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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요즘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은 우연한 기회에 얻었다. 전과 달리 사소한 일에도 감사한 마음을 지녀서인지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동안 갱년기 증세였나 보다. 평소 심신의 위축 탓인지 까닭 없이 불안하고 우울하기 예사였다. 이렇게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는 미용실을 찾곤 하였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커트 하거나 파마를 하고나면 종전까지 요동치던 마음이 다소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럴 때마다 미용사에게 고마움이 앞선다. 여성은 헤어스타일만 바꾸어도 인상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기분마저 환기 되는 게 사실이다. 이러니 미용사야 말로 얼마나 복된 직업인가. 타인에게 아름다움은 물론 마음의 치유까지 안겨주는 미용사가 아니던가. 그래 언제부터인가 나또한 미용실을 찾을 때마다 그곳 미용사에게 은연중 깊은 관심을 지니곤 한다.

어제도 시내 외출을 했다가 우연히 어느 미용실을 들렸다. 미용실 안은 클래식 음악이 은은히 흐르고 있어 마치 커피숍처럼 아늑하였다. 그곳을 둘러보노라니 커다란 거울 앞에 앉아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단정하게 단체복장을 한 많은 미용사들이 고객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주기 위해 제각기 분주하다. 미용실 안을 들어서자 미용사가 나를 반가이 맞으며 어느 미용사를 찾아왔느냐고 물어온다. 아마도 이 미용실은 예약제인가 보다.

미용사의 물음에 그냥 지나치다 들렸다고 하자 거울 앞 의자로 나를 친절히 안내 한다. 그리곤 나의 머릿결을 만지작거리다 말고 좋은 약을 쓸 테니 들른 김에 파마를 하라고 미용사는 권한다. 그 말에 혹하여 파마를 하기로 하였다. 이 때였다. 무심코 바라본 미용사의 걸음걸이가 매우 불안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림짐작으로도 거의 10센티미터는 족히 넘음직한 킬 힐을 신고 있었다. 미용사는 직업상 온종일 가게 안을 서성이는 직업으로 알고 있다. 하루 종일 서서 고객들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작은 키 탓인지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일을 하는 미용사다. 모르긴 몰라도 자신의 신체적 조건 때문일 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키가 다소 작다보니 자신의 결점을 가리기 위하여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있는 듯하였다. 그런 미용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왠지 안쓰러웠다. 얼마나 피곤할까. 발이 편해야 몸도 편한 법인데 어찌 저런 상태로 하루 종일 서서 고된 미용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하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다른 미용사들의 신발을 유심히 살폈다. 거의 편안한 신발을 신고 있다. 높다란 굽의 구두를 신고 마치 똥 싼 바지 입고 걷듯 엉거주춤한 걸음걸이의 그 미용사를 다시금 찬찬히 뜯어봤다. 뚜렷한 이목구비, 희디흰 피부가 돋보이는 청순한 외모다. 어디 이 뿐이랴. 파마를 하고보니 웨이브가 자연스럽다. 머릿결도 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파마는 커트가 생명인데 커트를 하는 솜씨 또한 탁월했다. 이로보아 이 미용사는 미용 기술도 뛰어나다. 머리카락도 손님 얼굴형에 맞게 제대로 자를 줄 아는 미적의식이 강한 미용사였다.

파마가 끝났을 때도 두피 맛사지까지 해준다.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최고이다. 이렇듯 따뜻한 가슴과 뛰어난 미적 감각,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갖춘 미용사가 아니던가. 키가 작으면 어떠랴. 아무리 요즘 외모지상주의 시대라고 하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따를 미美가 있던가. 이 미용사가 차라리 킬 힐을 벗은 후 편안한 신발을 신고 자신이 지닌 능력과 인간미 풍부한 모습을 손님 앞에 한껏 발휘한다면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여자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예뻐 보이기 마련이다. 이 미용사에겐 남다른 미용기술이 있잖은가. 이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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