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희숙

시인·주성초병설유 교사

우리 집엔 닭이 세 마리 산다. 수탉 한 마리와 암탉 두 마리다. 그런데 그 한 마리밖에 되지 않는 수탉이 얼마나 울어대는지. 새벽 3시만 되면 벌써 목에 핏대를 세운다. 주말에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게으른 내 마음에 죽비를 내리듯 여지없이 울어댄다. 아무리 부지런해도 그렇지 3시는 너무한 시간이다. 그런고로 나는 닭 키우는 것이 달갑지 않다. 싱싱한 유정란을 먹는 것은 좋으나 사룟값과 빼앗기는 내 잠의 가치를 따지고 보면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닭장도 치워줘야 하고 물도 수시로 갈아 줘야 하고 수탉이 우는 것이 미안해서 앞집에 죄송하다고 연신 머리도 조아려야 한다. 그런데 남편은 닭을 더 키우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꾸 친정에 가자고 애처럼 보챈다.

성화에 못 이겨 친정에 갔다. 남편은 닭장으로 가서 청계를 세 마리 골라왔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나는 당부한다. "닭이 새로 이사 오면 텃새를 하는 거야. 그걸 막으려면 기존의 닭똥을 새 닭들에게 묻혀줘야 한대. 안 그러면 저번처럼 뒤통수가 피범벅이 되는 거 알지?" "응." 남편은 건성으로 대답을 한다. 몇 해 전에도 새로운 병아리 한 마리를 입양해 왔었다. 그런데 다른 닭들이 그 병아리를 공격해서 매일 뒤통수에 칸나꽃이 피었었다. 결국 그 병아리가 다 클 때까지 격리해서 키웠다. 집으로 돌아와 닭장 문을 열자 기존의 닭들이 산책하러 나간다. 틈을 타서 새 닭을 들여놓았다. 나는 닭똥을 묻혀주었는지 확인한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을 그냥 닭장에 깔린 왕겨를 몸에 뿌려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화가 난 나는 똥을 묻혀 줄 요량으로 닭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좀 전까지 있었던 닭 세 마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산 쪽으로 난 돌계단에 올라가 산속을 살폈다. 보이지 않는다. 계단을 내려와 계곡을 둘러보았다. 없다. 혹시나 하여 대문 밖으로 나가 윗마을 쪽으로 한참을 걸었다. 그림자도 뵈지 않았다. 얼마나 찾았을까.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둘이 양쪽으로 나뉘어 찾는데 남편이 소리를 질렀다. "여기 있어~." "어디 어디?"하면서 남편의 목소리를 따라갔다. 닭장 옆에 쌓아놓은 비닐 속에서 검은 물체가 두런거렸다. 남편은 닭을 살살 몰고 나는 닭장 문을 연 뒤 닭장 문을 벗어난 공간에는 커다란 파라솔을 펴서 닭장 쪽으로 닭을 유도했다. 간신히 한 마리가 닭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집 주변을 살피며 돌고 또 돌았다. 마루 밑에 뭔가가 있다. 분명 아까도 몇 번을 눈으로 뒤적이던 마루 밑, 그때는 없었는데 지금 희미한 형체가 보인다. 남편은 장대를 들고 와 마루 밑 공간을 훑으며 끌고 다닌다. 이리저리 피하는 닭을 몰았다. 한참을 씨름 후 드디어 닭이 마당으로 나온다. 다시 닭장 문을 열고 나는 울타리처럼 서서 닭이 닭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유도한다. 이제 한 마리 남았다. 또 집과 산과 계곡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러나 삼십여 분을 찾아도 뵈지 않는다.

어둠이 마당 가득 내려와 머리를 푼다. 더는 찾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다 그 닭의 운명이라고 말하며 집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현관문을 열다가 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살펴보겠다며 뒤란으로 갔다. 그런데 뭔가 작고 검은 물체가 닭장 앞에 서 있다. 바람 부는 뒤란에 홀로 떨고 있는 중닭 한 마리. 나는 닭이 숨어버릴까 봐 살금살금 남편을 불러왔다. 그리고 닭을 몰기 시작했다. 그런데 닭이 이리저리 피하더니 헛간의 나뭇더미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무를 드러내려고 하자 더 깊은 곳으로 숨는 닭. 깊고 틈이 작은 더미 속으로 들어가 손도 들어가지 않는다. 남편은 노루발못뽑이(Crow Bar)를 가져와 나무를 들어 올리며 나보고 닭을 잡으라 한다. 남편이 온 힘을 모아 공간을 넓혀 준다. 그 틈으로 겨우 손을 넣어 닭을 꺼낸다. 닭장에 넣어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대로 문을 닫고 들어왔다면 닭은 어찌 되었을까. 밤새 산에서 내려온 짐승들의 먹이가 되었을 게 뻔하다.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번 더 심호흡하고 최선을 다하면 길이 보인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왕 가족이 되었으니 닭들이 우리 집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올해도 잠을 설치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