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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4.03 17:48:18
  • 최종수정2019.04.03 17:48:18

김혜식

수필가

인간은 어찌 보면 근시안이라고 해야 할까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줄 모르면서 지성이니, 교양이니, 인격 등을 논한다. 소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니 이런 논의는 당연할지 모르겠다.

필자 또한 평소 수필을 창작하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뇌로써 인간 본성에 근접한 작품을 쓰길 갈망했다. 하지만 아무리 수필이 인간학(人間學)이라고 이르지만 한 편의 수필 속에 그 본질을 전부 담아내기란 역부족임을 느낀다. 무엇보다 가장 잘 파악할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간파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속내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철학자는 아니지만 나를 포함하여 인간 자체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불완전한 존재' 그 자체 아니던가. 욕망과 모순으로 점철된 게 인간 본연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사회적 신분이 높으면 사람 됨됨이 또한 고결한 성품을 지닌 것으로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을 심판하고 누구보다 솔선수범하여 법을 준수해야 할 사람이 법조인이다. 이런 이가 국정 농단의 참여로 법의 심판을 받는가하면 검사가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세간에선 정의가 사라졌다고 개탄한다.

며칠 전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평소 애주가인 남편과 술에 대한 논쟁을 벌인 적 있다. 논쟁의 주제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술 알아맞히기'였다. 나는 프랑스 산(産)으로써 병 전체가 24k 순금 도금되어 병 값만 100 만 원이 넘는 '프랑소와 라벨레 후라팡'을 손꼽았다. 이 술은 프랑스 작가 프랑소와 라벨레 탄생 500주년을 맞아 프랑스 지방 후라팡 가문이 600병으로 한정 생산했다. 남편은 프랑스의 메종 두도뇽(MAISON DUDOGNON)이라는 코냑 회사에서 출시된 '헨리 4세 두도뇽 헤리티지 디엔에이 코냑'이라고 주장했다. 딱 1 병 만 생산된 이제품의 술병은 4kg의 백금과 황금, 6천 500개의 크고 작은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있고 시가 20억 원이 넘기 때문이란다. 또한 그 술병 속에는 100년 넘는 원액이 1리터 담겨져 있다는 남편의 설명이다.

남편의 말을 들은 후, 호화롭고 값비싼 보석들의 장식은 물론이려니와 어마어마한 술 가격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더욱더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100년을 숙성 한 술이라는 점이다. 만약 이 술이 병만 화려하게 온갖 보석들로 장식 돼 있고 정작 내용물은 한 낱 몇 년 밖에 안 된 술이 들어있다면 이토록 높은 가치를 지녔을까·

사람도 매한가지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이 전부는 아니다. 내면이 무르익어 인간다워야 한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의 양상을 살펴보면 직장이나 이웃에 누구보다 친절하고 성실했던 사람인 경우도 있단다. 그러나 알고 보니 다중인격자, 혹은 사이코패스여서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게 아니어도 남 보기에 마냥 순한 양 같은 사람이 겪어보니 이기적이고, 심술 많고 질투심이 심한 경우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녔다고 하지만, 진정으로 선량한 사람은 마음자락이 순연한 사람이다. 겉을 치장한 너울이나 내면이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 진짜 선인(善人)이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 법도, 예의를 알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알며, 눈앞의 소소한 이익 때문에 의를 저버리지 않는 이야말로 현대가 바람 하는 인간상이 아닌가. 사회가 급변할수록 야기되는 정신병 병소(病巢) 중 하나가 상대적 박탈감과 땅에 떨어진 도덕과 윤리 때문이라는 사회학자의 주장이 이를 방증한다.

내 것은 실오라기 하나도 남에게 베푸는 것을 아까와 하며, 남이 베푸는 배려와 노고는 당연하게 여기기에 감사한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 얼마나 비천한 인품인가. 그래 부모, 스승의 은혜도 헌신짝처럼 저버리기 예사다. 높은 학식, 지성, 교양도 중요한 품성이지만 가장 먼저 지닐 소양은 매사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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