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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지난겨울은 유독 북극 바람이 맹위를 떨쳤다. 이렇듯 동장군이 기세를 부리자 우리네 심신도 한껏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매스컴에서 전해주는 뉴스는 강추위도 물리치게 하였다. 초로의 남성이 꽁꽁 얼어붙은 한강에 투신자살 하려는 어느 여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다는 뉴스가 그것이다. 그는 한강에 뛰어든 여성을 발견하고 얼어붙은 한강까지 다가가 여인에게 구명환을 던졌으나 얼음이 깨지면서 그 역시 여인과 함께 강 속에 빠지고 말았다고 한다. 마침 신고를 받고 달려온 소방서 구조대원에게 자신보다 물속의 여인을 먼저 구해 달라고 부탁 했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다.

자신보다 타인 목숨을 더 소중히 여긴 그 남성의 선행이 참으로 훈훈하다. 하여 이 뉴스는 겨울 혹한마저 한껏 녹이는 듯하였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하려고 한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겸손해 한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태에 몸 사리지 않고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하려한 그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음 있다. 이 때 텔레비전 뉴스 자막에서 그의 이름 석 자를 발견한 순간 '귀한 인명을 구하려 한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이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름'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해 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인간은 태어날 때 부모님이 지어준 고유의 이름을 지닌다. 만물 유명(萬物有名)이라고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 그중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널리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요즘은 농산물에도 생산자의 사진과 실명을 겉포장에 표기하고 있다. 이는 다 알다시피 자신이 생산한 물건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이려니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실명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시장에서 생산자들은 소비자에게 자신들이 생산한 물건의 품질에 대하여 믿음을 안겨주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기업체를 비롯해 농산물 생산자 모두 자신들의 이름 석 자를 품질 보증서로 대신하고 있나보다. 요즘엔 식당도 자신들 음식이 원조라고 주장하며 간판에 사진과 실명을 크게 써 놓기도 한다. 이는 음식도 맛을 보증하는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떡볶이 점, 호떡집, 순대 가게도 일명 메이커를 따지는 시대이다. 가전제품, 생활용품, 먹거리, 식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체들은 자신들의 회사 이름에 대한 자긍심 고양과 품질 좋은 물건을 생산하기 위하여 평소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사람도 마찬가지여야 할 것이다. 저마다 지닌 자신의 이름에 대하여 영광과 세인(世人)들의 존경, 칭찬이 뒤따르기를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인간성의 기본 속성인 명예욕이야 말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여러 사람들 입에 회자되기를 바라는 마음 아니던가. 하지만 명망 높은 이름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설령 명성을 얻었다 하더라도 평소 악행을 저지르거나 자신의 이름에 대한 절조(節操)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이 또한 머잖아 오명(汚名) 및 공명(空名)으로 남을 일이다.

요즘 미투((#MeToo)운동의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 사람들 면면을 살펴보면 세간에 이름 석 자께나 널리 알려진 이들이 다수여서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오죽하면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Bacon. 1561~1626)은 "명예를 얻는 비결은 정도(正道)를 행할 때 가능하다" 했을까. 이로보아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하려고 강물에 뛰어든 그 남성은 용명(勇名)과 미명(美名)의 사람임이 분명하다.

희망찬 새봄인 4월이다. 올 봄엔 우리의 이름 석 자가 누군가 가슴에 정갈하게 아로새겨져 이름만 불러도 입 속에서 향긋한 향기가 피어오르는 미명(美名)이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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