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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5.28 19:02:5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잉크 빛 새벽이 지워지며 아침이 열리는 시간이다. 나무 사이에 서 있던 노란 나트륨 등도 소임을 다 한 듯 노란빛이 점점 흐려진다. 연휴라 늦잠을 잘 요량으로 알람도 끄고 잤는데 눈을 뜨니 새벽 다섯 시다.

주말에다 공휴일까지 낀 오늘 같은 날은 아주 늘어지게, 햇살이 유리창을 찌를 때까지 늦잠 자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사람이 없는데 왜, 휴일이면 일찍 잠에서 깨는지 모르겠다. 더 자려고 몇 번을 엎치락뒤치락 거리며 베개에 얼굴을 묻어 보지만, 한 번 깨어난 신경은 나를 이불 속에서 밀어낸다.

나이 드니 가끔은 게으르게 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동동거리며 손 전화를 확인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밟던 일상을 덮고 여유롭게 살아보고 싶다. 단, 일주일만이라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명품배우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감동 스토리다. 여주인공 '리즈'는 서른한 살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그녀는 자기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작가로서의 명성도 대단하다.

이른 나이에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맨해튼에 아파트까지 가졌다. 더는 부러울 것 없이 정말 완벽해 보였던 그녀가 어느 날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배경과 체면 같은 것들이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가를 의심하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며 살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았는지 모를 허전함과 혼란스러움이 그녀를 휩싼다. 고민 끝에 그녀는 이혼을 결심하고 직장에도 사표를 던진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부와 사랑, 명예까지 버린 그녀는 진짜 자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1년간의 여행을 떠난다.

평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가 이탈리아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첫 번째 여행지인 이탈리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박종희 약력

△2000년 월간문학세계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

△제3회 서울시음식문화개선 수필공모전 대상

△제5회 올해의 여성문학상 수상 등 다수

△ 저서 '나와 너의 울림' '가리개'

△ 충북여성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 한국작가회의충북지회 사무국장

△1인1책 펴내기 지도강사

여행을 떠나기 전 그녀는 음식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식욕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랬던 그녀가 이탈리아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달콤한 게으름'을 즐긴다. 스파게티 한 접시와 피자 한판을 단숨에 먹어치우며 즐거워하는 그녀의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같았다.

이탈리아어로 '돌체 파 니안체'(dolce far niente)인 '달콤한 게으름'은 이탈리아인들의 생활신조라고 한다. 바로, 진정한 휴식을 취하려면 달콤하고 게을러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초입 부분부터 영상과 시나리오가 좋았지만, 주연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의 완성된 아름다움이 영화를 한층 업 시켰다. 영화를 보는 내내 딸아이와 나도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 시대를 사는 주부들에게 결코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덕분에 충분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자기에게 정해진 삶에 틀을 깨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과 함께 축적된 일상을 탈출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당장 여자가 집을 하루 비우려고 해도 걸리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남편과 아이의 식사 걱정과 곳곳에 보이는 집안일이 그렇다.

어쩌다 기행이라도 가려 하면 한 달 전부터 달력에 표시하고 남편한테 외출을 알려야 할 때도 있다. 그만큼 여자 혼자의 외출은 쉽지 않다. '리즈'도 그랬다. 여행 가방을 꾸리기까지는 과감한 용기와 많은 고통이 따랐다.

사람들은 막막하고 답답할 때면 여행을 꿈꾼다.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을 때에도 떠남을 생각한다. 바로 '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설음' 에게 인생을 묻고 싶어서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딸아이와 나의 화두도 '떠남'이었다. 떠남의 테마는 당연히 '달콤한 게으름'이었다. 딸애와 나는 여행은 미래의 숙제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아침 출근 시간마다 차 안에서 바게트와 커피를 마시고 '돌체 파 니안체' 를 외치며 웃었다.

사실 그런 사소한 행동이 아무것도 아닌데, 그 시간만큼은 나나, 딸애나 다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돌체파 니안체! 마음먹으면 어느 곳에서도 진정한 휴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딸애와 나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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