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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6.07 16:56:38
  • 최종수정2022.06.07 16:56:38

김나비

시인·주성초등학교병설유

그녀가 느닷없이 내 공간 속으로 들어왔다. 대학 시절 우리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었다. 졸업 후 각자 저마다가 선택한 공간으로 들깨처럼 흩어졌다. 나는 청주를 지키며 사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 연유로 타지로 흩어진 친구들이 들렀다 날아가는 방앗간 역할을 한다. 가끔 공간을 건너 그들은 내게로 오곤 했다. 12년 전 어느 날, 그녀가 청주에 잠시 들러 저녁을 먹고 헤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 그녀가 오랜만에 청주에 올 일이 있다고 한다. 바쁘지 않으면 잠시 보자고 톡이 왔다. 난 톡을 날렸다. 무지 바쁘지만 12년 만에 친구가 보자고 하니 시간을 내 보겠다고.

그녀가 오기로 한 화요일, 하필 그날은 퇴근 후 일정이 두 개나 있는 날이다. 문인협회 월례회가 있고, 줌(ZOOM)으로 시 합평이 예정되어 있다. 문인협회는 재무를 맡은 탓에 꼭 참석해야 하고, 줌 합평도 세 명이 하는 거라 빠지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그녀를 위해 시간을 짜보기로 했다. 곰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셋 다 하기로 했다. 문인협회는 한 시간을 일찍 가서 회비 입금현황을 설명해 주고 살짝 빠져나와 줌으로 들어갔다. 합평하는 동인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혹시 줌 영상에서 내 모습이 사라지면 일이 있어서 나간 거로 생각하라고.

일정을 마친 그녀가 톡을 보내왔다. 명암저수지에서 잠시 보기로 했다. 나는 부랴부랴 물을 끓이고 차를 타서 보온병에 넣고 종이컵 두 개를 챙겼다. 그리 고울 것도 미울 것도 없었던 그녀, 새삼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은 내 젊은 날의 기억을 담고 오기 때문이리라.

저수지에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식사하러 나온 사람, 벤치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등 수 많은 인파가 넘실거렸다. '비어있는 벤치가 있을까? 어디에 앉아야 하나?' 골몰하며 주차하는 순간 친구가 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든다. 때마침 앞 벤치의 사람들이 일어난다. 난 손을 흔들며 친구에게 소리친다. "오랜만이야~ 저 앞에 벤치 맡아 어서~!" 친구는 내 말을 못 알아들은 듯 엉거주춤 서 있다. 나는 주차를 하자마자 벤치로 뛰어가 자리를 선점한 후 친구에게 이리 오라고 손가락을 말아서 흔든다.

"커피숍 안 가고?" 묻는 친구에게 대답한다. "바람 좋은데 뭘 갑갑하게 거기에 가. 여기서 얘기하자." "똑같네! 청바지가 어쩜 그리 잘 어울리냐?" 하자 씩 웃는 친구. "잘 지내지? 어찌 살았어?" 조곤조곤 말을 잇는 그녀는 어제 본 사람처럼 편안하다. 큰아이는 시집을 갔고 작은 아이는 홍콩에 있는 직장에 다닌다고 한다. 그녀는 한동안 제주 모슬포에 살았다고 한다. "서울 살지 않았어?" 묻자 서울에서 제일 오래 살았는데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그곳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천에 터를 잡고 텃밭도 일구고 정원도 가꾸며 소소하게 산다고 한다.

바쁘게 사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직장은 언제까지 다닐 거냐고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제일 부럽다고. 나는 그렇지 못해서 정년을 채워야 할 것 같다고. 그러자 그녀는 누구나 자유를 갈망하지만,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너는 자유로워 보이는데?" 하자 그렇게 보일 뿐이란다. "가진 거 그냥저냥 쓰면서 살면 죽을 때까지 걱정 없는 거 아냐?" 하자 가진 것을 헐어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다. 그걸 지키며 사느라 힘든 거란다.청주에 오면 또 연락하라고 하자 그녀는 그러겠다고 한다. 언제 다시 마주할지 모르는 그 미지의 시간을 두고 우리는 빈 약속을 한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내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시간은 선택의 여지 없이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사라지는 것이지만, 공간은 자신의 의지와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고 남는 것이 아닐까. 내가 청주를 선택하고 아직도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나는 십 년 후에도 사라진 시간을 아쉬워하며 청주 살고 있겠지. 달달한 청주의 초여름 훈풍이 머리칼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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