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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주성초병설유 교사·시인

등단을 꿈꾸는 예비 작가라면 한 번쯤 겨울에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연유는 해마다 봄이 아닌 겨울에 신춘문예 당선자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나도 그 가슴앓이를 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일간지에 원고를 보내놓고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이 되면 전화기를 손에 달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 화장실에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핸드폰의 벨 소리에 촉을 세웠다. 혹시라도 당선 소식이 왔는데 놓칠까 봐 평소에 받지 않는 모르는 전화번호도 다 받았다. 연락이 없는 날이 계속되고 그런 밤이면 작은 공벌레처럼 어둠 속에 몸을 말고 뒤척였다. 그리고 내 영혼을 다 털어 넣은 작품이 버려진 것을 생각하며, 다시는 시를 안 쓰리라 다짐에 또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또 시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다시 겨울이 오면 봄, 여름, 가을에 작업했던 시들을 모으고 가르며 신춘문예에 맞는 작품들을 선별했다. 그러나 선별하려고 막상 읽어보면 독창성이 없는 것 같고 시적 언어가 너무 모자란 것 같고 제대로 된 작품들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몇 년을 투고하고 또 투고하다 포기하고 싶어질 무렵 드디어 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하늘이 눈을 폭죽처럼 쏟아내던 날로 기억이 된다. 문화부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중복 투고나 표절 검사를 해 봐서 특별한 사항이 없으면 당선 발표할 예정입니다. 지면에 발표하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 중후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었다. 머리가 빠개질 듯 아팠다. 꿈인 것 같아 볼을 몇 번이고 꼬집어 보기도 했다. 세상을 다 얻을 것 같은 기쁨이 나를 감싸고 돌았다.

돌아보면 그 겨울 날아든 전화 한 통이 나에게 지금까지 시를 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었던 것 같다.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문학과는 다른 일을 하다 뒤늦게 시의 길을 접어선 나에게 신춘문예는 넘을 수 없는 문처럼 견고하게 보였다. 아무리 두드려도 내 손만 아플 뿐 몇 년간 내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너무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 들려온 당선 소식, 세상의 그 어떤 기쁨과 맞바꿀 수 없는 기별이었다. 가끔 시 쓰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내려놓고 싶을 때면 홀로 읊어보는 시가 있다. 바로 박노해 시인의 시이다.

대지에 가뭄이 들고

생명이 타들어 갈 때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지낸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기적처럼 비가 내린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니까

-「인디언의 기우제」 부분

혹시나 신춘문예에 낙방하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시인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날은 온다. 사람들은 자신이 몇 도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염없이 끓기를 기다리는 것은 얼마나 애간장을 녹이는 일인가. 그러나 0.1도를 채우지 못하고 포기하지 마시라. 당신은 지금 99.9도이다. 또 당선이 되어 기쁨을 누리고 있는 시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신춘문예 당선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시인으로의 여정이 멀고도 험할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시에 개인의 희로애락만 담는 것이 아니고 사회를 담고 역사를 담아야 한다. 시가 당신을 거부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좌절의 그림자가 찾아온다면 신춘문예 당선 당시의 그 두근거림과 희망의 순간을 떠올리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 무릎을 일으켜 세우길 바란다. 끝없는 시의 레이스에서 지치지 말고 끝까지 완주하길 바란다. 이것은 아직도 시 숲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에게 하는 겨울 다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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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