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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뜨락 - 결

인간도 나무처럼…그 사람만의 결이 있으리라

  • 웹출고시간2012.02.26 17:00:4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그의 몸을 더듬는다. 결이 참 곱다. 내가 만지고 있는 자리가 그의 허리쯤일까, 아랫도리일까. 아니 어디든 어쩌랴. 내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나의 손은 다시금 그의 몸뚱이를 위에서 아래까지 천천히 쓰다듬는다.

몸을 만지다 욕심이 더한다. 그의 마음을 읽고 싶은 것이다. 그를 품에 안아 숨결을 느끼고 싶으나, 품이 하도 넓어 끌어안는 흉내만 내본다. 표면적이 넓어 그의 속내를 알려면, 아무래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그의 간단한 이력을 건네받았으나, 그것으론 나의 성이 차지 않는다.

작가가 건네준 그의 이력을 되새겨본다. 그의 이름은 금강소나무, 나이는 백여 살로 추정한다. 태어난 곳은 강원도 영월 부근, 생을 다한 날은 오 년 전 태풍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아마도 내 추측으론 동네를 수호하는 지킴이였거나, 사람 손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에서 은거했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웅장한 나무로 존재할 리가 없다. 작가는 제재소에서 그를 넘겨받은 후 산에다 5년간을 박아두었단다. 수년간 눈과 비를 맞히며 작품이 될 수 있는 재목인가를 가늠했으리라.

표면이 여러 빛깔이다. 특히 겉면 가까이 거무죽죽한 부분이 눈과 비를 맞힌 증거란다. 그리 보면, 무늿결의 색감이 보기 좋게 만들어진 데는 작가의 인내심도 더한 것이다. 작가가 성급히 그를 작품화했다면, 이런 결의 색감을 만들 수 없었으리라. 어쨌든 작가의 손안에서 멋진 작품으로 변신하여 전시장까지 나와 내게로 오게 된 것이다.

이미터가 훨씬 넘는 장신의 몸태는 어디를 봐도 멋스럽다. 탁자는 나무끼리 덧댄 부분 없이 자연 그대로 짜 맞추어 더욱 돋보인다. 윗부분은 굴곡이 거의 없고, 밑 부분으로 내려갈수록 약간의 굴곡이 있다. 탁자로 탄생시킨 작가는 물고기 형이라 말한다. 무늿결은 물 흐르듯 곱고, 나이테는 일부러 세어보기엔 그 수가 많다. 까맣게 옹이진 부분도 몇 군데 보인다. 큰 상처가 있다는 흔적일 것이다. 백여 년을 살아내면서 어찌 고난이 없었으랴.

그의 결을 다시금 매만진다. 옹이 주변으로 결과 결 사이, 가늘고 넓게 벌어진 공간, 그 간격이 나무의 삶을 대변한다. 나이테는 나무가 살아온 생애를 보여준다고 했던가. 그 또한 지내오면서 무수한 시련을 겪었음을 내포한다. 편안한 삶을 살아왔다면 결의 간격이 이토록 좁지는 않았으리라.

그의 탁자 변신을 훌륭한 변신이라고 말해도 되는가. 수령이 백 살인 소나무가 성성했던 시절을 상상하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가 내 품에 들어 반갑기는 하나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닌가 하고 나의 행적을 되짚게 한다.

인간도 나무처럼 그 사람만의 마음의 결이 있으리라. 그가 살아온 행적에 따라 그 결은 다르리라 본다. 그 결을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잘났다, 못났다'라고 가늠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내로라하는 지성인은 누가 봐도 알잖은가. 무엇보다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본인, 자신을 속일 순 없으리라. 그리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나는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이다. 거기다 고집 또한 대단하다. 지난날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에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 처리를 강행하였다. 일하면서 가끔 부작용도 일었다. 과정이 어떻든 무시하고 좋은 결과만 나오면 된다고 자신을 위무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과정도 결과만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이든 사람이 하는 일이고, 결과가 어떻든 그 성원이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돌아보면,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도 받았으리라.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의 결도 상처입고 나무의 옹이처럼 패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을 지키고 만드는 사람은 바로 나란걸 잊으면 아니 된다.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흔들리지 않고 크는 나무가 어디 있으랴. 인간도 나무처럼 역경을 딛고 커야만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로 거듭나리라.

먼 훗날 나도 그처럼 멋진 결을 지니고 싶다. 작품의 의미가 깨우침이라고 했던가. 물고기 모양의 탁자는 산사 추녀 아래 걸린 풍경이 내포하는 의미와 맞닿는다. 부단히 정진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그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우친 지금 난, 그와 진정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이은희 약력

충북 청주출생, 2004년 월간문학 등단.
제7회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수상, 제13회 제물포수필문학상 수상, 제17회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제17회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 외 다수.
저서『검댕이』,『망새』,『버선코』, 『생각이 돌다』수필집 출간.
한국문인협회, 계간 에세이포레 편집위원, 충북수필문학회 주간, 청주문인협회,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주)대원 상무이사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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