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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혼자 노는 게 유행인가 보다.

다저녁때 외출하는 아들에게 누구를 만나러 가느냐고 하니 대답을 선뜻 못한다. 다시 물어보니 "혼자 놀아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뜨악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본 아들은 뜸을 들이다 PC방에 간다고 털어놓는다. 새로 나온 '디아블로3'은 집에선 속도가 느려 할 수 없는 게임이란다. 게임제작을 공부하는 아들에게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들이 돌아오기까지 두어 시간은 인터넷 강국이라고 내로라하는 나라를 타박해야 하나. 아니면 디아블로를 시판한 나라를 구시렁대며 오징어처럼 잘근잘근 씹어야 하나.

어미가 되어 어찌 진일보하는 아들의 행보를 막으랴. 문명의 신은 우리가 함께 노는 꼴을 보지 못하는가 보다. 기숙사에서 집으로 돌아온 지 서너 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저녁에는 아들과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더니만. 녀석은 어미의 간섭을 피하여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가. 아닐 것이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늘 함께 하지 않았던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문명 탓을 죽도록 하던가, 아니면 아들이 하는 걸 따라 즐기는 수밖에 없다.

어디 내 아이만 그런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거리에서나 지하철에서나 어디서든 혼자 노는 걸 수시로 발견한다. 심지어 내가 다니는 산길에서도 이어폰을 끼고 흥얼거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핸드폰을 애지중지 갖고 다니며 즐기고 있지 않던가. 내가 봐도 폰 속에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다양한 그것을 폰에 담아 즐기는 사람들. 그들을 현혹하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처럼 된 시대이다.

요즘 "만나야 할 10명의 유형"이 있단다. 그중에 첫 번째가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그리고 카카오톡으로 인사를 자주 보내는 사람과 만나라고 권유한다. 그 사람은 항상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시대를 살아가려면 남들이 하는 걸 어느 정도 따라 해야만 소통을 할 수가 있다. 나 또한 추세를 거스를 수 없어 뒤늦게 스마트폰 대열에 낀다.

새로운 휴대폰이 출시되기 무섭게 바꾸는 사람이 많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폰으로 최신 영화와 드라마를 감상하고 야구를 관람하며 응원할 수 있다. 터치 한 번으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똑똑한 휴대폰. 손안에 장난감처럼 폰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젊은 세대가 부러울 때가 있다. 이런 세태는 혼자 있어도 외로울 시간이 없다는 반증인가.

무생물인 폰과 소통한다. 이런 행위를 아이러니하다고만 치부할 순 없다. 내 손에는 우습게도 핸드폰 속 캐릭터가 놀아달라고 아양을 부리고 있다. 검지로 정지된 화면을 터치해본다. 팔짱 끼고 도도하게 서 있던 내가 신이 나게 춤을 춘다. 두 팔과 다리, 심지어 머리까지 흔들어댄다. 자신을 바라보는 관중을 무시한 채 춤을 춰댄다. 곁에 있는 캐릭터도 손가락으로 툭 치니 덩달아 춤을 추니, 보는 나도 흥겹다.

딸이 스마트폰에 '노라조'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준 날 모처럼 커다랗게 웃었다. 화면에서 얼굴이 없는 캐릭터에 활짝 웃는 나와 남편의 얼굴 사진을 정성껏 오려 붙인 것이다. 가냘픈 몸에 가분수의 얼굴을 덧입히니 웃음이 절로 터졌다. 거기에다 터치할 때마다 신이 나게 춤을 추니 더욱 볼만했다. 온몸을 유연하게 흔들어대는 모습이 대리만족인 양 흡족하였다.

앱의 이름이 '노라조', 그저 놀아달란다. 왠지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은 캐릭터다. 틈이 날 때마다 폰의 화면을 바라보게 된다. 마치 말수가 적은 아들이 혼자 놀기를 좋아하다 말을 잃어버릴까 봐 걱정되듯. 아니다. 혼자 놀기 꺼리는 나의 포장된 위선이다. 캐릭터를 자꾸 흔들어대는 건, 내 안에 꾹꾹 눌러둔 욕망의 분출을 은밀히 부추기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캐릭터는 마치 지구를 흔들 양 전신을 흔들어댄다. 앱 속의 내 모습을 보며 자락자족(自樂自足) 하는 밤. 남편의 영혼은 업무상 사람을 만나느라 분주한데, 그의 육신은 스마트폰 속에서 놀고 있다. 긴 기다림을 떨쳐내기라도 할 듯 폰 화면을 검지로 연방 눌러댄다. 그나 나나 지칠 줄 모르고 춤추는 현란한 밤이다. 나도 이만하면, 혼자 놀기 명수인가.

이은희 약력

2004년『월간문학』등단, 2004년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수상
2007년 제물포수필문학상 수상, 2010년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2012년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
2013년 제8회 충북여성문학상 수상, 2013년 국립청주박물관 사진공모전 금상 수상 외 다수.
저서로,『검댕이』,『망새』,『버선코』,『생각이 돌다』수필집 출간.
한국문인협회, 계간『에세이포레』편집위원,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수필문학회 주간,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주)대원 상무이사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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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