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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4.11 17:40:57
  • 최종수정2023.04.12 15:17:10

김나비

시인·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이 영화를 보면 꼭 잠을 자게 된다. 나는 몇 년째 트로이를 보고 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제대로 영화를 보지를 못했다. 남편은 내가 영화를 틀어놓고 잠드는 바람에 무려 다섯 번이나 브레드피트의 활약을 봤다고 한다. 몇 년 전에 책 읽기 모임에서 『일리이드 오디세이아』를 읽기로 했다. 벽돌보다 더 두꺼운 책을 사놓고 몇 번이고 읽기를 시도했으나 완독하지 못했다. 그래서 손쉽게 『일리이드 오디세이아』의 내용을 더듬어 보고자 선택한 영화가 트로이였다. 트로이는 책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도 쉽지 않았다. 난 영화를 보는데도 여러 번 실패했다. 전쟁 장면이 나오면 꼭 잠들게 된다. 전쟁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너무 장시간 전쟁 장면이 나와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 시청 30분을 넘어가면서 전쟁 장면이 나오면 매번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이번만은 참아야 한다. 이번엔 기필코 앤딩 장면까지 보리라.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영웅의 삶과 평범한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영웅도 평범한 인간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 죽음은 삶의 일부이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아킬레스에게 포로로 잡혀 온 브리세이스는 신은 경배의 대상이라고 말하는 사제이다. 심지어는 전쟁의 신인 아레스마저도 경배의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아킬레스는 말한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알려줄까? 신은 인간을 질투해. 인간은 다 죽거든. 신은 죽을 수 없는 존재들이지. 우리는 늘 마지막 순간을 살지. 그래서 삶이 아름다운 거야. 이 순간 너는 가장 아름다워. 이 순간은 다시 안 와!" 그 대사를 듣는 순간 명치에 돌덩이 하나가 쿡 박힌다.

영화의 전반부에 많은 병사가 죽는다. 시신을 수습할 때 시신 아래 그림자처럼 찍힌 핏자국이 내 시선을 베어간다. 도장처럼 새겨진 자국은 시신이 살아있었다는 흔적을 땅에 새긴 것이리라. 단에 시신들을 가지런히 눕히고 감은 눈에 저승에서 쓸 노잣돈을 얻은 후 태우는 모습은 우리네 장례 의식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 휴식기

하얀 골격이 수평으로 누워있었지

피도 살도 다 내 준 마른 꽃잎 위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평화로운 날들이 불어왔어

떨어져 나간 팔 관절과 다리가 바람에 흩어지고

박음질 된 시간이 침묵의 열매를 맺고 있었어

사라지는 것으로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게 죽음이지

나는 초록 머리 날리며 너의 영혼이 나는 것을 보고 있었지

-김나비 「죽음의 한 살이」 일부

그녀는 묻는다. "나는 포로인가요?" 아킬레스는 답한다. "너는 손님이야. 언제든지 떠날 수 있지." 빗발치는 불화살과 불덩이 공 위로 쌓이는 파도 소리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가슴을 파고든다. 아킬레스는 죽는 마지막 순간에 브리세이스의 품에 안겨 말한다.

"피로 얼룩진 내 삶에 너는 평화를 주었어." 그 아비규환 속에서도 그는 뜨겁게 사랑했고 평화를 느꼈던 것이다. 단에 올려진 아킬레스의 눈에 동전이 올려지고 불 속에 휩싸인 그가 행복해 보인다.

드디어 오늘 오 년 만에 영화 한 편을 다 보았다. 여운이 내내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죽음이 있기에 아름다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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