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희숙

시인·주성초병설유 교사

우리 집엔 닭이 세 마리 산다. 수탉 한 마리와 암탉 두 마리다. 그런데 그 한 마리밖에 되지 않는 수탉이 얼마나 울어대는지. 새벽 3시만 되면 벌써 목에 핏대를 세운다. 주말에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게으른 내 마음에 죽비를 내리듯 여지없이 울어댄다. 아무리 부지런해도 그렇지 3시는 너무한 시간이다. 그런고로 나는 닭 키우는 것이 달갑지 않다. 싱싱한 유정란을 먹는 것은 좋으나 사룟값과 빼앗기는 내 잠의 가치를 따지고 보면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닭장도 치워줘야 하고 물도 수시로 갈아 줘야 하고 수탉이 우는 것이 미안해서 앞집에 죄송하다고 연신 머리도 조아려야 한다. 그런데 남편은 닭을 더 키우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꾸 친정에 가자고 애처럼 보챈다.

성화에 못 이겨 친정에 갔다. 남편은 닭장으로 가서 청계를 세 마리 골라왔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나는 당부한다. "닭이 새로 이사 오면 텃새를 하는 거야. 그걸 막으려면 기존의 닭똥을 새 닭들에게 묻혀줘야 한대. 안 그러면 저번처럼 뒤통수가 피범벅이 되는 거 알지?" "응." 남편은 건성으로 대답을 한다. 몇 해 전에도 새로운 병아리 한 마리를 입양해 왔었다. 그런데 다른 닭들이 그 병아리를 공격해서 매일 뒤통수에 칸나꽃이 피었었다. 결국 그 병아리가 다 클 때까지 격리해서 키웠다. 집으로 돌아와 닭장 문을 열자 기존의 닭들이 산책하러 나간다. 틈을 타서 새 닭을 들여놓았다. 나는 닭똥을 묻혀주었는지 확인한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을 그냥 닭장에 깔린 왕겨를 몸에 뿌려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화가 난 나는 똥을 묻혀 줄 요량으로 닭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좀 전까지 있었던 닭 세 마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산 쪽으로 난 돌계단에 올라가 산속을 살폈다. 보이지 않는다. 계단을 내려와 계곡을 둘러보았다. 없다. 혹시나 하여 대문 밖으로 나가 윗마을 쪽으로 한참을 걸었다. 그림자도 뵈지 않았다. 얼마나 찾았을까.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둘이 양쪽으로 나뉘어 찾는데 남편이 소리를 질렀다. "여기 있어~." "어디 어디?"하면서 남편의 목소리를 따라갔다. 닭장 옆에 쌓아놓은 비닐 속에서 검은 물체가 두런거렸다. 남편은 닭을 살살 몰고 나는 닭장 문을 연 뒤 닭장 문을 벗어난 공간에는 커다란 파라솔을 펴서 닭장 쪽으로 닭을 유도했다. 간신히 한 마리가 닭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집 주변을 살피며 돌고 또 돌았다. 마루 밑에 뭔가가 있다. 분명 아까도 몇 번을 눈으로 뒤적이던 마루 밑, 그때는 없었는데 지금 희미한 형체가 보인다. 남편은 장대를 들고 와 마루 밑 공간을 훑으며 끌고 다닌다. 이리저리 피하는 닭을 몰았다. 한참을 씨름 후 드디어 닭이 마당으로 나온다. 다시 닭장 문을 열고 나는 울타리처럼 서서 닭이 닭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유도한다. 이제 한 마리 남았다. 또 집과 산과 계곡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러나 삼십여 분을 찾아도 뵈지 않는다.

어둠이 마당 가득 내려와 머리를 푼다. 더는 찾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다 그 닭의 운명이라고 말하며 집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현관문을 열다가 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살펴보겠다며 뒤란으로 갔다. 그런데 뭔가 작고 검은 물체가 닭장 앞에 서 있다. 바람 부는 뒤란에 홀로 떨고 있는 중닭 한 마리. 나는 닭이 숨어버릴까 봐 살금살금 남편을 불러왔다. 그리고 닭을 몰기 시작했다. 그런데 닭이 이리저리 피하더니 헛간의 나뭇더미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무를 드러내려고 하자 더 깊은 곳으로 숨는 닭. 깊고 틈이 작은 더미 속으로 들어가 손도 들어가지 않는다. 남편은 노루발못뽑이(Crow Bar)를 가져와 나무를 들어 올리며 나보고 닭을 잡으라 한다. 남편이 온 힘을 모아 공간을 넓혀 준다. 그 틈으로 겨우 손을 넣어 닭을 꺼낸다. 닭장에 넣어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대로 문을 닫고 들어왔다면 닭은 어찌 되었을까. 밤새 산에서 내려온 짐승들의 먹이가 되었을 게 뻔하다.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번 더 심호흡하고 최선을 다하면 길이 보인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왕 가족이 되었으니 닭들이 우리 집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올해도 잠을 설치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