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2.04.12 15:28:37
  • 최종수정2022.04.12 15:28:37

김나비

주성초등학교병설유교사·시인

풍경소리 번지는 마당으로 발을 딛는다. 소소리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파르르 떤다. 떨고 있는 잔가지를 어루만지듯 가지 사이로 볕뉘가 비친다. 수없이 뻗어있는 가느런 가지 끝, 껍질을 깐 삶은 달걀 같은 하얀 봉우리들이 가득하다. 겨우내 못다 한 이야기를 하려는지 입을 살짝 다문 잎들이 한껏 부풀었다. 나무 밑동을 본다. 나무가 살아온 세월을 말해 주는 듯 푸른 이끼를 달고 있는 울퉁불퉁한 껍질이 꼭 노인의 몸피 같다. 손을 대자 거친 감촉이 가득 만져진다. 거무튀튀한 나무껍질이 한 톨 떨어진다. 굴러떨어지는 나무껍질을 따라 시선을 떨군다. 바닥엔 맥문동이 쥐똥 같은 씨앗을 달고 납작하게 누워있다. 지난해에 여물었을 검은 씨앗이 겨울의 세찬 바람 속에서도 잎을 꼭 쥐고 붙어있다. 씨앗을 따서 이리저리 살핀다. 씨앗 위를 새소리가 덮는다. 눈을 드니 직박구리가 부푼 꽃들 사이에서 노래를 부르다 허공으로 사라진다. 소리 따라 허공으로 시선을 던진다. 바람의 입김에 움찔 가지가 물결친다. 내 마음도 따라서 움찔거린다. 벌써 봄이 성큼 다가왔다. 벙글어가는 하얀 목련꽃을 보자 그녀의 뽀얀 얼굴이 스친다.

늘 목련처럼 환하게 웃는 그녀. 그녀가 오랜 도전 끝에 이직을 했다.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직업이었기에, 요즘 그녀의 날씨는 아주 맑음이란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겨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행복한 나날이라고 한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며 뽀얀 미소를 날리는 그녀가 한없이 귀엽다. 그런데 직업이 바뀌고 나니 주변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와 표정마저도 바뀌었다고 한다. 전에는 서류를 갖다 내면 "거기 두고 가세요!"라고 하며 한겨울 북풍처럼 눈도 마주치지 않던 직원들이, 요즘에는 "도와줄 것 없으세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라며 오뉴월 햇살처럼 따사로운 미소를 날린다고 한다. 만나는 아이들마저도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억새처럼 뻣뻣했었는데, 이제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면 "네." 하고 엿가락처럼 말랑해졌다고 한다.

매일 뜨는 태양도 자신을 위해 떠오르는 것 같고, 새들도 자신을 위해 노래하는 것 같단다. 출근하는 발걸음이 날아갈 것 같다고 한다. 나는 그녀에게 말한다. "사람들이 변한 게 아니고 너의 마음가짐이 변한 거 아니야? 기억의 필름을 되돌려봐~!" 그러자 그녀는 "그런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다른 사람이 너를 대하는 태도나 시선에 마음을 두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에 지향점을 가져보라 말한다. 나는 나 자신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그녀에게 말하면서 내 마음을 또 한 번 다져 본다. 누구나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는 늘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그녀를 보며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떠올린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화양연화. 누구나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그 시기는 다 다르게 올 수 있지만 한 번 쯤은 그런 시기가 있을 것이다. 화영연화를 유년기에 맞을 수도 있고, 학창시절에 맞이할 수도 있으며 어쩌면 노년기에 그런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화양연화는 지금이 아닐까. 43세에 결혼을 하고 45세에 아이를 낳고 그리고 46세에 평생 직장을 갖게 된 그녀. 그녀의 화양연화는 40대인 것 같다. 그러니 얼마나 행복하랴. 그녀가 행복해 하니 나도 덩달아 구름을 탄 것 같다. 그녀의 화양연화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고운 미소로 주변을 더 밝게 물들였으면 좋겠다.

아직은 이른 봄, 싸늘한 바람을 다독이며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 쬔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하얗게 벙글어가는 목련 위로 풍경소리가 쨍그랑거리며 떨어진다. 마치 그녀의 청량한 웃음소리처럼.

* 이른 봄의 맵고 스산한 바람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