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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7.21 16:55:1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아줌마! 어디서 온 누구여? 이쁘게 생겼네"

"어머님. 저 어머님 며느리잖아요. 왜 절 몰라보셔유?"

"별일이네. 우리 며느리는 벌써 갔슈…."

오늘도 96세의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몰라본 체 언제 놓을지 모르는 생명의 끈을 꼭 잡고 있다. 며느리는 24세에 시집와서 고희의 나이가 되도록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평생을 살아왔다. 그 고부간의 갈등은 남다른 갈등 속에 힘든 청춘을 보낸 나의 절친이기에 늘 안쓰럽게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사랑은 만날 수 없는 철길이라 했던가? 그 어머니는 손자를 삼 남매나 출산하여 선물로 드렸는데도 손자 사랑보다도 아들에 대한 집착이 너무도 강해서 며느리가 모자간의 사이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며느리는 적대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여 세월 따라 골은 점점 깊어만 갔다. 옛날부터 효자 며느리 노릇 하기기가 힘들다는 말처럼, 남편도 처자식은 뒷전이고 시어머니만 끔찍하게 생각하는 효자이다.

그녀는 청춘부터 칠십 평생에 이르기까지 억울함, 학대, 고단함으로 그녀의 가슴에 맺은 서러움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젊은 시절 모멸감을 느낄 적마다 '어디 늙어서 봐야지!' 라며 침묵으로 견뎌왔다. 그렇게 며느리라는 의무로서의 최선의 나날을 보내며 고부갈등을 이겨낸 긴 세월이었다.

그분은 91세 되던 해에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올해로 5년째 자리에 누워 계신다. 이제는 세상을 떠나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며느리는 미움보다는 연민의 정이 솟구쳤다. 이승보다는 저승이 가까워져 온 시점에서도 아들과의 이별을 가장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는 시어머니의 마음을 며느리는 이제는 미움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커져만 갔다. 결국, 그 시모님이 며느리도 손자도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 현상이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남편은 어머니를 공기 좋은 곳으로 모신다며 인근 시골로 저택을 마련하여 이사하였다. 갖은 현대시설로 꾸며놓은 그 집은 동네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택이다. 어느 날은 걷지도 못하고 기어 다니는 시어머니가 집안에서 보이질 않아 놀라 찾고 있는데, 동네 사람이 논둑에 할머니가 계시다는 전갈을 받고 뛰어가 보니 논둑에 엎드려 아들 이름을 부르며 울고 계셨단다. 그렇게 아들에 대한 집착을 백수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놓지 못하는 것이 애처로워 그분을 붙들고 함께 통곡하였단다.

지금도 아들 한 사람만은 잊지 않고 알아보고 나머지 식구들은 거의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이다. 남편은 자기만을 잊지 않고 알아봐 주신다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남편 얼굴은 싱글 벙글거리며 늘 화색이 돈단다.

평생을 음식 타박은 물론 며느리 하는 일이 모두 맘에 안 들어 트집만 잡던 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아줌마"라고 부르면서부터 세상에서 아줌마가 제일 예쁘고 좋다며 며느리만 찾는단다. 식사 때마다 아줌마는 음식솜씨도 좋다면서 한 그릇 다 비운다. 며느리는 자기가 아줌마로 불리고부터 청춘시절에 입었던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사랑하는 모녀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렇게 지내는 세월이 벌써 5년을 지났으니 요즘은 시어머니가 숫제 '엄마'라고 부르며 응석을 부린단다.

생명의 끈은 그리도 질긴 것인가.

사람이 태어나서 이승과는 영원히 인연을 끊고 타계인 저승으로 가야 하는 길목에서 지금 저들, 고부간은 끊임없이 화해하고 있다. 아마도 그 시어머님은 그 며느리를 망각하고 아줌마로 변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화해를 시도한 것이리라. 며느리도 이제는 시어머니가 사랑스럽기까지 하단다. 그리고는 이대로라면 사시는 날까지 얼마든지 모실 것이라며 지난날 시어머님을 미워했던 세월을 한없이 후회하고 있다.

누워만 있으니 등에는 등창까지 생겨서 전문 간호사가 다니며 그 상처를 치료할 만큼 심각한 염증까지 진행되어서 방 안의 공기며 얼마나 환경도 불결할까! 그래도 고희가 넘은 그 아들과 며느리는 쇠약해지는 어머니의 얼굴을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보는 안타까움 만 더해가는 효자 효부의 모습 되어 지극 정성으로 받든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마지막 임종은 슬픔이 따르기 마련이다. 더구나 그 고부간의 애증으로 보낸 세월 속에 그들의 이별은 더욱 슬픔으로 다가올 것이리. 그렇다. 그 고부간은 지난 시절의 고부간갈등을 모녀간의 뜨거운 사랑으로 이루어 가고 있는 것이니 하늘이 내려주는 축복이 아닐까.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생명 끈이 되었다./ 네가 가슴 아픈 말을 해도 참을 수 있는 것은 네가 나의 생명 끈이기 때문이다./ 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생명의 끈은 끊어지지 않는 쇠줄은 아니었다./ 닳고 닳으면 쇠줄도 끊어지지 않던가./ 어느 시인의 문구다.

오늘따라 83세로 내곁을 떠나가신 어머님이 그립다. 나의 시모님은 8개월 동안 누워서 나와의 이별을 준비하셨다. 평생을 함께하는 동안 오로지 내가 하는 일은 모두가 옳다며 내편만 들어주시더니 끝내 내 품에서 곱게 눈을 감으셨다.

친구의 시어머니는 4년만 잘 넘기면 100세가 되신다며 그 나이를 채우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쯤이면 자기를 며느리로 다시 알아볼 것이라며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싶단다. 지금은 되려 서둘러 눈감을까 두려워하는 그 며느리에게서 깊은 속울음을 느낄 수가 있다. 그 임종이 언제가 될지 모르나 이미 그 고부간은 깊은 화해가 이루어졌건만, 그들 고부는 지금도 끊임없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리라.

김정자 약력

△'한국수필'로 등단

△청주시문화공로상 수상

△법무부 전국교정수기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청주예술공로상

△제7회 홍은문학상 수상

△한국수필작가회 충북수필문학회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장역임

△1인1책 펴내기 운동 프로그램 강사, 청주시민신문 편집위원

△저서로는 세월속에 묻어난 향기, 41인 명작품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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