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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음식은 인간 삶의 생존을 위해선 필수다. 음식물을 통하여 우리는 영양을 섭취하고 건강을 지킨다. 그런 음식도 세태 따라 기능과 효용성을 달리하나보다. 요즘 젊은이들이 분말을 물에 타 마시는 것으로 단순하게 끼니를 때우고 있다는 매스컴의 보도가 있다.
젊은이들의 이러한 식습관은 아마도 시간을 아껴 직장 일, 취업 준비에 몰입하려는 욕심에서 일 것이다. 도심지에선 집 밖 한 발짝 만 나서면 한 집 건너로 식당이 자리해 있다. 그럼에도 식당에 가는 시간조차도 아껴야 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뿐만 아니라 삶에 떠밀려 사는 현대인들은 온 가족이 밥상 앞에 모여 식사 하는 일도 드물다. 자연 이런 형국이니 아이들 밥상머리 교육도 실종된 지 이미 오래이다.
어린 날 어머닌 겨울철만 돌아오면 언 발을 동동 구르며 밥상을 차리곤 했다. 이 때 혹독한 동장군은 밥상 위에 반찬 그릇들마저 얼어붙게 하였다. 밥상 위에 그릇들이 미끄럼을 타기 예사였다. 수저와 젓가락을 밥상 위에 올리려면 손에 쩍쩍 달라붙어 뗄 수 없을 정도였으니 어머니의 고초를 미뤄 짐작할 만 하다.
어린 날 끼니때마다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 거리는 늘 산더미처럼 쌓였다. 요즘처럼 식기세척기가 있는 것도 아니요, 고무장갑은 물론 온수, 냉수가 번갈아 펑펑 쏟아지는 부엌 구조도 갖추지 못했다.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인덕션 등 전자제품의 조리 기구가 발달한 요즘과 달리 당시엔 아궁이에 불을 때거나 연탄아궁이, 석유곤로로 음식을 요리해야 했다.
우리 집은 석유곤로와 한 때는 땔감 아궁이를 통하여 어머닌 끼니때마다 밥을 지었고 반찬을 요리했다. 대가족의 음식을 끼니마다 요리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만은 않았을 터, 하지만 어머닌 평소 힘든 내색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 된장찌개를 끓이고 나물을 무치고, 멸치 볶음을 맛깔스럽게 해내고 김치를 담궈 우리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살찌웠다. 돌이켜보니 오늘날 우리들 심신이 어머니 혼과 피땀 어린 가사 노동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니 더욱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이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 어머니와 달리 요즘 나는 끼니마다 주방에서 밥하는 일이 때론 귀찮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틈틈이 간식도 해주길 즐겼었는데 이즈막엔 끼니 때 음식 요리 하는 일에 만 충실할 뿐이다. 무엇보다 식사 후 설거지하기가 썩 내키지 않는다. 주방에 식기세척기가 있건만 왠지 기계에 설거지를 맡기기가 꺼림직 하여 직접 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현대는 인공 지능의 발달로 로봇 청소기가 집안 청소를 담당하고, 밥은 전기밥솥이 해주고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 편리하고 신속한 시대다. 하지만 아무리 지능이 뛰어난 로봇일지라도 행할 수 없는 게 있다. 음식 맛이 그것이다. 계량화 된 재료만으론 왠지 맛이 부족하다. 정성이 깃든 손맛을 결코 기계는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소소한 집안일 역시 로봇이 주부의 전문적인 손길만큼 해 낼 수 없는 노릇이다.
이로보아 여성의 가사 노동은 그 가치가 실로 크다. 오늘날 국가가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여성의 가사 노동이 그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의 최소 단위는 바로 가정 아니던가.
끼니마다 주부들의 정성과 사랑이 깃든 밥을 먹고 든든한 뱃속으로 직장, 학교를 다닐 수 있기에 우리의 사회가 이만큼 발전하고 있잖은가. 하여 전업 주부도 엄연히 따지자면 가장 숭고하고 섬세함을 갖춘 전문적인 직업이라고 강조한다면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이젠 직업도 세분화 된 세상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누군가 나에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어온다면 ‘전업 주부’라고 당당히 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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