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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1.24 17:24:57
  • 최종수정2013.11.24 15:59:54
해마다 24절기 중 첫눈이 내리는 소설(小雪) 무렵이면 가슴 한곳이 시리고 아파지는 그리움의 늪으로 빠져든다. 남편이 공직생활을 마감할 무렵 서울 본부에서 근무할 때 조그만 오피스텔을 마련하여 내 나이 이순에 어설픈 신접살림을 할 때였다.

오빠가 "놀라지 말고 내려오라."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소식을 전했을 때는 이미 어머니는 이 세상 분이 아니심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너무도 황당하여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 무렵 어머니는 별다른 심각한 병환 중이 아니었기에 믿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날 새벽 혼자 눈을 감으셨단다. 오빠 내외와 함께 사셨는데도, 안방에서 기거하는 오빠 내외는 건넌방 어머니가 먼 세상으로 가시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목욕탕 흔적으로 보아 새벽에 목욕하신 것을 알 수가 있었다며, 허탈한 표정으로 말해 주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77세의 일기로 고독하게 홀로 쓸쓸히 임종을 맞으셨다.

어머니는 평생을 독실한 불교 신자로 사셨다. 늘 죽음의 복을 위해 정갈한 모습으로 부처님께 기도하며 절에 다니셨다. 그래서인가 세상을 마치는 그 시간을 어찌 그리 아셨을까. 당신 몸을 깨끗하게 씻으시고 홀로 죽음을 맞이하셨으니. 부처님의 가호가 어머니께 내렸는가 싶었다.

김정자 약력

청주 출생

『한국수필』등단

청주시문화공로상, 법무부 전국교정수기공모전 최우수상, 청주예술공로상, 홍은문학상,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한국수필작가회, 충북수필문학회,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장역임

수필집『세월 속에 묻어난 향기』,『어느 해 겨울』, 『41인 명작품 선집』

다산의 세월에 사신 어머니였지만 오로지 남매만을 낳으신 나의 어머니! 하지만 누구보다도 남아선호사상이 뛰어나 딸에게만은 따스한 정을 겉으로 내색 한번 못하신 체 평생을 고달프게 사신 나의 어머니! 여자로 태어나면 자라서 남의 집 귀신이 된다며 따스한 눈길 한번을 주시지 않으셨다. 어린 마음에 난 주워온 딸인지도 모른다며 늘 찔끔거리며 자랐다.

어머니는 노후를 6대 독자인 오빠 내외와 살면서 늘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사셨다. 외며느리인 올케언니의 눈치를 살필때 마다 안타깝기도 하였지만, 그렇다고 외동딸인 나에게 의지하려 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끝내 마지막 순간까지도 오직 하나뿐인 딸에게 하고 싶고 남기고 싶은 말이 그리도 없었을까? 어머니는 그렇게 냉엄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딸을 찾지 않은 체 내 곁을 떠나고 말았다.

세상을 뜨시기 일 년 전의 일이다. 예상치 못 한 일이 일어났다. 개나리 봇 집만 한 보따리를 들고 내 집에 오셨다. 의아하여 "엄마 우리 집에서 주무시려고?"라고 여쭈었더니 "그래! 며칠 딸네 집에서 나도 지내고 싶어 왔다."라고 하셨다. 의외의 상황에 웬 횡재인가 싶어 기쁜 마음으로 우리 부부는 어머니께 정성을 다했지만, 일주일을 못 넘기고 당신 사시는 오빠 집으로 가셨다. 역시 몸담아 계신 곳이 편하단 생각이셨나 보다.

우리 집에 머무는 동안 잠시도 쉬지 않으셨다. 우리 집 거실에는 중국산 대형 실크 카펫이 있다. 그 카펫 가장자리에 수술이 늘어져 있는데 그 수술을 세 가닥을 잡아 곱게 머리 땋듯이 수천 개는 되도록 예쁘게 매만져 놓으셨다. 눈도 어두운데 어찌 그리 가느다란 실크 수술을 곱게 땋아 놓으셨을까. 그 수술을 땋으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어쩌면 어머니는 딸에 대한 마지막 사랑의 표시를 그렇게 수놓은 것이리라. 내 생전에 어머니와 가장 가깝게 지낸 흔적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다.

아무리 딸자식을 멀리하는 것이 딸의 행복을 위한 일이고, 어머니로서 잘사는 여인의 삶이었다손 치더라도 이 세상 하직하시기 전, 마지막으로 "내 딸 좀 불러다오"라는 말 한번을 못하셨는지. 그 한마디도 아끼고 어머니만의 특이한 사랑법을 끝내 지키시기만 한 나의 어머니! 어머니의 그 사랑법은 나에게 특효약이 되어 이렇게 평화로운 내 가정과 행복한 노후가 보장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한 일을 꼽으라면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일이다.

얼마나 아팠으면 소리한 번 내지 못하시고 조용히 눈을 감고 말았을까. 저승길로 떠나실 때 혼자서 무섭지는 않으셨는지? 가슴이 미어진다. 오로지 딸 하나인 나에게 세상을 마치는 그 날, 끝내 말 한마디 못하신 그 가슴은 까맣게 타 있었으리라.

그렇게 다시 부르지 못할 나의 어머니가 홀연히 세상을 떠나 시 던 날! 딸의 통곡소리는 저승까지 간다고 하였던가. 대성통곡을 하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한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의 의미, 홍수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은 돌이킬 수 없는 때늦은 후회가 되어 가슴속에 피멍으로 남아있다. 어머니는 그렇게 가장 아프고 그리운 나의 눈물이 되었다.

평생을 아들만을 자식이라 여기시며 딸은 저편에서 바라만 보던 나의 어머니! 오늘은 어머니가 너무도 보고 싶다. 포근한 어머니 품에 꿈에서라도 안겨 보고 싶다. 그리고 끝없이 용서를 빌고 싶다. 세월은 흘러 내 모습도 어머니가 떠나시던 그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캄캄한 밤, 차창으로 비치는 나의 모습이 너무도 어머니를 똑 닮아 나도 모르게 소스라쳐 놀란다. 나는 엄마 딸임에 틀림이 없다.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樹慾靜이나 風不止하고),

자식은 봉양하려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네(子慾養이나 親不待니라)'.

고사성어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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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