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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0.10 16:16:34
  • 최종수정2023.10.10 16:16:34

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빗소리가 기억을 몰고 온다. 유행가 가사처럼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내 유년의 빗속을 함께 걸어주던 K. K를 만나고 온 지도 벌써 열 달이 되어 간다. 지난 1월에 강남센트럴씨티 터미널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다. 5년 만의 만남이었다. 나는 K에게 향수를 선물했고, K는 내게 클렌징폼을 주었다. 가뭄에 콩 나듯이 만나는 사이지만 언제나 밝게 웃는 K의 모습은 나를 환하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예고 없이 비가 오는 날이면 K와 나는 비를 맞으며 하교를 하곤 했다. 낭만이나 놀이 때문은 아니었다. 당시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우산을 갖고 학교 현관에 와서 기다렸지만, 나와 K는 누구도 오지 않았다. 나는 7남매 중 하나인 작은 계집아이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엄마가 내게 우산을 가져올 거라는 것은 애당초 기대도 안 했다. 그것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 창피했다. 그나마 나와 같은 처지의 K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K의 엄마는 허리를 다쳐 일어나지 못하는,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서 장사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느닷없이 비가 와도 올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양손에 운동화를 벗어들고 도로를 찰방찰방 걸었다. 세차게 빗줄기가 내릴 때면,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비를 피하기도 했다.

소리는 기억을 두드리는 징검다리

흔들리는 창문 사이로 빗소리가 건너오면

속울음 빗장뼈 풀어 지난날을 끌고 온다

먹구름 등에 지고 걸어온 비탈길에

겹겹이 엉키는 애처로운 걸음들은

바닥에 부서져서야 일어서는 눈물 소리

절름거리던 시간만큼 소리가 쌓여간다

얼마나 울음을 풀어내야 길이 보일까

번지는 물무늬마다 햇살 몇 되 박혀있다

─ 김나비, 「빗소리 현상학」전문 (정형시학. 2022. 봄호)

빗소리가 K를 몰고 온다. K는 내게 말하곤 한다. 유년의 몇 안 되는 즐거운 기억 중에 내가 들어있다고. K는 지금 강남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K는 지금쯤 빗소리를 들으며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공문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내일 수업 준비를 하고 있을까. 어쩌면 학부모와 상담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K의 앞날에 맑은 햇살만 가득하길, 빗소리를 들으며 손을 모아본다. 도란도란 속삭이던 K의 목소리가 비를 타고 귓속으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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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