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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사랑은 시대를 넘어서 불변의 특성이 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내리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손윗사람의 손아랫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그 사랑의 물결은 부모에게서 자식 혹은 손자에게로 흐른다. 가끔 역류하는 사랑, 즉 치사랑도 있지만 흔치 않다. 그 많지 않은 사랑 중 하나를 오늘 스크린에서 만난다.

난생처음 접하는 태국 영화를 생각하니 두근거렸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서울남부터미널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깜빡 졸다 눈을 뜨니 서울이다. 센트럴시티 터미널과 달리 남부 터미널은 허름하다. 그래서 정겹고 포근하다. 눈부신 것에 이물감이 있는 나는 오래된 터미널에 더 마음이 간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다시 3호선으로 갈아탄 후 이수역으로 갔다. 역 앞에 소극장으로 기억처럼 스며들었다.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은 병든 할머니를 봉양하여 그 유산으로 백만장자가 되려는 손자의 이야기다. 코믹영화로 소개되어 있는데, 코믹한 요소는 많지 않다. 가족영화 혹은 성장영화로 분류함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영화 속 대사 중에 "아들에게는 재산을 물려주고, 딸에게는 병을 물려준다"라는 말이 가슴을 긁었다. 오래된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는가를 함축하는 대사다. 여성들은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문득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의 상황을 돌아보게 했다.

영화에는 잘나가는 큰아들, 착한 둘째 딸, 철없는 막내아들, 그리고 게임을 좋아하는 손자 엠이 나온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진부한 구성과 설정이었지만, 어찌 보면 그런 익숙한 부분 때문에 거부감 없이 영화에 다가설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족의 기대주인 장남과 그 장남에게 무한 사랑을 쏟으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 아들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딸의 모습. 게임에 몰두하며 대화가 단절되어 가는 손자 엠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영화는 손자와 할머니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두 사람의 유대감이 어떻게 삶의 의미를 그려가는지 보여준다. 손자가 병든 할머니의 일상으로 들어가면서 할머니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돈 때문에 할머니를 이용하려 했던, 자신의 잘못된 마음을 깨닫고 성장하는 모습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그 과정에서 보이는 소소한 일상들은 잔별처럼 스미며 감동을 주었다. 할머니를 상속인으로만 보던 엠은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할머니를 보게 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엠의 이름으로 들어둔 적금통장이 발견되고 할머니의 내리사랑을 알게 된다. 그런데 엠은 그것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할머니 묘지를 구입하는 데 쓴다. 엠의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는 순간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가족 간의 사랑과 유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얼마 전 아들에게 내 생일 선물 목록을 일러주며 마감 날짜까지 지정하는 모습이 떠올라 화끈거린다. 자식들에게 치사랑을 원하던 내 빈곤한 마음속을 들여다본다. 이 겨울 나를 성찰하고 내리사랑의 의미를 곰곰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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