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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대개 꿈은 깨어나서 생각이 나지 않거나 깨어난 순간 잠시 기억에 머물다가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 꿈은 달랐다. 잠에서 빠져나왔는데도 자꾸 나를 당겼다. 마음을 추스르고 아침 을 먹는데 또 떠올랐다. 가방을 둘러메고 도서관에 갈 때도 꿈은 나와 동행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도중에도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책을 덮고 창밖을 본다. 구름이 무심히 흐르며 또 꿈을 데려온다.

꿈속에서 엄마와 여행을 갔다. 남미 어딘가 섬이었는데, 육지와 작은 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섬에 가기 위해 그 길로 접어들었다. 그때 아기 고래가 멀리서 얼굴 앞까지 다가왔다가 사라졌다. 이어 커다란 고래가 또 코앞까지 달려들다 멀어졌다. 이내 파도가 밀려와서 삼킬 듯 우리를 바라보다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섬으로 가니 작고 아담한 카페가 보였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의자에 앉으려다 깜짝 놀라 일어났다. 내 시집이 이국의 낯선 카페 의자에 놓여있었다. 한참 책을 보다 카페 주인에게 새로 나온 책을 주려고 가방을 뒤졌다. 분명 가방에 몇 권 넣었는데, 보이질 않았다. 주인에게 다음에 올 땐 꼭 가져오겠다는 약속을 하며 의자에 앉은 엄마를 돌아보다 잠이 깨었다. 잠에서 깨어 수화기만 만지작거렸다.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은데, 엄마는 받을 수가 없다. 인공호흡기와 소변줄을 달고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엄마, 그동안 나와 세상을 이어주던 연줄이었던 엄마, 난 아직 줄을 끊을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엄마는 자꾸 나를 밀어내고 있다.

이눔아, 세상 그리 만만헌 거 아니다. 연자새에 달려서 내 눈 앞이 있을 때가 그나마 젤루다 안전허지 않겄냐. 니 멋대로 이 연줄 매정하게 끊어내고 칠렐레팔렐레 바람 따라 길 떠나믄 니 앞길 꽃향기만 실려올 줄 안다마는, 첨이사 좋겄지. 자유롭게 떠댕김서 새 하늘 새 땅이라고 눈도 돌아가겄지만 그거 얼매 못 간다. 지금껏 널 띄웠던 바로 그 바람놈이 아무런 설명 없이 니 손을 놔 버리믄 너는 하릴없이 진창에 박히는 겨. 허니 더는 욕심일랑 내덜말고 이어진 연줄만큼이 분복인 줄 알어라 잉. 고만큼이 너한티 허락된 하늘잉께.

ㅡ이행숙 <연 >일부, 계간 《시조미학》 (2024,겨울호)

엄마도 저 시의 어머니처럼 나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걱정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자유롭게 날기를 원했을 것이다. 엄마는 늘 내게 넓은 세상으로 가라고 하셨다. 멀리멀리 날아다니며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하라고 노래하셨다. 어쩌면 그것은 엄마가 하지 못한 인생의 꿈을 나에게 투영시켜서 한 말일 것이다. 엄마는 일평생 7남매를 낳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맘 놓고 여행 한 번 못 가셨다.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 내 손을 잡고 내 눈을 보며 또 말씀하셨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녀야 한다. 살아보니 길고도 짧은 게 인생이더라. 아직도 마음은 십 대인데 언제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내가 자유롭게 날 수 있었던 것도 엄마가 보이지 않는 연줄로 내 한쪽 끝을 든든하게 잡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귓가에 엄마 목소리가 연자새의 연줄처럼 가득 감겨 오는데, 엄마는 기어코 연줄을 놓으시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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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