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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수필가,원봉초등학교병설유교사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내 마음은 젖은 빨래가 된다. 다면평가니 근평이니 성과상여금이니 하면서 학교 안이 술렁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줄 세우고 그 결과로 성과 상여금을 주는 것은 교육까지도 경제 논리를 적용하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교육은 인간의 영혼을 조각하는 일이다. 그 영혼이 하루아침에 조각 될 수도 없고 그 성과가 금방 눈에 보여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교육의 성과를 수치로 계량화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기가 막힌 일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기준을 기득권자의 입맛에 맞게 설정하고, 그것이 마치 다수결이라 정당한 것처럼 합리화 시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약한 자를 살해하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관습이라 했던가. 우리 사회는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분리한 것이 있으면 다수의 힘을 이용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약자라고 보이는 사람들의 의견은 가차 없이 살 처분 한다. 그것이 오래된 관습이라는 것을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뇌에 타투를 한 것처럼.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 속을 산책하다 보면 호주의 마지막 종족인 참사람 부족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던 모건의사가 달리기를 알려 주려했을 때, 그들은 의아해 한다. 왜 그렇게 줄을 세우고 경쟁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서로 협력해서 다함께 가야한다는 것이다. 일등 이등으로 줄 세우는 것은 결코 일등도 꼴등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학교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한다. 보건교사도 있고 영양교사도 있고 일반 교사도 있고 유치원 교사도 있다. 이 다양한 사람들이 제 자리에서 각자 열심히 아이들을 지도한다. 그들은 수업 시수도 다르고 업무도 다르다. 또한 대상아의 연령이 달라서 아이들의 지도 방법도 각기 다르다. 보건 교사는 학교 안에 있는 전 학년을 관장하기 때문에 그 만큼 신경이 많이 쓰일 것이다. 또 영양교사는 검사 검수 때문에 다른 교사들 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 일이 태반이다. 그리고 고학년의 교사들은 늦게까지 수업을 하며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까지 다독이느라 힘이 들다. 저학년을 맡은 교사들도 각종 민원에 시달리면서도 최선을 다해 교육을 한다. 또 유치원 교사는 생애 최초로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교육과 보육을 함께 하며, 밀려드는 공문을 수발하느라 쉬는 시간은커녕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근무를 한다. 이처럼 학교 구성원 중 어느 한 사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어느 한 사람도 쉬운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특징이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줄 세우고 등수를 가린다는 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는 마치 역도 선수와 양궁선수 배구선수 체조선수 등 각기 성격이 다른 선수들에게 똑 같이 달리기를 강요하는 셈이다.

 요즘 더불어 사는 삶, 함께하는 삶, 교육 공동체, 마을 공동체,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는 교육을 추구한다. 그러면서 교사들에게는 줄을 세우면서 반목과 시기와 질투를 일삼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 한 일이다. 먼저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가는 것이 더 절실한 시기이다. 공동의 선이 아닌 개인 간의 경쟁 구도를 만드는 이런 제도는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바람이 불고 나뭇잎은 뒹굴고 학교 안은 다면평가를 위한 회의가 열릴
 것이다. 합리적인 절차를 가장한 가장 불합리한 줄 세우기가 관습처럼 이어질 것이다. 이는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의 사기와 교육 의지를 떨어뜨린다. 줄을 세울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함께 걷는 교육공동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정의는 나의 입장에서 옳은 것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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