 찾아다녔단다. 그러나 신문 판매하는 곳이 없어 하는 수없이 신문사를 직접 방문해 구했다고 한다.

시중에서 신문 판매대가 사라진 것은 어찌 보면 요즘 현대인들이 편리성만 추구해서가 아닐까 싶다. 스마트 폰 및 인터넷을 통하여 한 눈에 세상사를 읽을 수 있으니 굳이 종이에 인쇄된 신문을 구독하지 않아도 되는 세태에 이르렀다고 하면 지나칠까. 그러나 어린 날 읽어온 신문지에 인쇄된 활자에 익숙해서인지 인터넷 및 스마트 폰에서 뉴스를 접하는 일이 왠지 낯설다.

독서광이었던 나는 초등학교 사학년 때부터 신문을 애독 했다. 처음엔 신문 만평 내용에 매료돼 그것을 가까이 하였다. 신문은 읽을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유익한 창窓이 되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도 그 때 비로소 깨달았다. 신문에 나오는 어려운 글자에 대한 뜻은 사전을 찾아서 의미를 깨우쳤다. 그 덕분인지 또래 아이들보다 어휘력이 풍부했다. 또한 신문은 나로 하여금 일찍 세상사에 대한 견문을 넓혀 주기도 했었다. 허나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신문 또한 마음 놓고 구독할 수 없었다. 생각 끝에 이웃집에서 읽고 버리는 헌 신문을 얻어오곤 하였다. 비록 지난 소식 내용이었지만 그것을 머리맡에 쌓아놓고 한 부 한 부 샅샅이 읽어내려 갈 때 느끼는 재미는 참으로 쏠쏠했다. 이렇게 신문지가 닳도록 읽은 헌 신문은 우리 집 화장실로 보내져 휴지 대용으로 사용했다.

그 시절엔 재래식 화장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변소에서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 시간이 즐거웠다. 이는 지난 시간 내가 읽은 신문을 다시 읽는 또 다른 기회였기 때문이다. 헌 신문지를 잘라 철사 줄에 꽂아 두루마리 휴지 대용으로 쓰는 조각난 신문이었다. 그것을 새삼 읽을 때는 재래식 화장실 특유에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마저도 미처 느끼지 못할만큼 기사에 한껏 흡인 되곤 했었다.

그토록 신문을 탐독하였던 것은 요즘처럼 볼거리, 읽을거리가 흔치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밖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다가도 눈앞에 동화책이나 신문이 어른거리면 가차 없이 그만두고 집에 와 그것들을 읽곤 하였다.

세상은 바뀌어 책도 전자책 시대다. 눈만 뜨면 지구촌 뉴스가 실시간으로 스마트 폰으로 쏟아져 들어오곤 한다. 하지만 아직도 잉크 냄새가 채 마르지 않은 신문과 책장을 한 장 씩 넘기며 읽는 종이책에 대한 향수를 가슴에서 못내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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