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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2학기가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본 막심이 물었다. "나비, 김나비! 어디 갔다 왔어?" 러시아에서 온 막심은 한국말에 서투르다. 말은 서투르지만 마음은 한국 아이들 못지않게 따듯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경어를 설명해 주기는 하지만 문화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형이나 누나에게도 이름을 부르며 친구처럼 지낸다.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려고 연수도 받고 공부도 하고 왔어요."라고 하자 내 팔에 뽀뽀하며 보고 싶었다고 이젠 가지 말라고 한다.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방학 동안 방과 후 과정을 신청했던 막심은 내가 보이지 않자, 방학 중 방과 후 교사에게 김나비 선생님 언제 오는지를 묻곤 했단다. 열 밤 자면 온다고 하자 매일 아침 손가락으로 꼽으며 열 밤이 지났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Привет(안녕)?" 이라고 인사를 하며 그들을 맞았다. 아이들도 "Привет?" 하고 대답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빅토리아, 아르만, 소피아, 리엔, 알렉산더, 알렉산드리아, 아르텸, 뽈리나… 모두 건강하게 방학을 보내고 등원했다. 아이들과 인사하는 사이 학급 단톡이 톡톡 울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가방에 약이 있다. 점심 먹고 한 컵 하자" 이 말은 가방에 약이 있으니 점심 식사 후 먹게 해달라는 것이다. "오늘 태권도 차로 아이를 배달해 주세요." 이것은 태권도 학원 차가 아이를 태우러 올 것이니 그 차에 보내면 된다는 내용이다. "내일 학교에 오지 않을 거에요. 우리 치과에 가자." 이 말은 내일은 치과에 가야 하므로 등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이런 문자에 당황하였으나 2년 차 외국인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제 외국인 학부모들과도 눈치코치로 의사소통하고 있다.

아이들과 방학 동안 지낸 이야기를 손짓 발짓 심지어 몸짓까지 동원해서 나눈 후, 운동장을 산책하고 놀이터를 돌아보고 텃밭으로 향했다. 급식실 뒤쪽에 있는 텃밭은 점심을 먹기 전 늘 둘러보는 곳이다. 그곳엔 각자의 방울토마토가 있다. 그런데 시들시들 상태가 영 좋지 않다. 그것은 봄에 심었고 여름 방학 전까지 매일 관찰을 했었다. 줄기가 자라는 과정, 꽃이 피는 모습, 열매가 달리는 모습들을 보며 우리는 웃고 환호하며 공감하고 즐거움을 나눠 가졌었다. 붉게 열매를 따서 모양과 색깔을 관찰하고 냄새도 맡아보고 맛을 보고 또 단면을 잘라보고 이야기 나누기도 해 보았으며 그림도 그려보고 몇 개인지 세어보고 따서 나누어 먹기도 했다. 그리고 여름 방학이 오기 전 마지막 수확을 해서 각자의 집으로 가져갔었다.

우리는 시든 토마토 대신 이번에는 무엇을 심을까 의논했다. 당근, 파, 무, 배추 등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다수결에 따라 무를 심기로 했다. 아마도 '커다란 무'라는 동화를 들었던 즐거운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한 것 같았다. 며칠 후 모종삽과 무 모종을 들고 텃밭으로 향했다. 모종삽을 든 아이들이 고랑에 쪼르르 앉았다. 난 모종이 상하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포트에서 뽑아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이랑에 구멍을 파고 어린싹을 넣고 흙을 토닥토닥 덮어 주었다. 그리고 다같이 입을 모았다. "쑥쑥 자라거라 무야!" 한 학기도 푸르게 건너길 기원하며 나도 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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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