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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연일 영하 10도를 밑돌고 있다. 도심 속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썰매장이 무심천 수영교 아래 개장되어 있었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차에서 내려 그들 곁에서 넋을 잃고 바라본다. 이렇게 추운 날 춥지 않은 양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하여 추억 속의 즐거운 미소가 절로 나왔다.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M 썰매장으로 입장료는 무료이다. 현수막에는 썰매장이 개장되는 기간과 지켜야 할 규칙 등이 명시되어있다. 개장되는 동안에 가족단위 썰매 경주, 썰매릴레이 경주, 얼음팽이치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행사가 계획되어 있었다. 가까운 시내에 이렇게 안전한 썰매장이 개장되었으니 겨울방학 동안, 시간 나는 데로 와서 놀 수 있는 어린이 천국 같았다.

썰매는 눈이나 얼음판 위에서 저절로 미끄러져 가도록 타게 만든 놀이기구이다. 한자로 설마(雪馬)·설매· 서르매· 산설매· 산서르매 등으로 부르는데 말이나 매처럼 빠르다는 뜻이란다. 썰매의 유래는 선조가 책 본문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지게를 엎어 타고서 작대기로 빙판을 지치며 놀았던 것이 썰매의 유래라고도 전해지고 있다.

어린 시절 우리 집 앞에는 개울이 흘렀다. 추운 겨울이면 흐르는 냇가에 제법 두꺼운 얼음이 얼어 썰매 타기로 동네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모자, 귀마개 마스크 단단한 방한복을 입고 하나둘씩 나와 썰매를 타기 시작하면 해지는 줄도 모르고 즐거운 날을 보내곤 했는데….

다른 집 애들은 형제들이 많지만, 나에게는 형제가 오로지 오빠 한 사람뿐이었다. 오빠는 늘 나를 귀찮아하며 떼어놓고 친구들과 놀러 다녔다. 그때는 썰매를 '끙 개'라고 불렀는데 '끙개'를 만들어달라고 조르는 나를 뒤로하고 오빠는 늘 어디론가 달아났다.

하루는 징징대는 여동생이 안쓰러웠는지 나무 합판 쪼가리 두 개를 구해서 붙이고는 밑에다 철사를 박아 고정한 다음 흙바닥에 한참을 문대며 갈아 얼음 위에 잘 나갈 수 있는 작은 썰매를 만들었다. 양손잡이는 가시나무를 잘라다가 대못을 불에 달궈서 못 머리를 나무에 박아 송곳이 되도록 하고 손잡이는 다듬어 반질거리게 손질해 주며 얼음판에 나가 썰매 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 후 겨우내 친구들과 그 썰매를 타며 놀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오빠가 만들어준 썰매는 공들여 만든 만큼 잘도 나갔다. 가시나무로 만든 양손잡이꼬챙이를 얼음판에 콕콕 박아 앞으로 옆으로도 자유롭게 달리던 그 썰매가 타고 싶다.

김정자 약력

△'한국수필'로 등단

△청주시문화공로상 수상

△법무부 전국교정수기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청주예술공로상

△제7회 홍은문학상 수상

△한국수필작가회 충북수필문학회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장역임

△1인1책 펴내기 운동 프로그램 강사, 청주시민신문 편집위원

△저서로는 세월속에 묻어난 향기, 41인 명작품 선집

썰매를 타다가 얼음이 깨져서 한쪽 발이 물에 빠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빨래가 잘 마르지도 않는 겨울에 얼음을 지치다 물에 빠져 옷을 버려 어머니께 혼이 나기도 했지만, 그 시절은 진정 아이들의 낙원이 아니었던가 싶다. 나뿐이겠는가.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저 정경을 바라보며 감회가 새로워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으리라. 그만큼 썰매 타기는 겨울철 아이들의 제일 재미있는 놀이가 아닐까.

지금 썰매의 모양은 참으로 다양하다. 빨갛고 파란 플라스틱으로 만든 썰매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탔던 썰매 모양이 꽤 많은 편이다. 아주 작은 어린아이가 타는 썰매는 더욱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누워서도 탈수 있게 만들었다. 역시 자기 어린아이를 위해 선택하는 부모 마음의 깊이를 단번에 알아볼 수가 있다. 단지 달라졌다면 썰매 앞에 달린 끈이 옛날에는 새끼줄이었는데 지금은 나이론 줄로 바뀌어있다.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만든 썰매는 혹여 부딪침에 쪼개져 다칠 수도 있어 걱정스럽다.

어린 시절, 겨울방학 때 외가에 갔을 때에도 눈이 쌓인 날 언덕배기에서 비료 포대를 타고 놀았던 기억도 떠오른다. 외사촌 오빠 올케언니는 늘 따뜻한 손님대접을 해주셨다. 그때 먹었던 군밤, 장떡, 찐 고구마는 지금도 먹을 때마다 외가를 그립게 한다. 그때 타고 즐기던 비료 포대는 지금의 눈썰매보다 더 스릴을 만끽했던 것 같다.

신 나게 소리를 지르며 얼음 썰매를 타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겨울방학 동안도 학원이며 과외며 어머니의 성화에 이리 가고 저리 가는 아이들에 비하면 이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갑자기 내 손자들은 지금쯤 어찌 보내고 있을까가 궁금해졌다.

장남에게 근황을 물어보니, 마침 일요일인지라 조기 축구 중이라 했다. 며느리와 손자 손녀는 늦은 아침 식사 후, 올해 고등학교 입학하는 장손녀는 책상 앞에 앉아 제공부에 열중이고, 초등학교 6학년 되는 손자는 일요일에만 허락받은 엄마 스마트폰으로 게임 중이란다. 며느리는 모처럼의 달콤한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손자들을 빼내어 이곳 썰매장으로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시어머니의 횡포가 될까 싶어 자제하였다.

나의 고명딸은 휴일을 맞아 미장원에서 파마하고 있단다. 사위와 외손자는 눈밭에서 부자간의 축구를 즐기고 있고, 올해 중 3되는 외손녀는 학원에 갔다. 외손녀가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막내 애들네는 초등 2학년으로 올라가는 손자 하나이다. 지금 자유랜드에서 반 친구 엄마들과 몇몇 아이들끼리 얼음 썰매장에서 썰매 타기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막내 가족은 겨울다운 겨울을 즐기고 있으니 마음이 흐뭇하였다.

M 썰매장 한쪽 한적한 곳에서는 유치원생 정도의 어린이들을 기차처럼 여러 어린이의 썰매를 한 줄로 이어 붙여서 앞뒤에서 어른이 줄을 당기며 놀기도 한다. 저렇게 함께 하면서 협동심도 배우고 동심으로부터 싹트는 우정을 쌓으리라.

어떤 아이는 썰매 밑에 스케이트 날을 단 아이도 있다. 썰매를 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 아이는 숫제 썰매선수처럼 반은 서서 나르는 것처럼 달린다. 그 아이는 손이 꽁꽁 얼고 바지가 젖어 무릎이 시려도 썰매 타는 재미에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썰매를 타겠지…. 찬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썰매에 몸을 맡기면서 시원함은 물론 가슴이 탁 트일 것이다.

모처럼 조금 풀린 날씨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어머니들이 한가하게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와플, 오뎅, 떡볶이, 꼬치, 국화빵을 맛있게 먹고 있는 풍경도 보인다. 어릴 적 그렇게도 즐겁게 탔던 얼음 썰매 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건 이 또한 내 삶의 소중한 작은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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