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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시인, 주성초병설유치원교사

삶은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다. 살을 에는 겨울인가 하면 꽃들이 노래하는 봄이다. 봄이 지루해 질 무렵 뜨거운 여름이 사람을 녹초로 만들고 그런 날을 버티다 보면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온다. 삶은 계절처럼 변한다. 행복한 날이 있는가 하면 고통이 찾아오기도 하고 그런 날을 견디다 보면 살만한 날도 온다. 우리는 시간의 프랙탈 속을 걷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은 그저 그런 날이다. 나는 그저 그런 날엔 영화를 본다. <쁘띠 아만다>라는 영화가 내 시간의 거미줄에 포획되었다.

삼촌과 테니스 경기를 보던 아만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엘비스는 건물을 떠났어!" 아만다가 울먹이며 말한다. Elvis는 1950년대와 6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던 미국의 가수 겸 영화 배우 Elvis Presley를 말한다. Elvis가 공연을 끝내고 나올 때면 관객들이 노래를 더 듣고 싶다고 환호를 하며 공연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관객들을 진정시키고 모든 일정을 안전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공연이 끝났으니 집에 가라는 뜻으로 "Please, young people, Elvis has left the building."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후로 이는 속담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즉 기다려도 소용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아만다는 엄마와 둘이 살던 일곱살 소녀다. 비록 엄마와 둘이 살았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파리의 한 공원에서 테러가 발생한다. 권총 테러로 인해 아만다는 영문도 모르고 엄마를 떠나보낸다. 아만다의 전부였던 엄마가 하루아침에 떠났다. 그리고 그녀가 홀로 남겨졌다. 그 순간의 막막함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우주가 통째로 깨지는 그런 느낌이리라. 그러나 아만다는 끝내 담담한 척 울지 않았다. 갈 곳 없는 그녀를 삼촌 다비드가 맡기로 했다. 다비드는 아직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한 청년으로,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이 일 저 일을 전전했다. 민박집에 여행자들을 안내하는 일과 공원의 나무를 자르는 일등을 하며 암울한 미래를 살고 있다. 그런 그들의 불안정한 삶이 마음을 짠하게 흔든다.

아만다의 눈빛이 가슴을 적신다. 윔블던 테니스대회를 구경하며 그들이 응원하는 선수가 지자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엄마의 죽음에도 태연한 척 하던 그녀가 경기를 보며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잡을 수 없는 경기를 보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으리라. "Elvis has left the building!"이라는 말을 하며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이 명치를 찌른다. 그런 그녀에게 다비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끝까지 믿고 기다리는 거야!"라고 한다. 잠시 후, 지고 있던 선수가 다시 선전하게 된다. 아만다의 얼굴에 희망의 웃음이 번진다. 작은 소녀가 홀로 아픔을 살아내는 성장 영화는 열린 결말로 그렇게 끝이 난다.

어쩌면 우리는 홀로 던져진 존재가 아닐까. 스스로 아픔을 극복하면서 살아가도록 책임지워진 존재가 아닐까. 힘든 만큼 그녀는 단단하게 영글어 가리라. 다비드의 말처럼 믿고 기다리면 짱하고 빛나는 날도 오리라. 마지막에 환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에서, 희망의 끈을 잡고 있는 그녀를 본다. 변화무쌍하여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날씨처럼 인생은 그렇게 어디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매일 아침 눈 뜨면서 두근거리는 것은 아닐까. 어제는 태풍 크로사가 빗줄기를 흩뿌리고 지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날이 후끈하다 못해 뜨겁다. 그러나 이 계절도 언젠가는 바짝 마르며 시들어 갈 것이다. 선선한 바람에 몸을 내 줄 날이 올 것이다. 삶은 돌고 도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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