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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1.06 15:33:35
  • 최종수정2019.01.06 15:33:35

김나비

시인, 원봉초등학교병설유교사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일기 내용이다. 생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다시는 돌아오지를 않기를 바랐을까. 새해에 우연히 마주한 칼로의 그림 잎에 나는 한참을 서성였다. 그 속엔 지독한 아픔과 절망이 스며있었다. 그녀에 대해 알고 싶은 충동이 나를 휘감았다. 그녀의 생을 담은 영화를 찾아서 보고 그녀의 그림을 모조리 찾아보았다. 프리다는 독일어로 평화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평화롭지 않았다. 그녀는 모진 파란 속에 절망을 딛고 일어선 여전사였다.

 그녀의 그림은 상처투성이다. 마치 그녀의 삶처럼. 칼에 찔려 피 흘리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유산의 아픔을 담은 듯 탯줄을 단 아이가 공중에 떠 있는 그림이 있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 쓴 여인이 피를 흘리며 출산하는 그림이 있고 온몸에 못이 박혀 있는 그림, 여인의 얼굴을 한 사슴이 몸통에 화살을 꼽고 있는 그림 등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그림들이다. 육체적인 고통과 내면적인 아픔을 적나라하게 그림으로 드러냈다. 어쩌면 그녀에게 그림은 고통스러운 현실의 탈출구가 아니었을까.

 6살에 소아마비를 앓고 18살에 교통사고로 온몸이 부서진 그녀가 깁스로 결박당한 채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림 그리는 일 뿐이었다. 침대에서 그려야 했으므로 자화상을 주로 그렸다. 고독 속에서 자신과 오롯이 마주해서 자신의 내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꿈 많은 여학생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을 때, 그 절망은 얼마나 깊은 것이었을까. 의사의 꿈을 포기하고 결국 화가가 되기까지 얼마나 긴 절망의 터널 속을 헤매었을까. 그런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고통을 극복한 그녀가 실로 위대하고 존경스럽다.

 병들어 있는 칼로를 두고도 문란한 생활을 한 남편 디에고. 그를 향한 프리다 마음은 부처의 마음일까. 심지어 자신의 여동생까지 성적 대상으로 삼은 남편을 끝까지 사랑한 그녀의 마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집착이었을까 애증이었을까. 그녀가 죽은 후 16일 만에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디에고는 어떤 생각으로 살던 사람일까. 47세에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했다는 그녀의 그림을 보는 것은 온몸이 소금에 절여진 채 꿈틀거리는 미꾸라지를 보는 것 같다. 그림이 아름답지 않아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녀의 그림을 보며 새삼 깨닫는다. 새해 벽두부터 프리다 칼로의 그림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어떤 의미일까. 독특한 그녀의 그림을 보며 생각에 젖는다. 글을 쓰는데 '아름다운 글만 쓰려하지 말고 나만의 독특한 영토를 만들어 보라'는 누군가가 내게 던지는 화두는 아닐까.

 나는 이번 생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다. 그래서 생을 돌이키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을 했었다. 임용고시도 30대 중반에 합격을 했으니, 다른 사람에 비해 10년이나 늦었다. 40대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글을 썼으니, 그 일도 남들에 비해 너무 늦었다. 무엇을 해도 한 발 늦는 나는 다음 생엔 무엇을 하든 좀 더 빨리 시작하자고, 그래서 그럴싸한 명함을 갖자고 내게 속삭이곤 했다. 그런데 프리다 칼로를 만나고 나서 '나는 너무 사치스러운 생을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한 때 내 생이 참 입체적이라 생각을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지독한 고통도 지독한 슬픔도 내게는 없었다. 그저 그런 시련과 그저 그런 아픔이 조금씩 내 영혼을 갉아 먹었을 뿐. 그런데 평면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깔고 이번 생을 대충 살려고 한 날들이 많았다. 새해를 맞아 프리다 칼로를 보며 생각을 정리해 본다. 지각생이지만 최선을 다하자고. 그리고 생이 다하는 날 마지막 일기에 이렇게 쓰고 싶다.

 '늦었지만 최선을 다 했기를, 그리고 돌아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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