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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태양 빛에 혹하여 강한 집념으로 작품을 창작한 클로드 모네(1840-1926)이다. 그는 '빛은 곧 색채'라는 신념으로 빛에 따라 달라지는 사물을 면밀히 탐색했다. 태양이 떠올라서 서녘으로 질 때까지 빛에 집착한 그의 의지를 작품 '수련'에서 엿볼 수 있다.

1897년부터 세상을 떠난 1926년까지 그가 매달린 '수련'연작이다. 오로지 이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하여 오십이 넘어서 파리 근교 도시 지베르니로 이사해 정원에 연못을 만들었다. 당시 그는 서양에서는 흔치 않은 정원의 연못을 만들었는데 이는 수련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연못 위에 만든 일본식 아취형의 다리 위에서 그는 연꽃을 감상하며 빛이 비치는 자연의 생동감과 아름다움, 그리고 시시때때 변화하는 풍경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였다. 이때 모네는 다양한 빛과 색을 관찰하느라 열다섯 개나 되는 캔버스를 정원에 세워놓고 한꺼번에 작업하기도 했다. 그런 모네의 불타는 예술 혼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모네 자신조차 "나의 가장 아름다운 걸작"이라고 자찬自讚한 '수련'연작을 대할 수 있다. 그는 이 그림을 연작하느라 얼마나 빛에 심취했었는지 말년엔 백내장으로 시력을 거의 잃게 됐다. '수련'연작은 빛을 사랑한 모네가 말년 즈음, 빛을 거의 보지 못하는 슬픔을 겪으면서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이다.

귀가 안 들릴 때까지 작곡에 몰두한 베토벤, 앞이 안보일 때까지 한 시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린 모네, 이렇게 인생을 다 바쳐 심혈을 기울인 예술가들이 있기에 그들 작품 앞에서 우린 이토록 깊은 감명을 받을 수밖에 없나보다.

이런 감흥을 지난 음력설에 나또한 받았다. 음력 설날 청주시립 오케스트라 신년 음악회를 관람하며 참으로 가슴 벅찬 감동에 휩싸였다. 이는 객석의 수많은 관중들 역시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모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수석 연주자였던 큰 딸이 청주 시립 교향악단의 객원 연주자로서 초청 받아 이번 신년 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비올라 연주를 했다. 이날 연주곡들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b 장조 작품번호 1번,' 라벨의 '라 발스',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로서 1시간 30 분 동안의 연주였다. 특히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중 제 4부,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가 매우 음악의 묘미가 있었다. 고대 로마군이 도로 위를 행진하는 씩씩한 위용과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군대의 발소리가 절묘하게 포착됐다. 또한 점차적으로 고조되는 군인들의 기개와 용맹스럽게 울려 퍼지는 팡파르, 장렬한 음색의 마무리가 매우 장엄하여 관객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무엇보다 앙코르 곡인 애조 띤 음색의 아리랑 연주를 듣는 순간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아리랑은 언제 들어도 마치 대한민국 표상의 음악인 듯하다. 이 때 오케스트라 연주곡 못지않게 지휘자의 뒷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 1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마치 벌이 날갯짓 하듯 쉼 없이 손놀림을 하는 지휘자이다. 그의 훌륭한 지휘가 있었기에 오케스트라의 수많은 악기들 음률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어낼 수 있잖은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앉아 연주하여 객석 먼발치에서도 대략 그 모습을 볼 수 있으나 유일하게 연주자만 자신의 뒷모습으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날 지휘자는 얼마나 자신의 일에 몰입했는지 얼굴에 흐르는 땀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내기에 바빴다. 이런 지휘자의 뒷모습에서 이 날 음악회의 대성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관객들에게 연주 내내 자신의 등과 지휘하는 두 손만 보이는 지휘자다. 나는 그의 당당한 뒷모습과 감미로운 음악의 선율에 흡인되어 잠시나마 무아지경을 헤어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지휘자의 뒷모습에서 자신의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할 때 남자도 여성 못지않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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