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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가 오달지게 내렸다. 출근하자마자 경비실로 달려간다. 혹여 간밤에 내린 비에 섭슬렸을까 녀석의 안부가 궁금해서다. 화단 귀퉁이에 오종종 피어 즐거움을 주며 나의 감각을 일깨운 제비꽃이다. 요즘 출, 퇴근 시 녀석들과 눈도장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이 열아홉 소녀 같아 자꾸 돌아봐 진다.

비를 머금은 제비꽃은 참으로 청초하다. 보랏빛 여린 꽃잎에 매달린 투명한 물방울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물기로 꽃잎의 빛깔은 더욱 곱고 찬란하다. 그리 보면 내가 여태 보아온 제비꽃은 대부분 양지 바른 곳 척박한 땅에 핀 꽃이다. 그래선지 꽃도 작고 줄기도 가늘고 조금은 메말라 보인 듯싶다.

제비꽃은 햇빛과 흙이 있다면 잘 자라는 들꽃이다. 도통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척박한 도로 경계석 돌 틈과 절벽 틈새에서도 자라니 생명력이 강한 꽃이다. 요즘 나의 눈을 사로잡은 이 녀석들은 그나마 보금자리가 좋은 편이다. 얼마 전 경비원이 잔디밭을 가꾸다 군락을 이룬 제비꽃을 모두 뽑아버리기가 아쉬워 화단에 옮겨 심은 것이다.


개체 수가 많은 꽃 중의 하나가 제비꽃이다. 대부분 무리지어 피고지고, 빛깔도 여러 색이다. 우리가 흔히 본 지천으로 깔린 꽃이 보랏빛의 제비꽃이다. 그 외에도 해발 500m 약간 높은 곳에서 자라는 노랑제비꽃, 흰 꽃에 이파리가 갈라진 남산제비꽃, 산과 들의 습기가 있는 땅에서 자라는 콩제비꽃, 잎이 초승달 모양인 반달콩제비꽃, 그리고 꽃과 이파리의 색깔이 비슷한 신비스런 녹색남산제비꽃도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제비꽃이 육십여 종이 넘어 모두 열거할 순 없지만, 녀석들은 종족을 보존하고자 교잡종이 쉽게 일어난다.

이은희 약력

충북 청주출생, 충북대학교 경영대학원졸업,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2004년 『월간문학』 등단, 2004년 제7회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수상, 2007년 제13회 제물포수필문학상 수상, 2010년 제17회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2012년 제17회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 외 다수. 저서로,『검댕이』,『망새』,『버선코』,『생각이 돌다』수필집 출간. 한국문인협회, 계간 『에세이포레』 편집위원,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수필문학회 주간,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주)대원 상무이사로 재직 중.
ⓒ 이은희
꽃은 언제 어디서나 화합하길 좋아한다. 그 빛깔과 모습이 바뀌어도 개의 치 않는 듯싶다. 요즘 사람들의 결혼관에 나이와 국경이 없는 것처럼. 그만큼 의식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일까. 더불어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내 주위에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동료가 여럿이다. 나라 간 문화 차이를 잘 극복하고 살아가는 분이 있는가 하면, 주위에서 그들을 받아주질 않아 힘겨워하는 분도 있다.

베트남 사업부로 파견한 사십이 넘은 노총각 동료는 그곳 여성과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았다. 부인은 한국에 계신 시어머니가 아프셔서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불평불만 없이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내 부모처럼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주위의 칭찬이 자자했다. 이웃의 추천으로 자랑스러운 효부상도 받았다. 그렇게 일 년 뒤에 동료도 귀국하여 온전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문화적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같은 반 아이들이 외모가 다른 엄마를 보고 놀린다는 것이다. 엄마가 학교에 오는 걸 꺼리는 아이 때문에 동료가 직접 학교를 찾는다고 들었다. 어디 그뿐이랴. 다문화 가정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나는 요인이 후진국의 사람이라고 아래로 보는 경향과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란다. 사람이 사람을 적대시하고 군림하려고 하는지, 진정 시대적 착오를 크게 범하고 있다.

사진 속 녹색남산제비꽃이 사람들에게 너희 사랑은 고작 그 정도냐고 조롱하는 듯하다. 사람은 왜, 제비꽃처럼 살아갈 수 없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녀가 모든 걸 자신에게 맞추길 원하는가. 녹색남산제비꽃도 처음엔 남산제비꽃으로 태어났다. 이어 주변에 함께 자라던 다른 모습의 제비꽃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사랑이 깊어진 제비꽃은 2년 뒤에 꽃의 색깔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녹색의 한빛, 한 몸으로 거듭난 것이다.

제비꽃의 생태 변화가 바로 눈앞에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많은 시간을 서로 보듬으며 새로 태어난 것이다. 동료 부부도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처음엔 그녀가 우리와 다른 모습이라 낯설게 느껴졌으리라. 그러기에 서로에 대하여 최소한 알아 갈 시간이 필요하지 않던가.

지구촌이란 말이 실감이 나는 시대다. 방금 일어난 사건이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어느 곳에서나 현장에 있는 것처럼 그들의 소식을 접한다. 시공간적 틈새가 좁혀질 대로 좁혀진 게 지금의 사회이다. 미래는 그 시차가 더 좁혀지리라.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종차별이 웬 말인가.

내 염려와 다르게 보금자리를 옮긴 제비꽃은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참으로 기특한 녀석들이다. 자리 탓 한번 안 하고 참고 견뎌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내 모습과 다르다고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조력자로 끊임없는 응원이 필요하리라. 녹색의 몸빛으로 하나가 된 제비꽃처럼 지구촌 사람들은 하나라는 생각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보듬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난 지금 제비꽃 연가를 부르고 있다. 주위에 서정을 느낄 줄 아는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나태주의 시처럼 풀꽃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자주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하지 않던가. 사랑의 뿌리가 단단히 내릴 수 있도록 응원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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