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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발뒤꿈치가 거칠어지고 갈라져 보기 흉했다. 쓰리고 아파 연고를 발라도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각질 벗기기에 좋다는 곱돌로 문지르고 발 면도기로 밀었지만 한 번 갈라진 뒤꿈치는 까칠까칠해 스타킹을 신을 때에도 거스러미가 일었다. 발이 건강의 신호등이라는데, 혹시 내 건강이 좋지 않으니 쉬고 싶다는 발의 은근한 압력이 아닌가 싶어 걱정되었다.

가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이 가는 대로 생각이 따를 때가 있다. 가서는 안 될 곳인데, 어느새 목적지에 와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발은 뇌의 명령을 받기도 전에 재빨리 행동해 나를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갔다가 돌아올 때의 그 허탈감을 발은 알기나 하는 걸까.

입에도 발이 달렸다. 입에 달린 발은 다리에 달린 발보다 훨씬 걸음걸이가 빠르고 부지런하다. 입에 달린 발은 두려움이 없다. 듣자마자 발자국부터 뗀다. 어디 그뿐인가, 부풀리기 좋아해 풍선을 달고 다니며 입안에 침이 다 마르도록 말을 쏟아놓는다.

입에 달린 발은 못 가는 곳이 없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비난하는 말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흑인으로 태어난 검은 피부를 하얗게 하려고 수술하다가 성형중독이 되었다는 것과 아동 성추행설까지 전해져 잭슨은 부정한 사람으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그가 떠나고 나서 우리가 알고 있던 그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 헛소문이고 음모로 꾸며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성형중독이라고 떠돈 소문은 광고 찍다 폭발사고로 다친 얼굴을 성형하다가 백반증에 걸린 것이고, 아동 성추행설도 아이의 아버지가 돈을 노리고 꾸민 음모였다는 것이다. 아동 성추행사건에 연루되어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주고 빚더미에 앉았지만, 잭슨은 여전히 왕성한 음악 활동을 했다. 평소에 아이들을 무척 좋아했다는 잭슨은 세계적인 팝의 황제로 군림하며 공연하여 벌은 수입금을 어려운 이웃에 기부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생전에는 손가락질 받았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훌륭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았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아쉬운 일이 많다. 억울하게 누명 쓴 채로 살다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진실이 밝혀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사실이 밝혀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박종희 약력

△2000년 월간문학세계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

△제3회 서울시음식문화개선 수필공모전 대상

△제5회 올해의 여성문학상 수상 등 다수

△ 저서 '나와 너의 울림' '가리개'

△ 충북여성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 한국작가회의충북지회 사무국장

△1인1책 펴내기 지도강사
살면서 발 때문에 곤란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 내가 속한 모임의 회원이 밥을 먹자고 하여 몇몇 지인이 만났다. 감사의 답례로 밥을 사는 회원과 지인들은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밥을 먹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자리에 오지 않았던 지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용건은 우리가 밥 먹던 자리에서 자기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그녀가 다짜고짜 무슨 말이 오갔느냐고 따지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하고는 별로 친분이 없던 사이였는데 단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그녀를 화나게 한 이유였다. 이미 자기 마음속에 속단을 내린 그녀의 귀에는 내가 하는 어떤 말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결국, 이 사람 저 사람한테로 전화가 몇 바퀴 돌면서 진실은 밝혀졌지만, 그녀는 예전의 낯빛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 모임에서 그녀를 보는 일이 어려워졌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별것도 아닌 일을 오해해 스스로 마음을 닫아버린 그녀가 안타깝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수많은 발이 웅성거린다. 발은 좋은 사람을 만날 때에도 가끔 헤살 부릴 때가 있다. 고단한 발의 피로를 풀어주려고 만난 자리에서 오히려 입에 달린 발이 뱉어내는 뜨거운 것에 발을 데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데인 발엔 은결들고 물집이 생겨 흉터를 남기기도 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평가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상대가 가진 재능이나 외모, 성격을 있는 그대로 관찰은 하되 평가하지 않는 것이 인간관계에서는 참, 중요한 것 같다. 생각 없이 평가한 말이 상대한테는 지독한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개인의 잣대로 잘못 평가해 만들어진 말은 되돌려지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키고 불리해지면 혼자 쏙 빠지고 남에게 핑계 대는 것이 입에 달린 발이 하는 일이다. 목적지를 잘못 찾아간 발 때문에 받은 상처는 쉽게 낫지만, 입에 달린 발이 저지른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는다. 잘 아문 상처에서는 향기가 나고 잘 못 아문 상처에서는 악취가 난다. 어떤 상처도 잘 아물어 좋은 냄새가 날 수 있도록 갈라진 발도 입에 달린 발도 잘 다스리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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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