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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2.01 18:27:35
  • 최종수정2013.12.01 18:27:35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여 나만의 소중한 책으로 펴내는 '1인 1책 펴내기' 사업을 청주시에서 시작한 지가 올해로 일곱 번째이다.

초등학교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시와 수필, 소설, 콩트, 만화, 여러 장르의 책 백오십여 권이 올해도 출간되어 전시된 결실을 보니, 그 진행과정의 업무를 맡는 한 사람으로서도 감회가 남다르다. 물론 대부분 기성 작가처럼 매끄럽고 세련된 문장은 아니지만 투박하고 서툴러도 그 순수함은 따뜻하게 전해진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스스로 물으며 자신을 정돈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초겨울 비에 젖는 낙엽처럼 까닭도 없이 찾아오는 그 쓸쓸함을 견디도록 할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건 글을 쓰는 일이다.

번잡하게 흐르는 갖가지 마음의 상념을 글로 옮기다 보면, 어디쯤에선 결코 내가 헛되이 사는 건 아니란 믿음이 생기게 된다. 글을 쓰는 일은 얽혀지고 흐트러진 감정을 가라앉히고 자화상처럼 자신을 비추어 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의 양심을 살피어 나아갈 방향을 가다듬는 기록이기도 할 것이다. 때론 분노와 슬픔을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보도록 하는 마음의 여유를 주기도 한다.

임정숙 약력

△한국문인협회·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수필샘 동인

△청주문인협회·충북수필문학회 총무 역임

△청주·청원 1인1책 펴내기 운동 팀장

△저서 수필집'흔드는 것은 바람이다'(2009년)

△문학공간 수필부문 신인상. 2007청주예술공로상 수상

'1인 1책 펴내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책마다 실린 사연들을 보노라면 그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인생이다.

두 딸을 공개 입양하여 절대 특별하지는 않게, 그렇지만 당당하게 키우는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엄마의 양육일기, 지독한 술꾼 남편 때문에 결혼 초부터 지옥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지만, 신앙으로 오랜 세월 인내하며 기도로 남편을 선교사로 변화시키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 아내의 고군분투기, 대기업에 다니며 앞만 보고 달려오던 한 가장은 어느 날 암이라는 복병을 만난다. 곧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게 되지만, 비로소 산을 찾아 치유해 가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이다.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힘들게 살았던 어린 시절과 여군에 입대한 중년 여인의 경험담, 나이 마흔에 남편이 위암 판정을 받고 삼 년 후 척추로 전이되어 몇 개월 힘겹게 투병하였으나 끝내 잡지 못했다는 망부가, 간판을 대신하는 가게의 유리에 날마다 그려 붙여 놓은 만화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세워주는 행인들 미소 때문에, 여러 해 쌓인 분량을 책으로 엮은 열쇠가게 주인아저씨는 예술가나 다름없었다.

맑은 이슬방울 같은 초등학생의 동시집, 텃밭을 가꾸며 쓴 아낙의 일기, 그땐 왜 몰랐을까, 칠순 나이에 되돌아보며 쓴 교단 일기, 장애를 겪고 있는 병상의 한 노인은 자신의 이름으로 시집 한 권을 낸 사실이 믿기지 않아 일주일 동안 품에 안고 잠을 잤다는 후일담은 내내 뿌듯한 보람으로 남아있다.

누구나 어딘가 아픈 곳은 있다. 남모르는 통증이 구석구석에 송곳처럼 아프게 박혀 있기 마련이다. 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글로 드러내는 일도 치유다. 몸과 마음에 생긴 상처에서 다시 새살이 돋는 거다.

나의 책은 나의 역사이다. 만년의 세월이 흘러도 책은 일생 쌓아 놓은 재산이나 빛나는 업적보다 값진 기록이며 의미 있는 정신적 산물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발견하고 인생의 참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가 되어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한다.

스스로 자신들의 책을 내는 일은 사실 쉽게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러나 걱정할 일은 아니다. 모든 진실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스스로 내면을 속임 없이 솔직하게 그린 글에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비밀처럼 빛바랜 노트에, 마음 한구석에 적었던 글을 꺼내어 마음을 털어놓으면 갈등과 고민은 점차 사라지고 세상은 더 밝다.

작가도 아닌 사람들에게 책을 펴낼 수 있도록 용기와 도움을 주는 청주시의 시민출판운동은 정서적으로 메말라가는 이 시대의 새로운 기운과 에너지다. 사람들의 진정한 행복은 마음에서 비롯됨을 제대로 아는 이들의 신선한 혁명이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밤, 조용히 불 밝히고 앉아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는 얼마나 향기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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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