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6번 공유됐고 1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꽃집 뜰 소복하게 내놓은 작은 꽃들의 풋풋함에 걸음이 멈춰졌다. 평소 야생화에 푹 빠져 있던 친구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이름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손톱만 한 별모양 빨간 꽃이 조롱조롱 핀 화분을 어느새 들고 서 있다. 나보고도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보라고 채근이다.

친구처럼 꽃 핀 화초에 손이 가려다, 한구석 웅크리고 있던 산세베리아에 눈길이 더 머물렀다. 운명이란 순간 이동으로 이렇게 뒤바뀌기도 하나보다. 친구가 의외라는 눈빛을 건넨다. '아, 장수용이라네.'라고 응답하자 참 실리적인 선택이라며 웃는다.

사실 우리 집에도 일 년이 조금 넘는 동안 산세베리아를 키워왔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생기를 잃더니 한 잎씩 차례로 누렇게 변하면서 병색이 짙어 갔다. 오래 푸르고 꼿꼿할 거 같던 잎이 점점 볼품이 없어지는 걸 보니, 이제 그만 뽑아 버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다 게으름인지 그간의 정 때문인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은 채 내버려두던 터였다.

임정숙 약력

△한국문인협회·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수필샘 동인

△청주문인협회·충북수필문학회 총무 역임

△청주·청원 1인1책 펴내기 운동 팀장

△저서 수필집'흔드는 것은 바람이다'(2009년)

△문학공간 수필부문 신인상. 2007청주예술공로상 수상
ⓒ 임정숙
결국, 거실 한 자리를 지켰던 옛 산세베리아의 초췌한 모습을 더는 보게 되지 않았다. 친구 덕분에 새로운 산세베리아가 대신한 공간은 싱싱함으로 빛났다.

웬만하면 어디서든지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 중 하나가 산세베리아다. 그만큼 쓰임의 의미가 넓은 화초로 알려져서일까. 산세베리아 잎은 단단하고 두껍고 칼처럼 길쭉하다. 녹색 바탕에 가로줄 무늬가 있어 어찌 보면 씩씩한 여전사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공기를 깨끗하고 맑게 정화하는데 탁월한 기능을 가졌다 한다. 더구나 어떤 환경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강건함은 누구든 선호하는 식물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런데도 아쉽게 나는 지난 산세베리아에 관해선 무심했던 모양이다. 스스로 적응력을 은연중 믿은 나머지 세심한 보살핌이 적었던 탓이었을까. 물 흐르듯 사는 사람을 대하듯이 선입견에만 의지한 지나친 방심이 문제는 아닐까.

아무리 빛이 적은 곳에서 잘 자란다 하더라도 햇볕 잘 드는 곳에 가끔은 옮겨 주었어야 했다. 선인장처럼 물 없이 오래 살 수 있다 해도 적어도 물 주어야 할 시기를 잊지는 말았어야 했다. 무엇이 이유든 마음을 다하지 못한 결과임은 분명하다.

가끔 세상 사람도 만만한 상대이다 싶으면 편함 때문인지 소홀하다. '호의를 베풀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라는 근래 어느 영화 대사에 공감한 적이 있다. 선하게 대하면 내 뜻과는 다르게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쩌다 한두 번은 괜찮을 수 있겠지만, 상대에게 내가 중요하지 않음을 알게 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을 공유하지 못한 만큼 잃는다는 걸 깨닫는다. 존재했던 것들이 보이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눈을 뜬다. 대부분 받기에는 익숙하지만 주는 것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는 것과 다시 돌아오는 것의 순환은 너무나도 보편적이라는 거다.

호수도 받기만 하면 사해(死海)가 되고 주기만 하면 사막이 된다고 한다. 주고받는 것은 소통이다. 씨앗처럼 먼저 심어준 마음은 서로에게 위로이고 따뜻한 관심이다. 평소 까다롭지 않은 성격의 산세베리아도 키우는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꽃피우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속설로는 꽃이 잘 피지 않는 희귀함 때문에 그 집에 꽃이 피면 행운이 깃든다고 한다.

친구는 언젠가 지나다 산세베리아를 선물로 준 기억조차 까마득히 잊을지도 모르겠다. 꽃이 피는 날, 감미로운 향기 속에 여전히 함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