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2학기가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본 막심이 물었다. "나비, 김나비! 어디 갔다 왔어?" 러시아에서 온 막심은 한국말에 서투르다. 말은 서투르지만 마음은 한국 아이들 못지않게 따듯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경어를 설명해 주기는 하지만 문화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형이나 누나에게도 이름을 부르며 친구처럼 지낸다.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려고 연수도 받고 공부도 하고 왔어요."라고 하자 내 팔에 뽀뽀하며 보고 싶었다고 이젠 가지 말라고 한다.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방학 동안 방과 후 과정을 신청했던 막심은 내가 보이지 않자, 방학 중 방과 후 교사에게 김나비 선생님 언제 오는지를 묻곤 했단다. 열 밤 자면 온다고 하자 매일 아침 손가락으로 꼽으며 열 밤이 지났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Привет(안녕)?" 이라고 인사를 하며 그들을 맞았다. 아이들도 "Привет?" 하고 대답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빅토리아, 아르만, 소피아, 리엔, 알렉산더, 알렉산드리아, 아르텸, 뽈리나… 모두 건강하게 방학을 보내고 등원했다. 아이들과 인사하는 사이 학급 단톡이 톡톡 울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가방에 약이 있다. 점심 먹고 한 컵 하자" 이 말은 가방에 약이 있으니 점심 식사 후 먹게 해달라는 것이다. "오늘 태권도 차로 아이를 배달해 주세요." 이것은 태권도 학원 차가 아이를 태우러 올 것이니 그 차에 보내면 된다는 내용이다. "내일 학교에 오지 않을 거에요. 우리 치과에 가자." 이 말은 내일은 치과에 가야 하므로 등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이런 문자에 당황하였으나 2년 차 외국인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제 외국인 학부모들과도 눈치코치로 의사소통하고 있다.

아이들과 방학 동안 지낸 이야기를 손짓 발짓 심지어 몸짓까지 동원해서 나눈 후, 운동장을 산책하고 놀이터를 돌아보고 텃밭으로 향했다. 급식실 뒤쪽에 있는 텃밭은 점심을 먹기 전 늘 둘러보는 곳이다. 그곳엔 각자의 방울토마토가 있다. 그런데 시들시들 상태가 영 좋지 않다. 그것은 봄에 심었고 여름 방학 전까지 매일 관찰을 했었다. 줄기가 자라는 과정, 꽃이 피는 모습, 열매가 달리는 모습들을 보며 우리는 웃고 환호하며 공감하고 즐거움을 나눠 가졌었다. 붉게 열매를 따서 모양과 색깔을 관찰하고 냄새도 맡아보고 맛을 보고 또 단면을 잘라보고 이야기 나누기도 해 보았으며 그림도 그려보고 몇 개인지 세어보고 따서 나누어 먹기도 했다. 그리고 여름 방학이 오기 전 마지막 수확을 해서 각자의 집으로 가져갔었다.

우리는 시든 토마토 대신 이번에는 무엇을 심을까 의논했다. 당근, 파, 무, 배추 등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다수결에 따라 무를 심기로 했다. 아마도 '커다란 무'라는 동화를 들었던 즐거운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한 것 같았다. 며칠 후 모종삽과 무 모종을 들고 텃밭으로 향했다. 모종삽을 든 아이들이 고랑에 쪼르르 앉았다. 난 모종이 상하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포트에서 뽑아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이랑에 구멍을 파고 어린싹을 넣고 흙을 토닥토닥 덮어 주었다. 그리고 다같이 입을 모았다. "쑥쑥 자라거라 무야!" 한 학기도 푸르게 건너길 기원하며 나도 손을 모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