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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9.01 14:43:17
  • 최종수정2019.09.01 15:40:30

김나비

시인, 주성초병설유치원교사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전화였다. 출근 준비에 바쁜 나는 받지 않았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차를 빼다 긁었어요. 내려오셔서 확인 좀 해 주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안에서 나풀거렸다. 화장을 하다 말고 립스틱을 내려놓고 슬리퍼를 끌고 지하 2층 주차장으로 향했다. 앞 범퍼가 긁히고 검은 타이어가 잔뜩 묻어있다. 여자는 나를 보고 보험회사에 연락해보라고 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제가요? 왜요? 그쪽에서 그쪽 보험사에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얼굴을 붉혔다. 여자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듯 "그런가요? "하더니 전화 버튼을 눌렀다.

 일단 사고 부위의 사진을 찍고, 혹시 몰라서 내가 가입한 보험사에 연락했다. 사고 접수를 해야 하냐고 묻자 보험사에서는 상대의 과실이 100%라 사고 접수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상대가 과실을 인정하면 그냥 그대로 수리를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지만 혹시 모르니 현장 사진은 찍어 놓으란다. 여자의 보험회사로부터 사고 접수 번호를 받고 출근을 서둘렀다. 수업 후 조퇴를 달고 보험회사에서 지정해 준 공업사로 갔다. 범퍼를 갈아야 해서 이틀은 걸린다고 한다. 렌트를 해 줄 테니 그걸 타고 다니란다. 그런데 렌터카는 내 차와 종이 달랐다. 기계치인 나는 버벅버벅 낯선 차를 몰고 집으로 와 힘겹게 주차장에 세웠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생각지도 않았던 사고로 인해 오후 시간을 길에 송두리째 깔아버렸다. 살면서 뜻하지 않는 순간을 대면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를 새삼 느낀다.

 며칠 전 학부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장애 유아에게 맞았다는 것이다. 통합학급인 우리 반은 장애 유아와 일반 유아가 어울려 생활을 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가 함께 지도하고 있지만, 가끔 돌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그녀는 본인의 아이가 장애 유아와 짝인 것도 손을 잡는 것도 싫다고 했다. 앞으로 더 큰 피해를 볼까 봐 걱정된다고 하며 짝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일단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들어준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이 서로 적응해 가는 과정이니 속상하겠지만, 이해를 해 달라고. 내 아이만 잘 키워서 되는 세상이 아니라고. 다 같이 잘 키워야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함께 하는 것이 나쁜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일반 유아들도 장애 유아와 함께 생활하면서 배려하고 양보하고 나누는 그런 마음이 커 간다고. 그 아이도 부모님에게는 목숨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아이일 거라고. 원론적인 이야기인 것은 알지만, 때로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가장 적합한 이야기일 때도 있다. 다행히 그녀도 좀 더 지켜보자는 데에 동의해 주었다.

 오늘 사고를 겪으며 그 학부모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데 피해가 고스란히 내게 온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화나는 일이겠는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상황을 대면하면서 생각이 자라고 판단력이 생기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한다. 그럴 때 마다 밀어낸다면 세상은 너무 각박한 사막이 되지 않을까. 오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차가 긁히고 소중한 내 시간을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 때문에 길에 깔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여자의 입장이 되어 다시 생각해 본다. 남의 차를 긁어놓고 얼마나 당황했을까. 분주한 아침 시간에 내 불쾌한 표정을 보며 얼마나 불편했을까. 괜스레 미안하다. 속상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냐고. 괜찮으니 너무 개의치 말고 얼른 출근하시라고 쿨하게 이야기해 주지 못한 아침 시간을 가만히 들춰본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인생은 짧고 후회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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