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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3.05 13:37:43
  • 최종수정2018.03.05 13:37:43

김혜식

수필가

이불을 빨아 봄볕에 널었다. 베란다 난간에 이불을 널고 있노라니 모처럼 맞는 봄볕이 손등에 따스하게 와 닿는다. 봄볕의 따사로운 감각이 피부 전체의 숨구멍을 활짝 열리게 하는 듯 하여 심호흡을 크게 하였다. 이 때 손등의 미세한 숨구멍마다 햇살이 한껏 흡입되어 혈관을 타고 온 몸 구석구석 피돌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다. 뿐만 아니라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가 순간 쫙 펴지고 가슴 가득 온기마저 감도는 느낌이다. 이즈막 날만 새면 쏟아지는 봄볕이련만 오늘따라 유독 봄 햇살이 이토록 고마운 것은 어인 일일까·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탓인지 그동안 마음 자락에서 감동을 잃고 지낸 게 사실이다. 그런데 며칠 전 친구의 희소식에 가슴이 몹시 흔들리더니 손등에 와 닿는 봄볕에도 새삼 감사하다.

지난 IMF 때 남편 사업의 몰락으로 집안 가세가 무너진 친구이다. 빚잔치로 살던 집마저 날린 그녀는 전세방 얻을 형편이 안 되자 병든 시아버지를 모시고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를 하였다. 말이 지하이지 일 년 내내 햇빛 한 줄기 안 비치는 암흑 같은 집이라고 하였다.

장마철만 되면 집안 가득 곰팡이가 피어오르고 환기가 잘 안되어 며칠씩 퀴퀴한 음식 냄새가 고여 있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비록 지하 단칸방일지언정 가족들에게 눈, 비 그리고 추위를 막아줄 장소가 있어서 적으나마 안심이라고 흡족해 했다.

그녀의 영락 (榮落)한 가세는 좀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20 여 년 동안 지하 단칸방 신세를 면치 못하였다. 그녀는 파출부, 노점상으로 다섯 명의 자식들 학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었고, 시아버지 병수발에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요즘은 허리 좀 필만 하니 자식들 결혼으로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날 지경이란다. 그 와중에 푼푼이 모아둔 얼마의 돈으로 칠흑 같은 공간을 벗어나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어둠은 인간에게 절망을 안겨준다. 빛을 잃는다는 것은 희망을 상실하는 거나 진배없다. 친구는 오랜 세월 어둠에 갇혀 지내면서도 항상 긍정적인 사고(思考)로써 빛을 갈구하였다. 극심한 가난의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빛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길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절박함이 있다면 오로지 따스한 햇살을 마음껏 누리며 사는 일뿐이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였다.

드디어 20 여 년 살던 지하 달세 방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던 날이란다. 푸른 하늘을 무심코 올려다볼 때 온몸 가득 쏟아져 내리는 따사로운 햇빛이 너무나 고마워 자신도 모르게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그녀. 그토록 갈망하던 방 두 칸이 딸린 전셋집을 어렵사리 구하게 되며 받은 감동이란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평소 햇빛 따윈 안중에도 없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눈만 뜨면 맞이하는 햇살이기에 삶 속에서 무심히 대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지난 시간 허투루 보아온 햇빛이 친구에겐 무척 절실한 존재였다는 생각이 미치자 햇살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우친다. 하긴 인간 삶에 필요불가결한 게 일조권 아니던가. 따뜻한 햇빛, 청정한 바람, 그리고 깨끗한 물은 자연이 인간에게 베풀어주는 고마운 혜택인 것이다.

커튼만 열면 집안 가득 비추는 봄 햇살이 요즘 따라 왠지 예사롭지 않다. 지난날 겨우 내내 눅눅하고 음습했던 나의 마음도 이 따사로운 황금 햇살 아래 죄다 널고 싶다. 하여 눈부신 봄 햇살로 마음의 습기를 말끔히 제거하고 보송보송 말려진 산뜻한 가슴으로 희망찬 새 봄을 맞이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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