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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27 15:50:24
  • 최종수정2018.05.27 15:50:24

김희숙

수필가,원봉초병설유치원교사

'깃발이 춤을 춘다, 우리 머리 위에서~'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 아래서 운동회를 했다. 우리 반은 달리기와 터널 통과하기 게임을 했다. 열심히 뛰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했다.

허공을 가르며 귓전에 펄럭이는 아이들의 함성 속에서, 내 어릴 적 운동회를 떠올린다. 공책 한 권 받아보지 못했던 초등학교 운동회. 그때는 달리기를 하고 나면 아이들 팔에 1,2,3 도장을 찍어줬다. 마치 돼지 껍질에 등급을 찍는 거 같은 파란 도장이 팔에 찍힌 아이들. 그 파란 도장이 왜 그리 부러웠는지. 운동 신경이 없었던 나는 단 한 번도 그 도장을 받지 못했다. 그 시절에는 달리기를 해도 3등까지만 상품을 줬다. 체구도 작았던 나는 달리기를 하면 늘 꼴찌였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내 가슴에 화석처럼 박힌 기억이 뾰족하게 올라온다. 달리기 후 팔뚝에 도장이 찍히고 공책을 받고 즐거워하던 친구들의 기쁨에 찬 얼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그리고 쪼그라들기만 하던 어린 내 모습도 클로즈업 된다. 돌아보면 운동회는 내게 즐거운 날이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운동회를 준비하면서 제일 신경을 쓴 것이 모든 아이들에게 기쁨을 나눠주는 것이었다. 훗날 운동회를 생각하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잘 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등수에 상관없이 열심히 달린 모든 친구에게 공책을 선물로 준비했다. 그리고 팔이 아닌 공책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 두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공책을 나눠주자 얼굴에 해 맑은 미소가 번진다.
운동회를 마치고 시내로 나갔다. 롯데시네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학천 면옥으로 발을 옮겼다. 혼자놀이를 즐기는 나는 물냉면을 시켜 먹고 영화관 매표소로 향했다. 제일 빨리 상영하는 영화를 골랐다. '런던프라이드'였다. 영국 대처수상 당시 파업 광부들과 동성애자들이 연대해 소수의 목소리를 높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였다. 익숙한 디스코 음악과 추억의 패션들이 눈과 귀를 지루하지 않게 노크했다.

최근 들어 동성애에 관련된 영화들을 심심치 않게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내게 막상 그런 일이 닥치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영화에서 대학생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이 십분 이해가 갔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낡은 사고이며 내가 고리타분한 세대임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볼 때 상대적인 비교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안의 울림과 성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른 사람 보다 잘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전의 나보다 발전이 있나 없었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다수가 하지 않는 결정을 했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 될 일이다. 소수일지라도 그들이 자신의 가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따듯하게 바라봐 줘야 할 것이다. 진실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서 변하기도 하고 거짓으로 탈바꿈되기도 한다. 내가 어릴 적에는 상대적인 평가가 중요해서 아이들을 줄 세우기 시켰다. 그러나 시대가 흐른 지금은 상대적인 줄 세우기가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절대적인 평가를 한다. 자신이 담고 있는 시대나 상황에 발맞춰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보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보라.

영화관을 나오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선물을 받으며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밤하늘의 별이 되어 총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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