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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사람은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은혜를 받고 또 은혜를 베풀며 산다. 이 때 남에게 은혜를 베풀면 오히려 받는 은혜가 더 크다. 이로 보아 자선이야말로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최고의 덕행이다.

자선의 원형은 타인을 향한 사랑이다. 타인에 대한 이타심이 없다면 자선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하여 타인에게 베푸는 사랑이 꼭 돈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 푼 재산 없는 사람, 혹은 중병에 걸려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도 나아닌 타인을 위하여 얼마든지 자신이 지닌 것을 베풀 수 있다. 불교의 무재(無財) 칠시(七施)가 그것이다. 무재(無財) 칠시(七施)란 안시(眼施),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 언사시(言辭施), 신시(身施), 심시 (心施), 상좌시(上座施), 방회시(房會施)를 말한다.

무재(無財) 칠시(七施)의 뜻을 눈여겨보면 우리네 삶 속에서 누구나 행할 수 있는 일들이 전부이다. 부드러운 눈길로 주위 사람 마음을 밝게 해주는 것도 보시(普施)요, 웃는 얼굴로 타인을 대하는 일도 진정한 보시(普施)다. 부드러운 말씨, 자신의 몸으로 사람과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과 감사의 말로 주위 사람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것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 또한 장소와 자리를 양보하여 사람들의 불안정한 마음을 편히 해주며, 걸인이든 누구든 찾아오는 사람 있으면 하룻밤 재워주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야말로 무재(無財)의 칠시(七施) 아니던가.

이중에 평소 신시(身施)를 행하는 여인을 알고 있다. 타인의 어려움을 자신 일처럼 생각하는 그녀는 누군가 곤경에 처하면 기꺼이 소매를 걷곤 한다. 그리곤 자신의 일처럼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상한 현상이다. 어려울 때 그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토사구팽까지 하잖은가. 어려울 때 그녀의 도움을 받은 후 그 일로 자신의 입지가 불안한 나머지 십 수 년을 두고 그녀를 모함하고 음해한 여인도 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좋은 일 하고 뺨 맞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녀를 곁에서 지켜볼 때마다 고(故)황태영 수필가의 글 내용에 깊은 공감이 일곤 한다. 선한 사람 곁엔 사기꾼이 많이 모인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표현임에 분명하다. 유유상종이라고 어질고 착한 사람 곁엔 같은 부류의 사람이 모여야 원칙이다. 그럼에도 착한 사람 곁에만 몰려오는 사기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내용은 요즘의 세태를 잘 반영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녀만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남의 일에 몸 사리지 않고 솔선수범 하면 상대방은 그것을 자신의 잇속을 채우는데 역이용하곤 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뿐 만 아니라 자신의 어려움이 해결되면 네 덕 언제 봤느냐 식으로 등 돌리기 예사이다. 이기심이 팽배하고 이해타산에 얽혀 인간관계도 맺고 끊는 이즈막,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녀처럼 순수하게 남의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 과연 얼마일까. 아무런 이해타산 없이 타인을 위하여 배려를 하면 '혹시 무엇을 바라는 게 아닐까?'라고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시선은 또 무엇일까· 이런 의식의 발로는 요즘 타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에게 잇속 없는 일은 행하지 않는 세태여서라면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안쓰러워 곁에서 말리기라도 할양이면 자신은 타인의 어려움을 도와줄 때 어떠한 대가도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요즘처럼 각박한 세태의 잣대로 본다면 그녀는 바보 가 분명하다. 혼신을 다하여 타인에게 베풀어도 보은(報恩)은커녕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배신뿐이잖는가.

홀로 궁색한 형편에 시부모와 가족들을 부양하면서도 타인을 위하여 베푸는 삶을 사는 그녀이다. 매사 눈 저울질에 능숙하지 못한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이타심이야말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마법이라는 것을 새삼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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