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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내비게이션으로 충무아트센터를 찍는다. 서울에서 차를 몰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주차다. 다행히 그곳은 주차장이 있다고 한다. 서울은 어디를 가나 내겐 처녀지다. 처음이라는 것은 두렵고 설레는 일이다. 나이가 들고 나니 그 두려움이 싫어서 처음이라는 설렘을 포기한 적이 많다. 그러나 오늘은 포기라는 단어는 배추를 세는 단위로만 치부하기로 했다. 지하 3층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핸드폰으로 차의 위치를 찍는다. 어둑한 길눈으로 밤새 차를 찾는 불운을 막기 위해서다.

'『행복한 왕자』를 과연 어떻게 1인 뮤지컬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안고 계단을 오른다. 『행복한 왕자』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단골 동화다. 그 이야기를 오늘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보이는 모든 것을 꾹꾹 눌러 눈에 담는다.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는 이곳을 찬찬히 살피며 공연장으로 들어선다.

『행복한 왕자』는 오스카 와일드가 1888년도에 지은 동화다. 빅토리아 시대에 가장 성공한 극작가로 뽑히는 그는 의사인 아버지와 작가인 어머니 슬하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또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언변으로 누구도 부러울 것 없는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결혼 후 두 자녀를 두고도 동성애를 했던 사람이다. 그로 인해 수감생활을 하는 등 말년에는 불행하게 죽음을 맞는다. 그는 갔지만 그가 쓴 작품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도 책으로 연극으로 뮤지컬로 재연되고 있다.

도시의 광장 높은 곳에 세워진 왕자 동상이 있다. 두 눈은 사파이어고, 그의 칼에는 루비가 박혀 있고 온몸은 금박으로 장식되어 있다. 어느 날 다른 제비보다 뒤늦게 남쪽 나라로 가던 제비가 행복한 왕자 동상에 앉는다. 그리고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왕자는 광장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이 안타까워 제비에게 자기가 지닌 루비. 사파이어. 금박 등을 나누어 줄 것을 부탁한다. 왕자를 사랑한 제비는 왕자의 눈과 손과 발이 되어 가난한 이들을 돕다가 그만 이집트로 가야 할 시기를 영영 놓친다. 결국 철새인 제비는 추운 겨울을 못 이기고 동사하고 만다. 금박이 다 벗겨지고 보석조차 없는 왕자 동상은 흉물스럽다고 하여 태워지고, 태워도 태워지지 않는 왕자의 심장과 죽은 제비는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이고 왕자는 과연 행복했을까를 반문해 본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나는 왕자보다 제비에게 더 마음이 쓰였다. 왕자의 말에 가스라이팅 되어 자신이 죽을 수도 있지만 떠나지 못하고 그의 주변을 맴도는 제비의 선택이 옳은 것일까 라는 질문을 해 본다. 물론 사랑하면 자신의 안위나 행복보다는 상대를 더 배려할 수 있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일 것이다. 그러나 연인들의 사랑은 좀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볼 문제다. 본인이 죽은 후에 행복한 세상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왕자는 휴머니스트로 묘사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어주고 행복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왕자가 에고이스트로 보인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자를 희생시키는 것은 진정한 휴머니스트가 아니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서 이루어져야 한다. 본인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제비를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이기적인 처사임이 분명하다. 물론 그가 도시의 다른 여러 사람에게 기쁨을 선사했음은 자명하다. 공리주의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이 타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가 희생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 소수도 소중한 생명이 아닐까. 트롤리딜레마에서 느꼈던 난감함이 나를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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